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국감, '유시민 알릴레오' '조국 보도' 놓고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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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KBS' 내붙인 자유한국당 "KBS, 좌파 논객에 휘둘리고 권력에 납작 엎드려"
여당서도 "입장 번복해 논란 키워" 지적..."사회적 약자 돌아보는 공영방송 역할 해야" 쓴소리도

양승동 KBS 사장이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KBS‧EBS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양승동 KBS 사장이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KBS‧EBS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17일 열린 KBS‧EBS에 대한 국회 과학정보기술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정감사는 KBS의  '조국 의혹' 보도와 관련한 편파성‧공정성 시비가 주를 이뤘다. 특히 최근 <유시민의 알릴레오>(이하 <알릴레오>)가 KBS의 '정경심 교수 자산관리인' 인터뷰를 놓고 의혹을 제기한 게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알릴레오>의 의혹 제기에 KBS가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정권 실세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며 오전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지난 4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자리에 붙였던 이들은 이날도 '근조 KBS' '국민의 명령이다! 양승동 나가레오!'라는 피켓을 붙이고 양승동 사장을 압박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은 "조국이 가고 유시민이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알아서 (KBS가)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평이 있다"며 "좌파 논객에게 휘둘리고 권력에 납작 엎드린 KBS가 어떻게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알릴레오>에 패널로 출연한 기자가 KBS 법조 기자를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을 두고 "KBS 위에 유시민이 있는 것 같다. 수모를 겪어도 대응은 우왕좌왕하고, 자중지란에 빠지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유 이사장을 고발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시민 이사장을 넘어 KBS가 한상혁 방통위원장,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며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는 것도 기가 막힌데 <저널리즘 토크쇼 J>를 통해 자사 기자 공격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승동 사장이 "미디어가 상호 비평하는 것은 당연하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타사뿐만 아니라 KBS 뉴스도 필요할 땐 비평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지상파 3사 사장단이 한상혁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 위원장이 '저널리즘 기능 회복'을 언급한 것을 고리로 "경영난 등으로 한상혁 위원장에게 잘 보여야 하는 KBS가 (조사위원회를) 요구하니 따른 것 아니냐. 한상혁 위원장으로부터 '잘했다' 격려와 칭찬이라도 받았나"고 몰아붙였다.

그런가 하면 KBS의 대응 자체가 미흡했다는 의원들의 지적도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여당은 KBS가 입장을 번복하면서 논란을 가중했다며 비판했다.

오전 첫 질의자였던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음부터 그동안 KBS를 둘러싸고 일었던 논란을 줄줄이 언급하며 "양승동 체제는 한 마디로 위기"라고 진단했다. 김성수 의원은 "유시민 이사장이 'KBS 기자와 검찰이 내통했다'고 주장하는 건 사실이 아니라 생각하고 나도 동의할 수 없지만, 너무 대응을 서두르다 논란을 키웠다"며 "내부 구성원의 반응 등을 고려해 신중히 대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조국 전 장관 관련 보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국민이 60%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KBS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논란이 된 기자들이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으나, 그동안 익숙했던 취재 관행들을 돌아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전 나왔던 '논두렁 시계' 보도를 예로 들며 "피의사실공표 보도는 개선돼야 한다. 국제적 기준으로도 이제 사건 관련 보도는 (검찰 발표가 아닌) 판결 중심 보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양승동 사장은 "시청자에 의혹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기 위해서는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내부 조사위원회는 KBS의 전반적인 취재 관행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라며 "(청와대 등의) 외압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양 사장은 "KBS 나름대로 대응을 했지만 사회적 논란과 파장이 커진 데 대해 사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출입처 중심주의 등 취재 관행들을 돌아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KBS가 정치적 논리에 매몰되기보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어야 한다는 쓴 소리도 나왔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메인 뉴스 큐시트를 보니 9월 한 달간 조국 전 장관 보도가 130건, 하루 4건 꼴로 나왔다"며 "우리 사회에 '조국' 밖에 뉴스가 할 게 없었나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평정심을 잃은 지나친 경쟁이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발로 인한 낙농가의 어려움, 여성 톨게이트 노동자 농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KBS는 과연 눈길 한 번 주고 있나"라며 "(KBS가) 어떤 정치인이 머리를 깎고, 끝나고 뒷정리까지 하는 걸 디테일하게 보여줄 때 자괴감이 든다. 공영방송 KBS가 정말로 국민들의 삶을 위해 존재하는지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남북 예선전 중계 무산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진 가운데, KBS는 북한 축구협회가 보내온 영상이 중계용으로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영상을 방송용으로 활용한 것으로 허가한 것인지, 단순히 우리 측 축구협회에 기록용으로만 건네준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KBS는 대한축구협회가 이날 오후 공개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뉴스 제작에 사용하는 한편, 에이전시와 방송용 영상 확보를 위한 추가 협상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기문 KBS 스포츠국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에이전시로부터 HD 화질로 된 (방송용) 영상을 제공하겠다는 말을 듣고 (선수단이 입국한) 공항으로 갔는데 대한축구협회에선 가져온 영상이 방송용이 아닌 내부 기록용이라고 하더라"며 "실랑이 끝에 영상을 받아와 확인해 보니 화질이 SD 수준이었다. 지상파 3사 국장과 실무자들과 회의 끝에 '90분짜리 영상을 이런 화질로 방송하는 건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고 편성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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