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연합회 "공영방송 붕괴시킬 수신료 분리징수, 당장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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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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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는 15일 TV수신료 분리징수를 법제화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 추진을 중단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PD연합회는 “(TV수신료 분리 징수는)공영방송의 운명이 걸린 중대 사안”이라며 “방통위의 이번 논의는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고, 방송법 취지에 어긋나며, 결국 행정권 남용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이미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PD연합회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K-콘텐츠의 약진이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시스템의 토대 위에서 그 책임을 다했다는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장기적 비전 없이 방송의 공영성을 파괴하는 것은 전체 미디어 생태계를 무한 경쟁의 정글로 내몰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종합적 연구, 폭넓은 여론수렴, 그리고 시뮬레이션으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6월 14일,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 행할 수 있다’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로 수정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2대 1로 가결한 것이다. 대통령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을 재가한 지 보름만이다. 방통위원장 강제 퇴출이 공영방송 장악의 신호탄이 될 거라고 우려한 사람이 많았는데, KBS의 존립 근거를 파괴하는 위험한 공격이 이제 본격화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안이다. 방통위의 이번 논의는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고, 방송법 취지에 어긋나며, 결국 행정권 남용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이미 넘쳐나고 있다. 방통위원장이 면직처분의 효력을 다투고 있고 야권 새 위원이 아직 공석인 상황이다. 세 명의 위원이 표결하여 2대 1이 나왔으니 이게 국민 다수의 뜻이라고 주장할 참인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 논의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반쪽짜리 방통위가 유격 작전하듯 옹색한 표결을 밀어붙인 것은 대통령실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나라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실이 국가기간공영방송 KBS를 앞장서서 파괴하는 모습은 통탄할 일이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징수방식을 여론조사에 부쳤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실 게시판의 댓글을 집계한 게 제대로 된 여론조사인지는 의문이다. 수신료 징수를 준조세로 호도하여 분리징수 찬성을 유도, 지지자를 중심으로 여론몰이를 한 게 아닌가. 대통령실은 이를 근거로 방통위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권고했고, 방통위는 단 9일 만에 화답했다.

TV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할 경우 KBS는 수입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여 그 동안 꾸준히 제작해 온 노인, 장애인 등 약자와 소외된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 그리고 <더 시즌즈> <국악 한마당>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방송이 어려워질 것이며, 재난방송과 국제방송의 기능도 현저히 약화될 게 우려된다. 게다가 수신료 징수를 위한 별도의 인원과 예산이 소요되며, 징수 현장의 갈등과 난맥상 등 부작용이 뒤따를 게 뻔하다. KBS 정규 직원뿐 아니라 비정규 스태프들의 생계를 위협하여 공영성 붕괴를 촉진할 우려도 제기된다. 공론화되지 않은 심각한 문제점이 하나둘이 아닌 것이다.

TV수신료 분리징수로 존립을 위협받는 것은 EBS도 마찬가지다. EBS는 전체 수신료의 3%를 통해 ‘교육’과 ‘방송’이란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었다. 지난 코로나19 상황에서 EBS는 ‘온라인 클래스’를 비롯한 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회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다큐멘터리와 평생 교육 콘텐츠를 통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에 ‘보편적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 모든 서비스는 국민의 수신료를 재원으로 삼는 EBS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우수한 공익적 프로그램들의 쇠락은 고스란히 시청자의 피해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각계의 지적이 들리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국격에 맞는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간섭을 줄이고 재정 뒷받침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원로 언론인의 호소는 소귀에 경읽기에 불과한가?

또 하나,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K-콘텐츠의 약진이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시스템의 토대 위에서 그 책임을 다했다는 배경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공영방송이 미디어 생태계의 한 축을 확고히 지켜주었기 때문에 그 토양에서 세계 수준의 콘텐츠가 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OTT와 유튜브의 지배로 전체 미디어 생태계가 크게 변화했다. 미디어 백년대계를 염두에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할 시점이다. KBS 등 주요 방송사가 공영성의 마지노선을 확고히 지켜주는 전제 하에서 OTT를 포함한 전체 미디어 시장의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 장기적 비전 없이 방송의 공영성을 파괴하는 것은 전체 미디어 생태계를 무한 경쟁의 정글로 내몰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종합적 연구, 폭넓은 여론수렴, 그리고 시뮬레이션으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장기적 비전 없이 졸속으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몰아붙이는 것은 내년 총선을 위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심을 자초할 뿐이다. KBS뿐이 아니다. MBC는 대주주에 대한 감사원의 압박에 이어 특정 기자의 근무처인 보도국과 자택까지 압수 수색하여 노골적인 장악 의도를 드러냈다. 정부에 밉보인 방송에 대한 보복 의도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조치였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TBS 예산 지원 중단을 무기로 ‘시사프로그램 제작중단’을 골자로 하는 ‘TBS 혁신안’을 압박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탄압의 사령탑이 대통령실이라는 인식은 이제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대통령실은 내년 총선을 위해 이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TV수신료 분리징수는 이 나라 공영방송의 파탄, 그리고 시청자 국민의 손해로 귀결될 것이다. 한번 저지르면 돌이키기 쉽지 않다. 대통령실과 방통위는 백해무익한 TV수신료 분리징수 기도를 즉각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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