'노조 회계 깜깜이' 여론몰이...정부·언론 주고받으며 확대 재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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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노조 회계' 관련 주요 일간·경제지 5년치 보도 분석
"언론이 받아쓰고, 정부가 또다시 인용하며 '깜깜이 회계' 표현 재생산"

민노총’ ‘깜깜이 회계’ 표현을 사용한 신문기사(12/19). ⓒ민언련
‘민노총’ ‘깜깜이 회계’ 표현을 사용한 신문기사(12/19). ⓒ민언련

[PD저널=임경호 기자] 최근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을 강조하고 나선 정부와 보수‧경제지들이 별다른 근거 없이 '노조 깜깜이 회계' 프레임을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9일 ‘노조 깜깜이 회계’ 표현이 쓰인 보도를 모니터한 보고서를 내고 “언론이 정부‧여당 발언을 받아쓰며 특정 표현을 만들어내고, 다시 정부‧여당이 언론보도를 인용하고 이를 언론이 또다시 인용하는 과정에서 ‘깜깜이 회계’를 사용하는 행태가 반복됐다”고 밝혔다.

‘깜깜이 회계’ 표현은 최근 정부‧여당이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을 문제 삼는 과정에 등장했다. 지난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노조 재정 운용의 투명성 등을 지적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노동조합 회계공시시스템’의 구축 방안 검토를 지시했고, 같은 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관련’ 브리핑에서 “노동조합의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공개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있으며,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민언련은 이정식 장관의 ‘깜깜이 회계’ 발언 시점을 기준으로 종합일간지 6개와 경제지 2개의 5년치 보도(2017.12.19~2022.12.24)를 분석한 결과 해당 용어가 언론보도에 등장한 것은 한덕수 총리가 '노조 재정 투명성'을 언급한 직후인 올해 12월 19일부터라고 밝혔다. 

‘노조 회계’ 관련 신문지면 보도 중 ‘깜깜이 회계’ 표현 등장 보도건수(12/19~12/24). ⓒ민언련
‘노조 회계’ 관련 신문지면 보도 중 ‘깜깜이 회계’ 표현 등장 보도건수(12/19~12/24). ⓒ민언련

이후 ‘노조 회계’와 관련해 신문지면에 ‘깜깜이 회계’ 표현이 등장한 횟수는 총 26건으로 △경향신문 1건 △동아일보 3건 △조선일보 8건 △중앙일보 2건 △한겨레 2건 △한국일보 1건 △매일경제 5건 △한국경제 4건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신문이 노조 재정 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민언련은 지적했다. 한덕수 총리가 노조 재정 투명성을 언급한 19일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4개 신문이 ‘깜깜이 회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동아일보>는 ‘민노총 회계, 정부가 들여다본다’ 기사를 통해 노동계에서도 재정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노조의 재정 운용 상태를 ‘깜깜이’로 표현했다. <한국경제>는 ‘정부, 민노총 ‘깜깜이 회계’ 들여다본다’ 기사에 “(정부가) ‘깜깜이 회계’로 비판받아온 노조 재정 운용에 메스를 들이대고 나선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민언련은 “(19일) 이후에도 해당 4개 신문은 ‘깜깜이 회계’를 사용하며 노조를 비판하고 정부‧여당에 동조하는 보도를 이어갔다”며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할 때 ‘(노동조합 재정과 관련해)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 이정식 장관 발언의 출처는 다름 아닌 ‘평소 노조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며 정부‧여당에 동조하는 신문기사’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일부 단위노조의 회계 문제가 드러난 적은 있지만, 노동조합 전반에서 회계 비리가 드러난 사례는 없다”며 “언론이 ‘깜깜이 회계’란 표현을 사용할 경우, 노동조합 전반에서 회계 비리가 있다고 오인될 수 있으며, 노조 회계를 들여다보려는 정부 움직임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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