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임금 삭감' 앞세운 비상경영방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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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임금 삭감' 앞세운 비상경영방안 거부
사측이 제시한 특별상여금·근로복지기금 운영기준 변경, 임금체계 개편안에 "뺄셈만 들어간 경영방안"
"미래 먹거리 수익 창출 위한 제도 개선안 제시해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0.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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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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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가 실질임금 삭감을 요구한 회사의 비상경영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8일 노보를 내고 "인건비와 복리후생 삭감 등 뺄셈만이 들어간 비상경영방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재 급변하는 방송환경과 비상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사측이 제도 개선안을 제시할 경우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경영방안은 앞서 MBC 경영진이 대외적으로 공표한 비상경영계획의 세부안 중 하나다. 당시 MBC는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한 항목은 먼저 협의를 거치겠다며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7월 MBC는 방송문화진흥회 업무보고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 프로그램 탄력 편성·제작비 효율화 △ 업무추진비·일반 경비 긴축 △ 하반기 신규 채용 제한 등의 비상경영계획안을 실시하고,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추가로 비용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MBC 경영진이 MBC본부에 전달한 비상경영방안에는 인건비 축소와 관련해 연말 특별상여금을 흑자시에만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사내 근로복지기금의 운용 기준을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장기적으로는 현행 임금체계를 성과보상 위주로 개편하겠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본부는 이러한 방안이 실현되면 4% 이상의 실질임금 삭감 효과가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BC본부는 지난 9월 각 부문별 간담회와 대의원회를 통해 경영진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노보에 따르면 간담회와 대의원회에서는 '회사의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부터 깎자는 비상경영방안이 너무 무책임하게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위기에 대한 공감대와는 별개로 경영진이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실질임금 삭감을 통한 고통 분담이 단기적인 문제해결수단으로만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8월에도 MBC본부 서울지부는 경영진의 중기 인력운영계획을 두고 "너무나도 편의적이고 익숙한 비용 절감, 인력 감축 방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적어도 콘텐츠강화전략과 편성전략이 제시되고, 그에 따른 예산과 제작 계획이 구축된 이후 인력운영계획이 나와야 한다"며 미래 전략 제시를 요구한 바 있다.

MBC본부는 "경영진이 만약 구체적인 해법을 함께 제시했다면 기꺼이 고통을 나눌 수 있다는 조합원도 다수였다"며 "제대로 된 예산절감 대안과 수익창출을 위한 경영전략을 제시하라. 위기 타개 전략이 수반된 회사의 전략이 온다면 조합은 언제라도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동운 MBC본부장도 "우리 스스로 어려움을 감당해야 할 고통스러운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면서도 "임금이 경영진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좌우될 만큼 가벼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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