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MBC 악의적" 발언에 MBC 기자·대통령실 날선 설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무엇이 악의적이냐" MBC 기자 질문에 답변 無
'MBC가 악의적인 이유 10가지' 자료 낸 대통령실
MBC노조 "MBC를 장악하려는 신호 공식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PD저널=임경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기자들과 마주한 첫 도어스테핑 현장에서 MBC 출입기자와 대통령비서실 직원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MBC 취재진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를 두고 MBC와 대통령실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모양새다. 

18일 오전 열린 도어스테핑에서 ‘선택적 언론관’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이 도화선이 됐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게 비판하길 바란다”면서도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부연하며 “입법‧사법‧행정과 함께 민주주의를 받드는 기둥으로서 언론의 자유만큼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공식적인 도어스테핑이 종료된 뒤 자리를 떠나는 윤 대통령에게 MBC 보도의 어떤 점이 악의적인지 질문했지만 윤 대통령은 답변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후 이기정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은 ‘퇴장하는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MBC 출입기자는 이에 항의하며 2분가량 설전을 벌였다.

18일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이 끝난 뒤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에 오간 설전을 담은 KBS 현장 영상 갈무리.
18일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문답이 끝난 뒤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에 오간 설전을 담은 KBS 현장 영상 갈무리.

대통령실은 양자 간의 설전이 논란이 되자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 질문에 대해 답하겠다“며 'MBC의 보도가 악의적인 이유'를 10개 항목으로 정리했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서면 답변을 통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 국회 앞에 미국이란 말을 괄호 안에 넣어 미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쓴 것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 방송을 했다”며 “한미동맹을 노골적으로 이간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미 국무부는 ‘한국과 우리의 관계는 끈끈하다’고 회신했지만 MBC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며 “이런 부분들을 문제 삼자 MBC는 ‘어떠한 해석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또 거짓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가짜뉴스’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답변 요구에 대한 무응답 △시사교양 프로그램 대역 미고지 등을 언급하며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지 공영방송으로서 성찰하기보다 ‘뭐가 악의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바로 이게 악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노골적인 MBC 탄압이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를 파괴하려는 시도로 보고 강력한 투쟁을 선포한다”고 응수했다. 

MBC 본부는 “윤 대통령에게 언론의 자유는 ‘말 잘 듣는 내 편’에게만 주어지는 ‘특혜’일 뿐”이라며 ”본인 스스로가 공적인 자리에서 말한 욕설과 비속어를 있는 그대로 보도한 죄(?)를 물어 전용기 탑승 배제도 모자라 가짜뉴스로 명명하고 각종 언론 탄압을 일삼는 건 ‘언론 자유 보장이라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자 헌법을 파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가 헌법수호 책임 일환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언어도단이자 궤변”이라며 “오늘 윤 대통령이 MBC에 대해 쏟아낸 말은 공영방송 MBC를 자신들 마음대로 장악하고 무너뜨리려는 신호를 공식화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