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박수선 기자]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KBS 직원이 당일 헬기 이륙 장면을 촬영하고도 독도경비대의 요청에 영상 일부만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단독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겼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KBS 직원의 행동은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KBS는 지난 2일 <뉴스9>에서 KBS 독도 파노라마 영상 장비 점검을 위해 독도에 있던 직원이 촬영한 영상을 받아 “추락사고 직전 소방헬기의 마지막 비행 영상”이라고 헬기 이륙 직후의 장면을 공개했다.
<뉴스9>는 ‘헬기 이륙영상...추락 직전 짧은 비행’ 리포트에서 “KBS의 독도 파노라마 영상 장비 점검차 야간 작업을 하던 KBS 직원이 이례적으로 늦은밤 착륙하는 헬기를 찍은 영상”이라며 “바람이 제법 세게 부는 가운데, 헬기는 환자와 보호자를 태운 뒤 바로 이륙해, 한바퀴 선회한 뒤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독도경비대 소속 팀장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에 ‘KBS 영상 관계자 두 분이 독도경비대에서 하루를 숙식하도록 해주면서 호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헬기 진행 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단독 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온라인 상에서 KBS 보도를 비판하는 글이 이어지자 '헬기 마지막 비행 영상' 리포트를 보도한 KBS 강 아무개 기자는 3일 자신의 SNS에 “영상에는 헬기가 날아간 방향이 담겨 있지 않다. 도착과 이륙 직후까지가 전부“라며 ”늦게 영상을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조금만 더 촬영이 이어졌더라면 구조작업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됐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었다“고 해명했다.
KBS는 헬기 이착륙 영상을 찍은 직원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KBS는 3일 “사고 직후 독도경비대가 해당 직원의 휴대전화 촬영 사실을 알고 관련 화면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이 직원은 본인이 찍은 화면 중 20초가량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곧바로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독도경비대는 헬기진행 방향 등이 담긴 화면을 제공해달라고 추가 요청했으나 해당 직원은 헬기 이착륙장 촬영의 보안상 문제에 대한 우려와 진행방향과는 무관한 화면이라는 점을 생각해 추가 화면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KBS는 지난 2일 오후 이 직원이 관련화면이 있다고 담당부장에게 보고하면서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이 화면을 9시뉴스에서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독 보도를 위해 영상을 숨겼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KBS는 “관련 사실을 인지한 후 해당 화면들은 다시 국토부 사고조사팀에 모두 넘기도록 했다”면서도 “해당 직원이 사전 동의 없이 휴대전화 촬영행위를 한 점, 사고 초기에 촬영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점, 어제 보도과정에서 이를 보다 철저히 확인하지 않고 방송해 논란이 일게 된 점 등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S는 이어 “해당 직원과 책임자 등 관계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추후 설명드리겠으며 향후 유사한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 윤리강령 등을 철저히 점검,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밤 응급환자와 구급대원 등 7명을 태운 소방 헬기가 독도에서 이륙한 후 2분여만에 추락해 현재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탑승자 중 2명의 시신이 수습된 가운데, 헬기 동체를 인양한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