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KT 오보' 언쟁…"보도본부장 불러야" 주장에 다수 이사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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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장 설명 듣자는 소수 이사...다수는 "보도 독립성 개입 우려"
MBC플레이비 사장에 강재형 전 MBC 아나운서 내정

방송문화진흥회. ⓒPD저널
방송문화진흥회. ⓒPD저널

[PD저널=임경호 기자]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KT 사장에 응모했다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한 MBC 오보와 관련해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들 간에 언쟁이 오갔다.

4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이 보도 책임자를 소환해 사고 경위 등을 소명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다수 이사들의 반대로 긴급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달 30일 13번째 리포트 <'‘낙하산’ 앉히려고?..KT 정관 만지작>에서 KT 사장에 출마한 비례대표 출신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동명이인인 3선 국회의원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잘못 보도해 도마에 올랐다.

MBC는 다음날 <뉴스데스크>에서 “해당 보도가 나가게 된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지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해당 기사는 수정 뒤 다시 업로드 됐다.

여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도인 이사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MBC 보도 책임자인 박장호 보도본부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직접 소명토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지난 3일 이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선 이사장이 박 본부장 등에게 들은 사건의 경위 등을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들에게 대신 전달하자 김도인 이사가 언성을 높이며 반발했다. 이어 다수의 이사들이 긴급안건 상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짧은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김도인 이사는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고 싶으면, 최근 공영방송에 대두되는 설명책임과 같은 부분에 있어 명확하게 조사해서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개선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공식적으로 보도본부장이 이사회에 나와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을 띄는 지성우 이사도 “중대한 오보가 발생했는데 재발 방지 조치를 하겠다는 이야기만 듣고 넘어가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시각에서 옳은 것이냐”며 “(권 이사장이 전달한) 그 말씀을 MBC 관계자로부터 직접 듣고, 질문도 국민들을 대신해서 직접 하는 그런 절차가 좀 필요할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권태선 이사장은 소수 이사의 반발과 관련해 “저도 걱정이 돼서 물어본 것이고, 그 사안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MBC 측은 이번 오보 사건과 관련해 급하게 마감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MBC는 다음주쯤 인사위를 열어 오보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의 징계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MBC가 지난 3월 31일 뉴스데스크 오프닝에서 '3선 김성태 의원 KT 사장 지원' 오보와 관련해 내보낸 사과방송 화면 갈무리.
MBC가 지난 3월 31일 뉴스데스크 오프닝에서 '3선 김성태 의원 KT 사장 지원' 오보와 관련해 내보낸 사과방송 화면 갈무리.

다수의 이사들은 보도본부장을 불러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자칫 보도 독립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며 반대했다. 이에 따라 박 본부장을 소환코자 한 김도인 이사의 제안은 방문진 이사 과반(5명)의 동의가 필요한 긴급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윤능호 이사는 “보도본부장을 불러서 물어보는 과정에 별별 얘기가 다 나올 수 있다”며 “자칫 보도 중립성이나 독립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기에 (이런 건에 대해) 소환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환 이사는 “MBC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규정한 방문진 역할에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보도나 제작에 대한 부분이 광의의 영역에서 (방송사) ‘운영’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겠지만, 나서서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선아 이사도 “당사자에 대한 사과도 이뤄진 것 같고, 책임자를 소환해서 긴급히 무엇을 해야 할 필요성은 현재로선 없는 것 같다”며 “오보에 대한 잘못이 있지만 (이사회에 소환할 만큼) 공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지점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강중묵 이사는 “이번 사건이 보도본부장을 부를 사안은 아니다”라고 정리하면서도 “자꾸 이런 실수가 되풀이되는 부분이 우려스럽다”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민병우 전 사장의 감사 선임으로 공석이 된 MBC플레이비 사장 자리에 강재형 전 MBC 아나운서 소속 국장을 선임토록 하는 사전협의 안건을 의결했다. MBC는 4월 중 이사회를 열고 플레이비 신임 사장 선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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