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육성하겠다는데...OTT 시장 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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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국내 OTT...'인수합병' '독점 콘텐츠 확보' 주력
국회 큰 문턱 넘은 '자율등급제'..."미디어 컨트롤타워 서둘러야"

양지을(왼쪽), 이명한 티빙 대표가 지난해 10월 18일 티빙 1주년 ‘TVING CONNECT 2021’ 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OTT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양지을(왼쪽), 이명한 티빙 대표가 지난해 10월 18일 티빙 1주년 ‘TVING CONNECT 2021’ 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OTT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임경호 기자] K-콘텐츠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OTT 지형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넷플릭스 공세를 받으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온 국내 OTT들은 '콘텐츠 경쟁력 강화'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닮은 듯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국내 OTT 중에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티빙이다. 티빙이 KT의 OTT 서비스 시즌(seezn)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합병이 결정된 이후 '국내 OTT 지각변동' 인수합병 본격화'를 점치는 보도가 쏟아졌다. 시즌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합산하면 티빙이 국내 OTT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티빙은 적극적인 투자로 점유율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티빙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제야 태동해서 크고 있는 단계”라며 “좋은 콘텐츠로 성장을 도모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내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필요하다면 더 투자할 수도 있다"며 "지금은 투자를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OTT 이용률은 2017년 36%에서 2021년 69.5%까지 늘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OTT 무료 및 유료(단·복수) 이용자 비교 분석>에 따르면 2017년 이후 OTT 서비스 유료 이용률은 지난해 가장 큰 폭(21.7%→50.1%)으로 증가했다.

웨이브가 지난 22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개최한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극장 시사회장의 모습. ©PD저널
웨이브가 지난 22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개최한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극장 시사회장의 모습. ©PD저널

'토종 OTT'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웨이브는 HBO 화제작을 독점 공개하는 등 킬러 콘텐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HBO와 대규모 콘텐츠 월정액(SVOD) 독점 계약을 체결한 웨이브는 <왕좌의 게임> 프리퀄 <하우스 오브 드래곤>, <수어사이드 스쿼드> 사건 이후의 세계를 그린 <피스메이커> 등 HBO 맥스 오리지널 작품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웨이브는 사업제휴 확대 등을 통해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한편  해외 진출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단기성 이벤트나 제휴 등도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며 “국내 시장 1위를 굳히면 (해외 시장에) 기세를 몰아갈 수도 있겠지만, 세계 OTT 시장을 무대로 볼 때 우리끼리의 가입자 경쟁이 큰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쿠팡플레이는 장르의 다양성과 킬러 콘텐츠를 무기로 티빙과 웨이브를 뒤쫓고 있다. 세 사업자의 유료 이용률은 △티빙(12.7%) △웨이브(12.6%) △쿠팡플레이(0.8%)순이지만, 7월 국내 OTT 플랫폼 MAU 집계에서 쿠팡은 양사를 앞지르기도 했다.  

스포츠 경기 독점 중계로 주목을 끈 쿠팡플레이는 <안나>에 이어 시트콤 <유니콘>(8월 26일 공개)를 선보이는 등 오리지널 제작도 늘리고 있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근래의 가시적인 성과는 토트넘 경기와 같은 킬러 콘텐츠(‘쿠팡플레이 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게 사실”이라며 '쿠팡' 와우 회원들에게 좋은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콘테(왼쪽) 토트넘 핫스퍼 감독과 손흥민 선수가 7월 1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서울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토니오 콘테(왼쪽) 토트넘 핫스퍼 감독과 손흥민 선수가 7월 12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서울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경기를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매각설에 휘말린 왓챠는 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왓챠는 부인하고 있지만, 티빙-시즌 인수합병 이후 자금난 등을 근거로 '왓챠 매각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왓챠 관계자는 “최근 투자시장이 경색되면서 신규 사업을 축소하는 등 조직경량화에 들어갔으며, BEP를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투자 유치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했다.

각자도생 중인 OTT 사업자들은 정부에 현실적인 OTT 정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OTT업계의 숙원이었던 '자율등급제'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미디어 컨트롤타워 설치에도 속도를 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처 간, 또는 행정부와 입법부, 학계와 사업자 등 미디어 현실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있어야 한다”며 “미디어 컨트롤타워는 별다른 쟁점도 없는 이슈인데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단력 있는 자세와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관심을 쏟고 있는 국내 OTT 해외시장 기반 마련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왓챠는 2020년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일본시장에 진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는 못했다.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는 “‘넷플릭스’가 구독자의 대부분을 선점한 상황에서 ‘남은 파이 나눠먹기’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 산업 자체가 규모의 경제 효과가 상당한 분야인데, 우리는 시장 한계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해외 플랫폼과 제휴하는 방법을 통해 진출 시기를 앞당기고, 이를 통해 시장 전략을 조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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