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신고 1호 사업장 된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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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계약직 아나운서 7인, 16일 오전 기자회견 열고 고용노동부에 진정서 접수
"근로자 지위 보전 인정받은 뒤에도 아나운서 업무 수행 못해"

MBC 16,17 사번 해직 아나운서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MBC 16,17 사번 해직 아나운서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직장 내 괴롭힘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이 고용노동부에 MBC가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이들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법원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MBC의 노동자이나, 업무 공간으로부터 격리당하고 사내 전산망 접속이 차단되어 회사 소식을 알 수조차 없다"며 "이에 직장 내 괴롭힘 법이 시행되는 오늘, 우리가 정당히 부여받은 일할 권리를 되찾고자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과 2017년 사이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로 입사했던 이들은 2018년 MBC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뒤 '재계약 거절은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다. 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진 뒤에는 지난 3월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과 함께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5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뒤 MBC로 출근을 시작했다.

그러나 MBC로 돌아간 뒤에도 예전처럼 아나운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사실상 격리돼 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개정 근로기준법 76조에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앞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과 관련해 발표한 16가지 괴롭힘 유형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 등을 차별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아나운서들의 법률대리인인 류하경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돈을 못 받았으면 돌려받으면 되지만 젊은 노동자는 시간을 돌려받을 수 없다"며 "법원이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음에도 MBC는 계속해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히고 있어 (아나운서들이) 밖에 있을 때보다 더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시민사회단체 인사들도 MBC가 아나운서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50주기 사업위원장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MBC의 조치에 노동계가 당혹해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적폐에 맞서 함께 풍천 노숙했던 최승호 사장과 MBC 구성원에 맞서 노동계가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 활동가도 "공정방송을 만들기 위해 광장에서 함께했던 MBC가 인권침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며 "이들은 사회적으로도 '적폐 아나운서'라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MBC가 괴롭힘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괴롭힘도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진정을 접수한 고용노동부는 사건을 MBC의 소재지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으로 옮겨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감독관 파견 조사 결과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고용노동부는 MBC에 시정명령이나 권고조치를 내릴 수 있다.

류하경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첫 진정 사건인 만큼 확언할 수는 없지만, 통상적인 경우를 감안하면 조사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진정서를 접수한 아나운서들은 MBC를 찾아 최승호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할 예정이다. 류 변호사 역시 "현재 MBC 업무에 필요한 아나운서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이들은 복귀해 방송을 할 수 있다"며 "다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지금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MBC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하지만, 이들의 부당해고 여부와 관련해서는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MBC 한 관계자는 "오늘 오후 MBC의 공식입장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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