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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갑질' 사라질 때까지 두 PD의 죽음 잊지 말아야"

[현장] 故 박환성·김광일 PD 1주기 추모제..."그대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구보라 기자l승인2018.07.16 13: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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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떠났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故 박환성 PD와 故 김광일 PD를 기리는 추모제 '다시 두 사람을 기억합니다'가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렸다. ⓒPD저널

[PD저널=구보라 기자] "EBS와 분쟁을 했다는 것은 자신의 밥그릇을 내놓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방송 생태계에 대한 하나의 항변이었다. 그런데 결국 이 두 사람의 목숨 값으로 불공정 관행이 밝혀졌다.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만 이게 쟁점이 되는구나 싶어서 가장 안타깝다." (故 박환성 PD의 동생이자 블루라이노픽쳐스 대표 박경준 씨의 말)

지난해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떠났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故 박환성 PD와 故 김광일 PD를 기리는 추모제 <다시 두 사람을 기억합니다>가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렸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제가 진행된 가운데, 자리를 채운 많은 이들은 두 PD를 그리워하며 애도했다. 동시에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제작 현장에 대한 비통함과 분노를 표하며 "두 PD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박환성 PD는 방송사의 불공정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해결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의 뜻을 이어받은 유족들은 지난 5월 EBS 외주제작 업무 담당 PD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박경준 대표는 추모사에서 "박환성 PD는 모난 돌이었다. 그래서 너무나 거대한 정을 맞았다"며 "하지만 밑에서 같이 받쳐 줄 모난 돌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 부당 거래를 사회에 알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앞으로도 함께하는 분들이 있는 한, 끝까지 싸워가겠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는 두 사람의 넋을 기리고, 생전 두 사람의 모습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하고 웃고 떠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호용 한국독립PD협회장도 추모사를 통해 "두 PD의 죽음은 약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공정하지 못 한 방송 산업이 낳은 폭력적 결과"라며 "방송 불공정 관행이 개선될 때까지 우리는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또한 "독립 PD를 비롯한 방송제작 노동자들의 처우를 포기하지 않고 바꿔나가겠다. 내년 추모식에는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그대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며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떠났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 한 故 박환성 PD와 故 김광일 PD를 기리는 추모제 '다시 두 사람을 기억합니다'가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렸다. ⓒPD저널

이날 추모제 1부는 두 PD의 모습이 담긴 추모영상 상영(▷바로가기), 추모사, 공동성명서 낭독, 헌화, 추모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헌화에는 류지열 한국PD연합회 회장·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최성주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등을 비롯해 동료 독립 PD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추모 공연에 나선 가수 하림은 "독립 PD들이 더 이상 갑질을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진 2부에서 참가자들은 두 PD가 연출했던 프로그램을 함께 보며 그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추모제가 끝난 이후 故 김광일 PD의 아내 오영미 작가는 "오는 길 내내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추모제에서 많은 분들이 김광일 PD를 기억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오 작가는 "하지만 아직 방송계는 바뀐 점이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용찬 독립 PD도 "방송 시스템이 더 선진화된다면 방송사와 PD들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이제까지는 '불합리'에 맞서 싸웠다면 이제는 서로를 마주보고 앞으로 상생을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추모제에서는 방송계 불공정 관행의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서 '故 박환성, 김광일PD 1주기를 맞이하며'도 발표됐다. 

이번 성명서에는 한국독립PD협회를 비롯해 한국PD연합회,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언론위원회, 김해영·노웅래·이상돈·추혜선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수십 년간 공공연하게 자행된 거대 방송사의 갑질에 모두가 침묵하고 있을 때, 故 박환성PD는 자신의 밥줄을 내놓고 공개적으로 저항했다. 사고 후 1년이 지나도 방송제작 현실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며 "갑질없는 세상, 공정한 방송생태계를 위한 길에 끝까지 함께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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