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악? KBS 이사가 방송 장악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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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BS 총파업 10일차 집회... 열릴 예정이었던 이사회는 다수 이사들 불참으로 무산

▲ 강규형 KBS 이사(명지대 교수)가 지난 12일 자신을 찾아간 KBS새노조 조합원에게 "사퇴합니다"라며 "내년 8월에...됐어요?"라고 말하고 있다. ⓒKBS새노조 유튜브 화면캡처

[PD저널=구보라 기자] “사퇴합니다” (강규형 KBS 이사, 명지대학교 교수)

고대영 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언론노조 KBS본부가 공개한 영상에서 강규형 KBS 이사(명지대 교수)가 한 말이다. 하지만 강규형 교수는 이내 곧 “내년 8월에...됐어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현재 KBS 이사의 임기는 2018년 8월 까지다. 결국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밝힌 셈이다.

지난 4일부터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한 KBS새노조는 박근혜 정권 시절 새누리당이 임명한 7명의 이사들(이인호, 김경민, 강규형, 차기환, 변석찬, 조우석, 이원일)에게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KBS 이사라면 마땅히 행했어야 할 공영방송 경영진 감시 의무를 방기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KBS새노조는 명지대 학생들과 함께 지난 12일 명지대학교에서 강규형 이사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동안 구여권 추천 이사 7명은 구야권 이사들이 고대영 사장의 조직개편, 불공정 방송 등등과 관련한 논의나 감사를 제안할 때마다 매번 다수결에 의해 부결시켰다.

KBS새노조 조합원들은 13일 오후 2시 여의도 KBS 본관 1층 로비 ‘민주화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강규형 이사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해당 영상에서 강규형 이사는 자신이 교수로 재직 중인 명지대를 찾아간 새노조 조합원들에게 "홍위병 생활하는 거 창피하지 않아요? 지금 문건에 따라서 그대로 하고 있는데. 방송 장악하려고 이러는거 문제 있지 않습니까? 정연주 때보다 훨씬 낫죠. 선동 방송보다 훨씬 낫죠. 분명 방송 안 건드린다고 하고 문건 따라서 그대로 행동하고 있잖아. 지금 창피해야 돼요”라고 말했다. (관련 영상 : 170912 새노조 총파업 9일차 집회 정리)

▲ 강규형 KBS 이사(명지대 교수)는 지난 12일 자신을 찾아간 KBS새노조 조합원에게 "홍위병 생활하는 거 창피하지 않아요? 지금 문건에 따라서 그대로 하고 있는데. 방송 장악하려고 이러는거 문제 있지 않습니까? 정연주 때보다 훨씬 낫죠. 선동 방송보다 훨씬 낫죠. 분명 방송 안 건드린다고 하고 문건 따라서 그대로 행동하고 있잖아. 지금 창피해야 돼요”라고 말했다. ⓒKBS새노조 유튜브 화면캡처

이에 대해 성재호 KBS새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강규형 이사의 발언에 대해 열받지 마시라”며 “강규형 명지대 교수가 훨씬 더 열 받는 것 같다. 저한테 새벽 1시에 전화를 하더라. 많이 바짝 화가 났나 보다. 서식지를 침탈당하면 화내는 사람이 있잖나”라며 비판했다.

이어 “강규형... 교수라고 하기가 부끄럽다”며 “우리보고 홍위병이라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국민을 위한 홍위병이다. 방송 이사가 방송 장악 하는 거 아니냐고 묻고 싶다. 우리는 국민이 방송장악 하기 위해서 파업하고 있다! 원래 주인인 국민한테 방송을 돌려드릴 거다. 이제 다 왔다. 저들이 떨고 있다.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곧 좋은 소식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태훈 KBS새노조 부위원장도 “강 이사가 새벽에 위원장한테 전화도 하고, 문자도 남겼더라. 그렇게 대가 약한 사람인지 몰랐다”고 말하며 “이번주는 ‘적폐이사 타격주간’인만큼, 내일은 이원일 법무법인 바른 대표이사를 만나러 가겠다. 그곳을 가서, 많은 시민들에게 KBS 고대영 사장의 처신을 묵살했던 이원일 KBS 이사가 이 곳에 있다고 반드시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새노조는 오는 14일 오전 11시 이원일 이사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 앞에서, 오후 3시에는 김경민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한양대학교로 찾아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 JTBC 뉴스룸 <세무조사·인사조치 압박 배후 주목…'MB판 방송 장악'> 보도 ⓒJTBC 보도 화면캡처 

김인규 사장 시절 전보발령 받은 김영한 PD "KBS 경영진, 청와대 명령 받아 집행하는 하수인에 불과했나...뉴스 보며 서글퍼졌다"

이어 국가정보원 개혁위가 공개한 ‘MB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 건’ 등의 문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김영한 KBS 라디오 PD도 마이크를 잡았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MB 정부 시절 국정원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활동을 하고 연예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방송 제작자들을 전보 발령 내는 등 방송 장악에 나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JTBC <뉴스룸>의 ‘세무조사·인사조치 압박 배후 주목…'MB판 방송 장악'’보도에서 김영한 PD는 ‘특정 라디오 제작자 지방 전보발령 유도’ 부분에서 지방발령을 받았던 PD로 이름이 거론됐다. 

김영한 PD는 “어제 뉴스를 보며 분노를 하기보단, 서글퍼졌다. 사장과 본부장이라는 사람이 기껏 청와대 명령을 받아서 집행하는 하수인에 불과했다는 그런 사실이 너무나도 슬펐다”며 “선배들이 고작 한다는 짓이 후배들을 발령하고 자기 자리 보존하려 했던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PD는 당시 김인규 사장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라디오 PD들에게 보복성 지역발령을 내렸던 정황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지역발령을 받았던 PD들은 김영한 PD 외에도 국은주 PD. 박종성 PD 등 총 5명(새노조 조합원 소속 4명)이었다. KBS새노조는 13일 오후 "상기 내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 김영한 KBS 라디오 PD가 13일 오후 KBS 본관 민주화 광장에 열린 총파업 10일차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BS새노조 페이스북 라이브 화면캡처 

그는 “MB 정권이 2008년 8월 8일에 정연주 사장 몰아내고, 이병순 사장과 김인규 언론특보를 연달아 KBS 낙하산 사장으로 내리꽂았다. 그 당시에 김인규 사장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KBS에 이른바 ‘좌파세력’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전보 발령 등 불이익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당시 이종만 라디오본부장을 만나서 지역으로 가는 이유를 물었다. ‘지역에 가서 그동안 쌓았던 경험을 가지고 티칭과 코칭을 하며 지역방송을 업그레이드 시키라’고 하더라.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부산이라고 하다가 ‘광주는 어때’라고 말했다. 지역방송을 활성화시킨다면 지역을 선정하고 보내야 하는데, 갑자기 광주라고 한 거다. 심지어 광주를 가니 간부들은 제가 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발령에 대해 어떤 논의도 절차도 없었다. 지역방송 활성화라는 핑계가 얼마나 기만적이었던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한 PD는 “고대영 사장이 6층에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나가라고 하면,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며 조합원들과 함께 “공영방송 망친 주범, 고대영은 집에 가라! 방송독립 쟁취 투쟁! 결사 투쟁! 고대영은 집에가서 두번다시 오지마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성재호 KBS새노조 위원장은 이날 집회가 열린 KBS 민주화 광장에 대한 의미를 짚으며 고대영 사장에게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성 위원장은 “우리 선배들이 방송 독립을 외쳤던 바로 그 장소다. 그런데 고대영 사장은 취임한 이후부터 이 장소에서 집회가 열리지 못 하게 막았다. 아마 자기가 KBS 안에서 꼭 지키고 싶은 장소가 있었던 것 같다. 남은 장소는 딱 한군데. 6층 사장실”이라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고대영 사장은 잘 생각하라. 사장실에 칩거한 채 눌러앉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곧 사장실로 올라갈 거다. 그때, 분노한 우리들과 한 번 이야기해 보자. 다음에 6층에서 만나자”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4시 KBS 본관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BS 이사회는 열리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구야권 추천 이사들이 ‘파업 대책 추가 보고’ 건을 상정해 열린 임시이사회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이인호 이사장과 구야권 추천 이사인 김서중, 권태선, 전영일, 장주영 이사만이 참석해 성원 미달로 개회하지 못했다. KBS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는 개회하지 않았으나 참석한 5인의 이사들은 이사회 참석차 회의실에 온 각 본부장들에게 파업 상황을 보고 받았다. 이후 몇 가지 질의 응답이 오갔으며, 이인호 이사장이 정족수 미달로 폐회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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