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서사 확장하는 '펭수'·'유산슬', 방송사 종횡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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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서사 확장하는 '펭수'·'유산슬', 방송사 종횡무진
경쟁 치열해지면서 방송사 외부 '흥행 요소' 확보에 적극적...지나친 '분량 쪼개기' 눈총 받기도
"캐릭터 스토리텔링 확장 의미"...시청자들 반색, 시청률·조회수 '껑충'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11.19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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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방송된 KBS '아침마당'에 나온 트로트 가수 '유산슬'. '유산슬'은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사용하는 예명이다. ⓒ KBS
18일 방송된 KBS '아침마당'에 나온 트로트 가수 '유산슬'. '유산슬'은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사용하는 예명이다.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지난 18일 KBS 1TV <아침마당>에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트로트에 도전한 유재석은 지난 14일 tbs<배칠수·박희진의 9595쇼> 원음방송 <조은형의 가요세상>에 신인가수 자격으로 출연, 신곡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유산슬에 앞서 펭수가 있었다. 유명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왔다는 열 살짜리 펭귄 '펭수'는 소속사 격인 EBS를 근거지로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하며 '방송사 도장 깨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한 달 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V2>와 SBS <정글의 법칙 in 순다열도>와 같은 각 방송사 간판급 예능 프로그램이 모두 '펭수 모시기'에 나섰다. KBS <연예가중계>도 오는 22일 펭수의 화보 촬영 현장을 방송한다. 펭수의 출연을 대대로 홍보했다 10분 남짓한 분량만을 내보낸 JTBC <아는형님>을 두고는 시청자들이 '낚시 아니냐'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이는 방송 시장의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방송사들이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부터 흥행이 될 만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생긴 변화다. 

과거 미디어 시장이 한정된 사업자들만의 '그들만의 리그'였다면, 이제는 누구나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비롯해 유튜브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스타 크리에이터들은 기존 미디어 사업자들에겐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지난 2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순다열도'에는 'EBS 연습생' 펭수가 내레이터로 등장했다. ⓒ SBS
지난 2일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 in 순다열도'에는 'EBS 연습생' 펭수가 내레이터로 등장했다. ⓒ SBS

미디어 이용 패턴이 바뀌면서 이용자들은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콘텐츠만 찾아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흐름에 발 맞춰 방송사도 외부의 인기 요소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펭수를 내레이터로 기용해 화제를 모았던 SBS <정글의 법칙 in 순다열도>의 박용우 PD는 통화에서 "펭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프로그램과) 연결고리도 있고, 특히 이번 편의 콘셉트인 '동심'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콘셉트만 맞다면 소속과 같은 것은 크게 상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TV조선 <미스트롯> 우승자인 송가인도 한차례 방송사를 휩쓸고 다녔지만, '펭수'와 '유산슬'의 활약과는 결이 다르다. 각각 EBS 연습생과 신인 트로트 가수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내세운 펭수와 유산슬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캐릭터 서사와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EBS 연습생'인 펭수가 각 방송사를 돌며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한 경험치를 쌓고, '신인가수' 유산슬이 신곡 홍보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다시 오리지널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놀면 뭐하니?>와 <자이언트 펭TV>의 소재가 된다.

김태호 <놀면 뭐하니?> PD는 통화에서 "<놀면 뭐하니?>를 시작하면서 강조하고 있는 개념이 '확장성'"이라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고 볼 때 이제 소재의 한계는 분명히 있는 것 같고, 이제는 플랫폼 융합을 시도할 때라고 생각해 (프로그램을 통해) 그런 시도를 해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경수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자이언트 펭TV>나 <놀면 뭐하니?> 모두 해당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출연한 여러 매체의 다른 콘텐츠까지 보아야 하나의 완전한 서사가 완성되는 구조"라며 "콘텐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던 제작자들이 방송사의 벽, 매체의 벽을 넘나드는 크로스 미디어 전략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놀면 뭐하니?>와 <아침마당> 모두 상승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는 윤중경 KBS PD의 말처럼, 이 같은 '윈-윈 전략'은 실제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18일 방송된 <아침마당>은 시청률 10.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 달간 시청률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직전 방송(15일 방송분)이 기록했던 시청률 8.0%에서 2.2%포인트나 오른 수치이기도 하다.

<자이언트 펭TV>도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정글의 법칙 in 순다열도> 녹음 현장영상은 19일 기준 조회수 66만 회를 돌파했다. <놀면 뭐하니?>도 오는 30일 방송에서 tbs와 KBS 방송 출연 뒷이야기를 담은 에피소드를 방영할 예정이다. 박용우 SBS PD는 "당장 시청률과 같은 수치상의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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