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사망 책임 통감"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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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방송, 故이재학 PD 노동자성 인정..."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첫발"
명예복직·책임자 징계 합의...유족 "세상 바꾸기 위해 용기 낸 형, 꼭 기억해줬으면"

유가족 대표, 청주방송 대표이사,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하 4자 대표)은 23일 청주방송에서 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른 이행안 합의문에 서명했다. ⓒPD저널
유가족 대표, 청주방송 대표이사,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하 4자 대표)은 23일 청주방송에서 사건 진상조사 결과에 따른 이행안 합의문에 서명했다. ⓒPD저널

[PD저널=김윤정 기자] 청주방송이 故 이재학 PD 사망 171일 만에 이 PD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유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유가족 대표, 청주방송 대표이사, 이재학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대표,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하 4자 대표)은 23일 청주방송의 공식 사과를 포함해 △진상조사 결과 이행 △명예복직 행사 △유족 보상 △비정규직 고용구조 △노동조건 개선 방송사 비정규직 법‧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

지난 2월 27일 4자 대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이 PD의 노동자성 인정과 청주방송 해고의 부당성 등을 골자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사측이 여러 번 입장을 번복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을 거듭해왔다.

협상 타결로 오는 28일 이성덕 청주방송 대표와 이두영 이사회 의장이 참석하는 전체 직원 조회에서 유족에게 공개 사과하기로 했다. 사과 내용에는 고인의 노동자성과 부당해고 사실, 소송 과정의 위법‧부당행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책임과 재발방지 약속이 담긴다. 

23일 청주방송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성덕 대표는 “故 이재학 PD 사망 사건과 관련해 청주방송 대표로서 책임 통감하고 고인과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점을 과감히 고쳐 좋은 방송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방송 아껴주신 도민 여러분들께도 부끄러운 모습 보여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진상조사위원회가 고인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직원과 일터 괴롭힘 가해자 명단과 징계 수위를 사측에 통보하면, 청주방송은 합의 한 달 이내에 이를 존중해 징계를 진행하기로 했다. 

고인의 명예회복 절차도 시작된다. 우선 CJB 사내에 고인의 이름을 딴 편집실을 만들고, 별도의 추모 공간을 만들어 2주 동안 추모 기간을 갖는다. 고인에게 사측은 명예사원증을,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는 명예조합원증을 수여할 예정이다.

또 노동자성이 인정되거나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9명은 2022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합의문에는 청주방송에서 일하는 작가 9명에 대한 직접 고용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이달 말까지 ‘작가 고용구조 개선 TF’를 구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CG, 운전, 행정, 청소와 경비 등 상시 지속 업무 노동자에 대해서도 직접 고용이 추진된다. 급여 테이블이 없는 비정규직 직군에 대한 급여테이블이 마련되고 복리후생 및 노동조건도개선될 예정이다.

4자 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상호간 민·형사상 및 행정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대책위는 4자 대표자 합의 후 농성을 중단하고 향후 합의사항 불이행이 아닌 사유로는 상호 비방을 자제하기로 했다. 사옥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온 대책위는 농성을 중단한다. 이두영 의장도 충북 대책위 활동가 2인에게 청구한 1억 손해배상 소송도 취하한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합의 지연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이번 합의를 “방송사가 방송사 내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노동 환경 개선을 약속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오 위원장은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모두 위로할 순 없겠지만, 이번 합의와 진상조사 결과가 우리 언론계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열어가는 열쇠가 될 수 있도록, 언론노조가 책임지고 이행 여부를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 대표인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이제라도 이재학 피디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그 뜻을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게 됐다”면서 “나머지 문제는 우리에게 맡기고, 우리 이한빛 PD와 함께 하늘나라에서 편안한 안식을 취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tvN <혼술남녀> 조연출로 일하다 방송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 故 이한빛 PD의 아버지다. 이 이사장은 “다시는 우리 한빛 PD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만들고 활동해왔는데 그 책임을 다 하지 못해 또다시 이재학 PD가 돌아가셨다”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족 대표인 고인의 동생 이대로 씨는 “(합의는) 형이 빼앗긴 명예와 진실을 되찾기 위한 힘겨운 길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점”이라면서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한 오늘 이행 과제를 지켜주는 것만이 CJB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형이 39년의 시간 동안 누구보다 진실 되고 용기 있는 사람이었음을 너무 늦게 알았다”면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더라도 형은 돌아올 수 없다. 세상에서 제일 용기 있었던 우리 형 이재학 PD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동료들을 위해, 작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우고 용기 냈던 형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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