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는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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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은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까

▲ 소송과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압박감은 자기 검열로 이어졌고, MBC는 정권과 경영진에게 바른 소리를 한 100여명의 PD와 기자 등이 아직도 일선 제작 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어진 결과물은 모두 알다시피 사실과 다른 정부 편향적이고 왜곡 방송 일색이었다. ⓒ KBS 본부, MBC 본부

KBS와 MBC 구성원들의 힘겨운 싸움이 한파에도 움츠려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전국민이 분노에 휩싸인 와중에도 공영방송의 추락은 현재 진행형이다. 청와대 편향 방송을 멈추지 않고 있는 KBS와 MBC 경영진과 보도 간부들을 향한 PD와 기자들의 반발이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졌다.

두 방송사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의 언론 탄압과 통제의 희생양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비판 보도를 하는 언론을 상대로 소송전을 펼쳤다. 그 사이 KBS와 MBC 구성원들은 총파업으로 크게 반발하며 공영 방송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파업 중단 후 일선으로 돌아왔지만 무시무시한 징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의 낙하선을 타고 내려온 권력 친화적인 경영진은 반발하는 기자와 PD에 대한 징계 혹은 해고 조처를 쏟아냈다.

소송과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압박감은 자기 검열로 이어졌다. 특히 MBC는 정권과 경영진에게 바른 소리를 한 100여명의 PD와 기자 등이 아직도 일선 제작 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정부 편향적이고 왜곡 방송 일색인 이유가 있었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에 대한 실망감을 표하며 외면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아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정치 세력과 정부의 그릇된 야망에 두 공영방송의 뉴스 신뢰도는 크게 추락했다.

MBC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는 시청률 2%대까지 떨어졌다. 다수의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이끄는 JTBC가 KBS와 MBC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지난 해 연말 촛불 집회에서 정부와 공영방송에 대한 분노는 여실히 드러났다. “니들도 공범”이라는 낙서가 KBS 취재진의 차량에 적히고, MBC 기자는 자사 로고를 뗀 채 보도를 진행하는 굴욕을 당했다. 구성원들의 반성과 분노가 폭발했다.

포기하지 말아달라, 욕하고 비난해달라

▲ 이들은 부끄럽고 안타깝다면서 “MBC를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달라. MBC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달라. 저희 기자 모두가 절실하고 단호하게 맞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저희가 앞장서겠다”라고 변화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 MBC 본부 영상 캡처

지난 달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총파업을 하며 경영진에게 경고장을 날렸던 KBS 양대 노조인 KBS 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KBS 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KBS본부)는 17일 설날 연휴 이후 총파업 찬판 투표를 예고했다. 경영진의 대국민 사과와 보도 책임자 교체, 언론 장악 진상 규명 등을 요구했지만 KBS 고대영 사장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

일선 PD와 기자들이 끊임 없이 요구하고 투쟁하며 공정 보도를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장벽이 높고 걸림돌이 많다. 그나마 <추적60분> 제작진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집중적으로 다뤘지만 아직은 권력에 칼을 겨누지 못하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누적된 불만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한 분위기다.

KBS 양대 노조는 “고대영 사장이 끝내 노동조합의 요구를 거부했다”라면서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파멸의 수렁으로 KBS를 끌어가는 고 사장의 아집에 이젠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낄 지경”이라고 분노하며, 모든 쟁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KBS를 올바른 공영방송사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MBC는 구성원들이 한 달 넘게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정윤회의 아들인 정우식이 안광한 사장의 지시로 MBC 드라마에 특혜를 받고 출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 PD들이 가세했다. PD들과 기자들은 매일 안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또한 그동안 보도 간부들의 압력에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했던 기자들도 반성문 영상을 올리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2013년 입사 기자인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등이 일명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을 올린 후 100여명의 기자들이 추락한 MBC 보도에 대해 성토했다. 반성문 영상에 대한 간부의 경위서 제출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이들은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신 달라지겠다고 했다. 기자들은 “MBC를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달라. MBC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달라. 저희 기자 모두가 절실하고 단호하게 맞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저희가 앞장서겠다”라고 변화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의 사퇴, 공정 보도 목소리를 내다가 해직과 징계 조처가 행해진 기자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MBC의 진짜 얼굴들인 아나운서들도 동참했다. 김정근과 허일후 아나운서 등은 피켓 시위에 참여, 현장에서 배제된 신동진 박경추 차미연 등 아나운서국이 아닌 다른 부서로 쫓겨난 11명의 아나운서들의 복귀를 요구했다.

이들이 경영진의 보복성 징계와 부당한 전출 가능성이 있는데도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을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리겠다는 각오다. KBS와 MBC 구성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그 자체를 위한 방송인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용기 있는 쟁의라고 할 수 있다.

KBS본부와 MBC본부 공식 홈페이지에는 두 선언문이 나란히 있다. ‘KBS는 국민의 방송이다’,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문구가 두 공영방송의 구성원들이 추운 날씨에도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경영진을 향해 지탄의 목소리를 내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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