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 중단' MBC에 책임 떠넘긴 대통령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통령실, "근본적인 재발방지 방안 마련 되어야"
기자단, MBC 기자 상응 조치 의견 제시 요청에 "징계 근거 규정 없어"
기자협회 "눈엣가시 같은 비판 언론사에 대한 집요한 공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PD저널=임경호 기자] 대통령실이 6개월 넘게 지속해온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을 MBC 기자의 항의성 질문을 문제 삼아 중단했다. MBC에 대한 초강경 대응의 여파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21일 도어스테핑 중단을 선언하면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도어스테핑을) 지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현장에서 불거진 MBC 출입기자와 이기정 홍보수석비서관 사이의 언쟁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악의적 행태 탓”이라고 MBC 측에 책임을 돌렸다. MBC 출입기자는 “무엇이 악의적이냐”며 퇴장 중인 대통령에게 질문했고, 이기정 비서관이 이를 나무라며 양자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 결정에 앞서 출입기자간사단에 MBC출입기자 징계에 대한 의견 제시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출입기자간사단은 대통령실로부터 ‘운영위원회 소집 및 의견 송부’를 요청받았다고 21일 밝혔다. 대통령실이 출입기자에 대한 징계 등을 결정할 때 출입기자단 운영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토록 한 ‘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언쟁을 벌였던 MBC 기자에 대해 △출입기자 등록 취소(이 경우 해당 언론사는 1년 이내 출입기자 추천 불가) △대통령 기자실 출입정지 △다른 MBC 소속 기자로 교체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자단 측 참고 의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자단은 현행 ‘출입기자 운영 규정’에 도어스테핑에 관한 사안이 포함되지 않아 징계를 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는 점과 이번 사안에 대한 기자단 내 의견이 크게 갈리는 점을 이유로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겠다고 지난 20일 대통령실에 알렸다.

 '근거 규정이 없다'는 기자단의 설명처럼 기자들이 엠바고 파기로 징계를 받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기자의 태도 가 징계 근거가 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아직까지 뚜렷한 징계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조치의 전후 사정을 보면 "헌법 수호"가 명분이 된  'MBC 기자 전용기 탑승 거부'와 궤를 같이 한다.   

야권과 언론계에선 대통령실이 MBC를 본보기로 내세워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1일 언론단체와 가진 긴급 간담회에서 “도어스테핑 중단은 불편한 질문은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수 위원은 “해외 유수의 매체 기자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 길들이기와 탄압에 심대한 위협을 느끼는 중”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한국기자협회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약식회견 중단은 ‘출근길, 국민들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을 강조하던 모습과는 정반대"라며 “이 같은 대통령실의 대응은 누가 봐도 눈엣가시 같은 비판 언론사에 대한 집요한 공격으로 비춰질 뿐만 아니라 특정 언론사를 본보기로 삼아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했다. 

도어스테핑 중단이 윤 정부의 언론관과 닿아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YTN 민(사)영화 추진과 MBC에 대한 조치들, 방송통신위위원회 심사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이때까지 벌어진 일련의 조치들이 과연 별개의 사건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들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도어스테핑 중단과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인데, 이것을 마치 시혜 베풀 듯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더라도 공개 브리핑이나 정기 기자 간담회 등 정보를 제공할 대안(창구)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