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블랙리스트 연상"...'윤석열차'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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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장관 "표현의 자유 탄압 아니야...공모요강 삭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문제 삼은 것"
홍익표 위원장 "카툰에 정치적 내용을 빼면 카툰 자체가 성립 안돼"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에 대한 질의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PD저널=임경호 기자] 5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차' 만화에 대한 강경대응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5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윤덕 의원은 '윤석열차' 논란과 관련 "윤 대통령도 문화계 원로와의 오찬 자리에서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고 약속했고, 박 장관도 취임사에서 같은 약속하며 공적인 지원을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기본 원칙을 천명했는데 공개적으로 예술인을 압박 중인 것을 보니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다시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윤석열차'는 부천시 출연 재단법인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경기도지사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열차의 전면에는 윤석열 대통령 얼굴을 그려넣었고, 뒷칸에는 김건희 여사로 보이는 인물과 칼을 든 검사들이 타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열린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시장에서 작품이 공개된 이후 문체부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측에 '엄중 경고'를 보내며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4일 이례적으로 두차례 설명자료를 내고 "진흥원 측에서 후원명칭 사용승인을 요청하며 제출했던 개최 계획의 결격 사유가 공모 요강에서 누락됐다"며 "(문체부 후원 명칭 사용) 승인사항을 취소하고 그때부터 3년간 후원 명칭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의 따르면 진흥원은 △작품의 응모자가 불분명하거나 표절·도용·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 △응모요강 기준(규격, 분량)에 미달된 경우 △과도한 선정성·폭력성을 띤 경우 등을 결격 사유로 명시했다. 

전재수 의원은 "보도자료를 두 번이나 낼 정도로 긴급한 사안이었냐"며 "오전에 내고, 일과를 마친 저녁 9시에 내면서 난리를 치는데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내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임종성 의원도 “비속어 논란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실, 집권여당이 MBC를 제물 삼아 언론을 옥죄더니 민주국가에서 발생할 수 없는 일이 또 다시 벌어졌다”며 “‘윤석열차’ 논란으로 인한 문화탄압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모 요강을 문제 삼은 문체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임종성 의원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만화영상진흥원에서 공모한 내용을 보면 문체부가 주장한 항목들이 포함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이때까지 문체부 직원들이 제재하지 않던 것들을 지금 와서 하려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박보균 장관은 이날 '윤석열차'에 대한 문체부의 대응이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공모전 문제는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같은 것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며 "문체부의 이름을 빌리고 장관상 수상을 요청하면서 제시한 공모요강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삭제한 부분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일관되게 해명했다. 

문체부의 대응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병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출연해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던 <SNL코리아> '주기자가 간다' 방송 영상을 근거로 "(이번 결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뜻과도 배치되는 것 아니냐"며 "과거 블랙리스트 사례와 비교하면 직권남용과도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위원장은 "카툰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가.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한 컷짜리 만화다. 카툰에 정치적 내용을 빼면 카툰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문체부가 왜 이렇게까지 일을 키웠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마무리 하는 게 표현의 자유도 해치지 않고 국정운영에도 도움이 될지 한 번 숙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야당 의원들의 파상공세 속에 여당 의원들은 진흥원 측의 공모 요강 누락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문체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황보승희 의원은 "기준을 제시해놓고 실제 심사 과정에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상작으로 선정되고도 논란이 되는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생기는 것"이라며 "애초에 기준이 명확했다면 문제될 부분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용호 의원은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하지만 교육적 측면에서 당초 생각했던 정치적 소재 등을 제외한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다”며 “이 문제를 자꾸 ‘블랙리스트’라고 침소봉대하고 과도한 프레임을 거는 것은 정치적 공세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문화예술계는 이날 '윤석열차'와 관련 공동 성명을 내고 반문화적·민주적 검열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우리 예술인들은 문체부가 말한 이러한 엄중 경고와 협박성 조치가 낯설지 않다. 국정농단 당시,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가 문화행정 조직을 총동원해 예술인과 예술작품을 검열과 지원 배제로 탄압한 블랙리스트 사건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윤석열차’ 검열 사건이 국가범죄 블랙리스트가 재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반민주적인 검열을 멈추고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약속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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