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임경호 기자] 1000회를 맞아 3부작으로 제작된 MBC <100분토론> 특집방송 1부가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토론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환기했다.
MBC는 9일 오후 9시 10분부터 1시간 30여분 동안 <100분토론> 1000회 특집 ‘토론하면 좋은 친구’편을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우리 사회와 토론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고, 그 속에서 정치의 역할을 모색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번 방송은 전국 가구 시청률 3.9%(닐슨 코리아 집계)에 수도권 가구 시청률 3.7%를 기록했다.
<100분토론>의 올해 시청률은 최저 0.4%에서 최고 1.3% 사이를 오가며 평균 0.8% 수준에 머물러왔지만 이번 방송은 지난 방송분 대비 3.3%P의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며 특집방송다운 면모를 보였다.
방송은 정치성향에 따라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표 논객으로 꼽히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시민 작가를 패널로 초빙해 각 주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진영과 세대, 계급, 성별에 따라 서로를 구별 짓고 적대시하는 문화가 강화되고 있는 오늘날 ‘정치적 입장이 다르더라도 토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상대를 인정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대표논객들이 입증하는 자리가 마련된 셈이다.
토론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각 화두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방식이 이어졌다. 주제별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날선 지적과 농담이 교차하며 분위기를 한층 누그러뜨렸다.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인이나 부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홍 시장은 “사업은 공동의 이익이 걸려 있으나 가능하겠지만 친구나 연인은 어려울 것”이라고 대답했다. 유 작가도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되려면 정치 성향이 비슷해야 한다”고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진행을 맡은 정준희 교수가 “두 분은 친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홍 시장은 “그렇다”라고 답한 반면 유 작가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난색을 표해 시민논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특집방송엔 시민논객 100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100분 토론>이 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토론 주제가 무엇인지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물가 안정과 민생 경제’가 40%로 1위를 기록했다. ‘저출산 대책’(37.7%)과 ‘주거 안정을 위한 부동산 정책’(22.7%), ‘검찰과 사법개혁’(19.8%)이 뒤를 이었다.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나흘 동안 성인 남녀 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P)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토론도 진행됐다. △윤석열 정부에게 토론이란 △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권 행사 △한일외교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유 작가는 “대통령실이나 국회에 토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반면 홍 시장은 토론 부재의 원인을 어느 한 쪽의 책임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 부재의 원인으로 중도층의 약 60%가 여당과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 홍 시장은 “(대통령이) 잘 하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줘야 하는데 (국민들이) 정치력이 없는 대통령을 뽑아 놓고 노련한 3김 정치와 같은 대화와 토론, 타협을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 작가는 “동의한다”고 답하면서도 “잘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본인이 잘하려고 마음먹고 잘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려는 태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윤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맞받았다.
또 정치계에 대한 바람과 관련해 홍 시장은 “야당과 대화를 좀 했으면 좋겠다”며 “양측 원로들이 나서서 막후 타협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 작가는 “그것(막후타협)이 되려면 대통령이 미션(전권)을 줘야 한다”며 “협상 결과를 떠나 막후 논의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큰데 대통령이 미션을 주지 않으면 당의 원로들이 아무리 많아도 (대화를)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1999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 9일 1000회를 맞이한 MBC <100분토론>은 오는 11일 18일 특집방송 2,3부를 방송할 예정이다.
11일은 손석희 전 <100분 토론> 진행자(JTBC 순회특파원)가 출연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그래도 토론’편을, 18일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출연하는 ‘토론의 미래’편이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