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양광 보도' 사태 수습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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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부실' '청와대 외압' 의혹 둘러싸고 내부 격론...보도위원회 세차례 회의에도 결론 못내
일부 기자들 "윤도한 수석 공영방송 보도 개입"... 시사제작국장 "취재기자 사실관계 확인 안해" 주장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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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KBS가 안팎에서 ‘허위보도’ ‘외압’ 의혹이 제기된 <시사기획 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의 사태 수습에 애를 먹고 있다. 

내부에서 '청와대 연루설을 제기한 대목의 사실관계 확인이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청와대 외압 논란에 경영진이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KBS기자협회가 주관한 보도위원회가 4일까지 세차례 열렸지만 책임자 측과 실무진 측의 입장 차이가 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보도위원회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의 문제점을 보도한 <시사기획 창>의 청와대 압력 의혹과 재방송 결방 경위 등에 대해 제작진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개최됐다. 

앞서 지난달 25일과 28일 두 차례 보도위원회가 열렸지만, 보도본부장 등 책임자 5인과 <시사기획 창> 제작진 등 실무자 5인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 추가로 4일 오후 3차 보도위원회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를 이루는 덴 실패했다.

실무자측은 재방송 결방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제작진과의 의견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청와대의 반발에 대한 사측의 대응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제작진은 성명에서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반발하기만 하면 재방송도 결방시키는 것이 KBS가 추구하는 언론관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책임자 측에선 방송 내용 중 사실관계 확인이 미흡한 부분이 확인된 만큼 재방송을 강행할 수 없었던 것일 뿐 청와대의 외압은 없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4일 홍사훈 KBS 시사제작국장은 내부 게시판에 취재기자가 대통령의 반응을 전한 정부 관계자에게 제대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홍 국장은 "(청와대의 반박 이후) 입장문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우리가 취재의 당사자인 김 아무개 차관에게 확인을 안 했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며 "재방송 불방도 이런 취지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심의에서도 사실 관계 확인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제 방송에 반영되지 않았다. 

<시사기획 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방송 전 KBS 심의실은 △ 최규성 전 농어촌공사 사장의 태양광 업체 위치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쓰던 사무실이라고 언급해 양측의 연관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보이고 △ '대통령이 좋아했다'는 전언에 어이없는 결정이 내려진다고 단정적으로 언급한 점도 더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취재기자와 담당 데스크는 이 같은 지적사항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방송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을 만든 기자에게 <PD저널>은 '김 아무개 차관에게 사실 확인 차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사전심의에서 지적된 사항은 본 방송에 반영된 것인지' 등을 물었지만, 별다른 답을 듣지 못했다. 

KBS 내부에서도 <시사기획 창> 보도의 적절성과 이후 경영진의 대응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KBS 내부게시판에서 '청와대의 보도 개입'에 반발하는 기자들과 취재의 미진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맞부딪치고 있다. 

KBS 21기 기자 11명은 "윤도한 홍보수석은 방송이 나간 뒤 KBS의 보도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사과를 요구했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했다. 윤도한 수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핵심 권력자의 지위에 있는 자가 공영방송의 보도에 개입하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 된다"고 주장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해 자리에서 물러난 김시곤 전 보도국장도 "청와대 윤도한 수석은 방송법이나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 정정보도와 사과방송을 KBS에 요구했다"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국장의 주장은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윤도한 수석을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취지와 궤를 같이 한다. 

반면 최문호 탐사보도부 기자는 "최규성 씨의 말은 '전언'이다. '전언'을 '증언'으로 주장할 만한 추가 취재나 근거 제시도 없다"며 "현재 갈등이 제기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볼 때 여러 궁금증 또는 의문점을 해소시킬 근거들이 있었다면 방송에 담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짚었다.

KBS 노사가 마주 앉는 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태양광 보도'를 둘러싼 시비가 가려질지 미지수다. 노사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이 문제는 단체협약 체결 이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던 공정성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되는 공정성위원회는 공정방송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사안에 대해 일종의 배심원과 같이 의견을 내는 역할을 한다"며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아 위원 구성 등 운영상의 문제를 놓고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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