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반대' 美 시위 보도, 관성적인 '폭동'‧'약탈'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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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반대' 美 시위 보도, 관성적인 '폭동'‧'약탈' 프레임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 전하는 언론, 무비판적으로 '폭동' 표현 사용
트럼프 美 대통령 '약탈자' 시선 투영..."시위 양상보다 맥락 짚어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6.04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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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방송된 YTN의 "'흑인 질식사' 사건 일파만파...유혈 폭동에 주방위군 소집" 리포트 화면 ⓒ YTN
5월 29일 방송된 YTN의 "'흑인 질식사' 사건 일파만파...유혈 폭동에 주방위군 소집" 리포트 화면 ⓒ YTN

[PD저널=이미나 기자]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일어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번진 시위에 우리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사건의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폭동'이라는 단어를 남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에게 목이 눌려 "숨을 쉴 수 없다""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공분을 샀다. 이는 '인종의 용광로'라 일컬어지는 미국에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며, 이것이 유색인종의 삶을 위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미과학아카데미(NAS)에 발표된 프랭크 에드워즈 루트거즈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실제 백인에 비해 유색인종이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다. 특히 25~29세 남성의 경우 경찰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흑인은 2.8~4.1명(인구 10만 명당), 백인 0.9~1.4명으로 3배가량 차이가 났다.

이번 사건을 우리 언론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달 28일부터 국내 언론에 보도된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는 '폭동'으로 규정된 경우가 적지 않다. 

<'미 흑인 사망'에 유혈폭동 격화…911 녹취록 공개> <美 흑인 과잉진압 사망 사건, 유혈폭동으로 비화…경찰서도 불타> <미국 폭동 밤새 확산...현지 한인 피해 상황은?> 등 제목을 비롯해, 본문에 '폭동'이라는 단어를 포함한 언론 보도는 3일 오후 3시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준으로 1400건 이상이었다.

"내란에까지 이르지 아니하였으나 집단적 폭력 행위를 일으켜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폭동'은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시위을 폭동으로 부르는 것은 사건의 인종차별적 맥락을 지우고, 대신 시위의 폭력성만 부각하는 문제를 낳는다.

이는 동시에 '지배자의 시각'을 대변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집회 참가자들을 '약탈자'(looter)로 부르며 이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주의의 역사에 큰 의미를 갖는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 4·3항쟁은 당시 '지배자의 시각'에선 '폭도'들이 참가한 '폭동'으로 격하되곤 했다.

CNN,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시위에 '폭동'으로 번역되는 'riot'보다는 '집회, 시위'의 뜻을 가진 'protest'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 외신은 일부 폭력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violent'(폭력적인) 'escalate'(격화되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전하기도 하나, 'rio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시위가 격화되고 있음을 보도한 CNN 화면 갈무리 ⓒ CNN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시위가 격화되고 있음을 보도한 CNN 화면 갈무리 ⓒ CNN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공권력이 개인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에 (미국 국민들이) 항의 집회를 여는 건 헌법에 보장된 그들의 권리인 집회·결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헌법상 권리주체인 국민들의 집단적 문제제기라는 인식이 있다면 언론이 이를 쉽게 '폭동'이라 표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의 프레이밍에 따라 이번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은 '폭도'가 될 수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인권침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될 수도 있다"며 "맥락에 대한 고민 없이 현상만을 보고 '폭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언론의 관성화된 프레이밍 때문이기도 하며, 기본적으로 언론이 주류의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폭력과 약탈 등 집회 일각에서 일어나는 '현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역시 지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극적인 장면에만 초점을 맞춘 지금의 언론 보도가 시위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과거 촛불집회나 노동자의 파업 등 사회적 충돌이 일어났을 때, 보수언론을 통해 번번이 동원되는 '폭력 집회' 프레임이 이번 보도에서도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윤석빈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지금 우리 언론은 미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시위를 전반적으로 조망하기보단 자극적인 장면 위주로 보도하고 있다"며 "왜 이런 폭력적 현상이 일어나는지 등을 설명함으로써 (언론 이용자들이)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도록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석빈 위원장은 "제대로 된 용어를 선택하는 것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위의 본질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며 "'폭동'이라는 표현으로 외신을 의역했다면 의역의 이유까지 설명해야 시위의 본령과 뜻을 살리는 보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모습.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는 이날로 8일째에 접어들었다. ⓒAP/뉴시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모습.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는 이날로 8일째에 접어들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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