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 "세월호 유족과의 약속 지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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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 "세월호 유족과의 약속 지켜 기쁘다"
세월호 참사 다룬 단편 다큐 '부재의 기억', 제92회 아카데미 단편 다큐 부문 최종 후보 선정
이승준 감독 "'부재의 기억', 세월호 참사 잊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 만들 수 있길"
  • 박예람 기자
  • 승인 2020.01.14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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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의 기억' 티저 영상 갈무리
'부재의 기억' 티저 영상 갈무리

[PD저널=박예람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단편 다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이승준 <부재의 기억> 감독은 "영화 상영 당시 세월호 참사 가족분들이 '세월호 사건을 세계에 많이 알려 달라”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준 감독은 아카데미 최종 후보작이 공개된 다음날인 14일 통화에서 "예비 후보 10편 모두 좋은 작품이라서 (최종 후보로 선정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한 뒤 "미국 중심적인 영화제에서 한국 작품이 두 개나 올라가 굉장히 뿌듯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와 상관없이 해외에서 한국 영화들에 주목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과학예술아카데미(AMPAS)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부재의 기억>을 포함해 총 5개 작품이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고 알렸다.

이승준 독립 PD가 연출하고 416기록단이 제작에 참여한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와 원인에 집중하는 기존 다큐멘터리들과 달리 국가의 부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다. 러닝타임은 총 29분이다.

이승준 독립PD는 2011년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로 ‘제24회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서 아시아 최초로 장편부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으며 일찍이 주목 받았다. <부재의 시간> 또한 지난해 IDFA에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고, 같은 해엔 ‘뉴욕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DOC NYC)'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한편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극장(옛 코닥극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이승준 감독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이승준 PD ⓒ김성
이승준 <부재의 기억>감독. ⓒ김성헌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최종 후보로 오른 소감이 어떤가.

“너무 기쁘다. <부재의 기억>은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측에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고 함께 촬영을 진행해온 작품이다. 영화 상영 당시 협의회 분들이 “이 영화로 세월호 사건을 세계에 많이 알려 달라”고 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로 올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너무 다행이면서도 기쁘다.“

지난달 아카데미 단편 다큐 부문에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었는데, 최종 노미네이션도 예상했나.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단편 다큐 부문 예비후보에 오른 10편 중 5편만 최종 후보로 선정됐는데, 예비후보 10편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다. 그래도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 좋겠다고는 생각은 했다. 해외에서 <부재의 기억>을 상영했을 때 현지 관객들이 많이, 깊게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고 외국인에게도 영화의 메시지가 잘 느껴지는구나 싶었다.”

최종 노미네이트 소식이 알려지고 주변 반응은.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한국독립PD협회 협회원들이 ‘아카데미를 접수하다니’라고 해 ‘접수는 무슨 접수냐’고 했다. 세월호 사고 초창기에 현장을 기록했던 ‘4·16 기록단’ 소속 선후배 PD들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문에 한국 작품이 노미네이트된 건 처음인 만큼 ‘가문의 영광’이다.”

세월호 유가족분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장훈 위원장님이 페이스북에 길게 글을 남겨주셨다. 최근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많이 실망하신 상태였는데 이 작품이 나와서 위로가 된다는 감회를 올리셨다. 최종 후보로 오른 것을 너무 좋아해주시고 고맙다고 해주시는데 되레 내가 고맙다.”

최종 노미네이션 소식은 어떻게 알게 됐나.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봤다. 아카데미 측의 연락은 오늘 받았다. ‘최종 후보로 노미네이션 됐으니 시상식 티켓을 체크해라’, ‘노미네이션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이었는데, 굉장히 쿨하게 연락을 줬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션 됐는데.

“미국 중심적인 영화제에서 한국 작품이 두 개나 올라가 굉장히 뿌듯하다. <기생충>은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영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와 상관없이 해외에서 한국 영화들에 주목하는 것이 행복하다.”

시상식은 언제 갈 예정인지.

“시상식은 현지 시간으로 2월 9일인데, 미국에 있는 <부재의 기억> 공동제작사 ‘필드 오브 비전’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상영회를 4번 더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사전 상영회 준비 때문에 설 지나고 바로 미국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가 큰 만큼 이번 노미네이션도 의미가 남다른 것 같은데. 실제 수상까지 하면 더 좋은 일일 것 같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통해서 세월호 참사가 많이 알려질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부재의 기억>이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라나.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부재의 기억>은 치유되기 힘든 사회적 참사로 인한 고통의 근원을 들여다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작품이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두 시간 동안 배 안과 밖의 풍경 및 사건,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통해 고통의 근원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세월호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더 밝혀질 일이 많을 것이다. <부재의 기억>을 통해 사람들이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고통을 본 사람들이 세월호에 관한 사실을 계속 밝히고, 유족들의 고통을 이야기 할 필요성에 공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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