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심위원장 '청부 민원' 의혹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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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노조, 자진 사퇴 촉구...'뉴스타파 인용 보도' 심의 '민원 사주' 의혹
익명 신고인 "160여 건 민원 중 50여 건, 류 위원장 가족·지인이 제기"
류 위원장 "개인정보 유출 법적대응…특별감찰반 구성 지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제25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 = 엄재희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뉴스타파> '신학림-김만배 인터뷰' 인용 보도 관련 심의 민원을 제기하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이 <뉴스타파>를 통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류희림 위원장 관련 의혹은 <뉴스타파> 보도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신고 내용과도 유사하다. 

<PD저널>이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를 통해 입수한 국민권익위원회 신고서에 따르면, 신고자는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인터뷰'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한 전체 민원 160여 건 가운데 류 위원장의 가족 등 사적이해관계자와 지인들이 제기한 민원은 50여 건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신고자는 류 위원장의 동생 및 아들 등 이해충돌방지법 상 사적이해관계자 3명이 10건, 친인척 및 이전 직장 관련자 10명이 40여건의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민원 내용이 사적이해관계에 있다고 추정되는 자들과 유사한 민원도 10여명이 40여건 접수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9월 4일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한 '엄중 조치' 발언 이후 사흘간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10건의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방심위는 이들 민원을 토대로 신속심의를 결정했고, 지난 11월 13일 KBS, MBC, JTBC, YTN 4개 방송사에 총 1억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를 두고 신고자는 "류 위원장의 사적이해관계자 다수가 대규모 민원을 제기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심위 내부에서 류 위원장의 사적이해관계자 민원이 문제시됐으나, 적절한 조치 없이 심의 절차가 진행됐다. 방심위 사무처 팀장은 9월 14일에 류 위원장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류 모 씨 등의 민원신청 현황을 보고했고, 지상파방송팀 소속 직원은 9월 27일 17시경 내부 게시판에 사적이해관계자 민원이 포함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심의 회피를 요구하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나 당일 6시 30분경 사무처 부속실장을 통해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직원에게 삭제를 요청했다.

류 위원장은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의견진술'을 결정한 9월 12일 방송소위부터 최종 의결이 있었던 11월 13일 정기회의까지 심의에 참여했다.

류희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8일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뉴시스

신고자 측 법률 대리인은 "류 위원장이 위촉된 이후 친인척과 지인들이 (뉴스타파)관련 방송을 대상으로 대거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볼 때, 류 위원장의 사주로 이루어졌을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위 민원인들이 관련 민원 신청을 제기한 경력이 없다면 이러한 의혹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익명의 신고자는 신고 배경에 대해 "9월 4일부터 관련 민원이 단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제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류 위원장이 공동대표로 있었던 미디어연대 공동대표인 박 모 씨가 민원을 넣거나 유사한 문구의 민원 내용이 대량으로 들어오는 점을 수상하게 여겨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 일부 민원을 조사하던 중 이상의 내용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류 위원장은 26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사건을 '개인정보유출'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류 위원장은 방심위 감사실에 특별감찰반 구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위원장은 "민원인 개인정보는 민원인 보호와 자유로운 심의신청 보장을 위한 핵심 장치"라며 "이를 유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 범죄이며 방심위의 기능에 제동을 걸고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민주 질서와 시민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은 "방송심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철저한 진상조사는커녕 내부 직원을 향한 명분없는 특별감사로 사무처 직원들을 괴롭히려고 하고 있다"며 "민원신청 사주 의혹 등 권력에 편승해 언론을 탄압하고, 여론을 왜곡하며, 위원회의 심의 체계를 유린한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 류 위원장은 자진 사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심위 내부도 들끓고 있다. 이날 노조가 내부 게시판에 게재한 성명 글에는 "옳은 소리를 내면 불이익 당하는 게 맞나" "위원회 직원이 지킬 것은 심의의 독립성, 공정성이다" "진상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부민원으로 방심위 사유화한 류희림 위원장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고민정 의원실

방심위 초유의 '청부심의'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과 셀프심의 및 관련 법 위반은 당장 파면해야 할 위법한 사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기를 문란케 한 류 위원장을 당장 해촉하고 진상조사를 지시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청부심의' 논란을 '민원인 정보 유출'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해당 정보는 방심위 직원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자료이고 공익신고서를 접수하는 모양새더라도 방심위 직원이 민원인 정보를 유출했다는 범죄 혐의가 소멸될 수는 없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의혹을 처음 보도한 <뉴스타파>에 대해 "김만배-신학림 허위인터뷰 공작과 유사한 정치공작성 보도로 판단한다"며 "<뉴스타파>가 주장하는 ‘청부민원’이라는 규정 자체가 가짜뉴스다. 류희림 위원장 지인이라고서 해서 방심위 민원을 제기할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제한받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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