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방송법 처리 앞두고 라디오 패널 무차별적 좌파 낙인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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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KBS, MBC 라디오 패널 구성 편향적" '민형사상 고발조치' 엄포
발언 분석 없이 뉴스 브리핑하는 현직 기자까지 '좌파 패널' 분류
"비판적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4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4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국민의힘이 공영방송 라디오 패널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좌파 낙인찍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방송법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공영방송에 '편향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공세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인 1일, 라디오 패널 편향성을 들고 나왔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의 모니터 결과를 근거로 "몇몇 좌파 매체가 KBS1 라디오를 가지고 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2일 "(MBC 라디오) 패널들의 출연횟수를 따져 보면 거의 9배, 10대 1이다"며 "대통령이 타국에서 국익을 위해 노력할 때 좌파세력들은 서로 앞다퉈 여론선동을 자행한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성중 의원은 "국민의힘은 편파방송을 남발하는 방송사와 가짜발언을 일삼는 좌파패널 출연자들을 전수 조사, 검증하여 민형사상의 모든 고발조치를 끝까지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시사 라디오에 대한 공세는 박성중 의원과 국민의힘 미디어국이 지난 4월 24일 개최한 '민주당 방송법 규탄 토론회'에서 처음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정언론국민연대가 고정 출연자 현황 파악을 토대로 "시사 프로그램은 좌파들의 놀이터"라고 주장한 게 출발점이었다. 

이후 보수 성향의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KBS 1라디오의 <최경영의 최강시사>, <최영일의 시사본부>, <주진우 라이브>, <김성완의 시사야>, <신성원의 뉴스브런치> 5개 프로그램 출연자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좌파 혹은 야당 친화적 견해를 주로 제시하는 출연자가 80명인데 반해 우파 혹은 여당/정부 친화적 견해를 주로 제시하는 출연자는 11명"이라며 "방미와 관련해 부정적인 관점만을 극대화하고, 의미를 축소하는 편향 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인총연합회는 "개인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좌파적인 관점으로 보도한다고 볼 수 있는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시사인, 프레시안, 한겨레 등의 전현직 기자들은 모두 좌파적 견해를 가진 출연자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MBC 제3노조가 공정언론국민연대와 함께 조사해 1일 발표한 자료도 같은 기간에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의 출연자의 성향을 분류했다.  이들은 "'좌파 패널 37명, 우파 패널 4명'이 출연해 편파 방송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오마이뉴스, 국민TV 출신 출연자들을 '좌파'로 적시했다.

이들 단체는 패널의 발언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지 않고, 매체 성향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으로 기자에게도 '좌파 딱지'를 붙였다. 정치인 출신이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평론가 패널과 달리 현직 기자들의 경우 주로 뉴스를 브리핑하는 코너에 출연한다. 

박대출 의원은 "방미 성과를 축소하는 편향 방송인"이라고 비난했지만, 방미 이슈와 무관한 주제로 출연한 기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25일 <신성원의 뉴스브런치>의 시사뉴스 코너인 '뉴스픽'에 출연한 박다해 한겨레 기자는 산업재해와 저출산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으나, 방송 내용과 관계 없이 방미 기간 좌파 출연자로 분류됐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서 일간 시사 소식을 전하는 '한입뉴스' 코너의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 <김성완의 시사야>에서 역시 일간 시사를 다루는 '밤참뉴스' 코너의 이언경 뉴스캐스터도 마찬가지다. 

'좌파 출연자'로 분류된 KBS 라디오의 한 고정 패널은 "KBS는 공정성 시비가 늘 있기 때문에, 방송할 때 국민의힘의 관점도 설명해주려고 노력했고 이슈를 선정할 때도 양당이 골고루 나오도록 준비했다"며 "방송을 일일이 보지 않고 근거 없이 패널을 분류했다"고 비판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도 SNS에 글을 올려 "경향신문 기자는 검은색(중립)이고, 한겨레 기자는 파란색(좌파)으로 표시했다. 보수언론인 중앙일보 전 북경특파원은 파란색(좌파)이다"며 "도대체 기준을 종잡을 수 없다. 본인들 마음에 안 들면 좌팍딱지를 붙여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당이 무리하게 라디오의 편향성을 주장하고 나선 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방미 성과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국면을 전환하고 방송법 반대의 명분을 쌓기 위한 속셈이 아니냐는 것이다. 

KBS 한 시사 라디오를 연출하는 PD는 "제작진에게 압박을 가하고 방송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방미 기간에 대통령 지지율이 낮았는데, 지지율과 맞물려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MBC 라디오국 관계자는 "MBC 제3노조의 성명을 보면, 민형배 의원이 출연해 복당 관련 인터뷰를 한 것도 방미 기간 친야 성향 인사가 출연했다고 비판했다"며 "출연자들의 절반은 방미하고 관련이 없는데 일상적 정치사회 이슈도  포함시켜 결과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름이 지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적 교체가 이뤄지고, 국회에선 방송법 문제를 가지고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내년 총선도 앞두고 있어서 공세적으로 비판적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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