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채널A 기자, 증거인멸에 알리바이 조작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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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의혹' 채널A 기자, 증거인멸에 알리바이 조작 계획도
채널A, 진상조사 보고서 공개... 휴대폰 2대 초기화하고 허위 분실신고까지
'검사장 통화 녹음파일'은 재녹음도 계획 세워
채널A "관련자 징계하겠다"....해당 기자 측 "진상조사 결과, 사실 부합하지 않아"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5.25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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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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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취재윤리 위반·검언유착 의혹을 받는 채널A 기자가 노트북과 휴대폰을 포맷하고, 거짓으로 휴대폰을 '분실했다'고 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이 확인됐다. 이철 전 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대리인으로 나선 A씨에게 들려준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다른 이의 목소리로 재녹음해 들려줄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채널A는 22일 <뉴스A> 말미 "기자가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이를 취재에 이용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명백한 잘못이고, 채널A의 윤리강령과 기자 준칙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공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5일 공개된 총 53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채널A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기자의 취재 경위 및 이후 채널A 보도본부의 대응, 이 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이 담겼다.

그러나 사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검언유착' 의혹에 관해서는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

채널A 기자는 A씨를 만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자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검사장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들려주거나 녹취록을 보여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관계자들의 비리를 제보할 것을 권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따라서 녹취록과 통화 녹음파일의 상대가 실제 기자가 거론한 검사장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검언유착' 의혹을 가리는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보고서를 보면 이 기자는 후배 기자에게 검찰 고위 관계자와 이철 전 대표 수사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0일 채널A 기자와 후배 기자 간의 통화 내용을 보면, 그는 '검찰 관계자가 (이철 전 대표 관련 수사에) 손을 써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이야기를 했다' '(검찰 관계자가) 일단 A씨를 만나서 자신을 팔라고 했으니 만나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했다 정도는 말해도 된다'는 등의 말을 했다.

4월 6일과 4월 22일 진상조사위원회의 두 번에 걸친 면담 조사에서도 채널A 기자는 녹취록과 통화 녹음파일의 상대를 특정해 거론했다.

이 같은 정황증거에도 불구하고 진상조사위원회는 '검찰 고위 관계자'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기자가 A씨와 만나는 과정에 대해 검찰 관계자와 대화했을 가능성은 있다. 이는 기자의 진술과 후배 기자와의 통화 녹음파일 등 일부 증거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면서도 "후배 기자도 녹음파일을 들어보거나 녹취록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며 객관적 증거인 녹음파일을 확보하지 못해 당사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채널A 기자도 후배 기자와의 통화 내용 등과 관련한 진상조사위원회의 두 차례에 걸친 추가 면담 조사 요청을 검찰 조사 준비를 이유로 거부했고, 변호인을 통해 '상대방은 검사장이 아닌 제3자'라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진상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밝혀진 내용도 있다. 바로 채널A 기자의 적극적인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다.

이 기자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제출하기 전 노트북을 포맷한 뒤 '윈도우 업그레이드를 하라는 전산팀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채널A 전산팀에서는 '업그레이드는 필요 없었고, 해당 기자가 컴퓨터가 느리니 포맷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배치된 진술을 했다.

또 이 기자는 허위로 휴대폰을 분실했다고 신고하고,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는다'며 동료 기자와 함께 술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후 허위 진술을 인정하고 휴대폰 두 대를 제출했으나, 모두 초기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위원회 측은 '노트북과 휴대폰 두 대를 외부 업체에 맡겨 복원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채널A 사회부장과 법조팀장 역시 의혹이 불거진 뒤 카카오톡 내 일부 대화내용을 삭제했으며, 역시 복원에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채널A 기자는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삭제한 뒤 재녹음해 A씨에게 들려줄 계획도 꾸몄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 기자는 의혹을 받던 초기 '또 다른 채널A 법조팀 기자의 목소리로 녹음파일 속 문장의 일부를 다시 녹음해 A씨에게 들려줘 녹음하게 하면, 목소리 파장이 다르니 알리바이가 생긴다'는 취지의 '반박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나 이는 법조팀장의 반대로 실행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는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과 보도본부 차원의 관리감독 책임은 인정되지만, "강제 조사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었"던 만큼 그 밖의 의혹은 규명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채널A 기자에게 취재에 착수하라고 상급자가 지시한 사실은 없으며, 착수 과정에서 검찰 관계자와 논의했다고 볼 만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기자가 A씨에게 들려준 녹음파일은 기자에 의해 삭제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별도로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조사위 조사 권한과 범위, 방법 한계 등으로 인해 현재로선 녹음파일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2일 밝혔던 대로 취재윤리에디터 도입, 법조팀 운영 시스템 개편안 마련, 취재윤리 규칙 신설 및 직무교육 강화 등을 재발방지 대책으로 내놨다. 또 "채널A는 회사 명예를 손상시킨 행위나 사규 위반 행위에 대해 징계한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채널A 기자가 이번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에서 협박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만큼,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는 최대한 부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기자의 법률대리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보고서 공개 이후 별도의 입장문을 내 "채널A 기자는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진상조사위원회 발표 내용은 스스로도 인정한 것처럼 부실한 조사 및 한정된 증거를 토대로 성급히 추정적 결론을 낸 것으로서 상당 부분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주진우 변호사는 "채널A 기자는 검찰 고위관계자’와 취재 과정을 사전·사후에 공모한 사실이 전혀 없고, A씨에게 들려준 음성 녹음파일은 '검찰 고위관계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주 변호사는 "진상조사위원회 발표는 기자가 변호인 조력을 받기 이전의 일부 진술과 전문증거를 토대로 한 것으로서 사실관계 인정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며 "조사 과정에서 기자의 휴대전화·노트북을 사실상 강압적으로 제출받고, 당사자의 사전 동의 없이 포렌식한 사설 업체를 검찰에 알려주어 압수수색을 받도록 하였으며, 더 나아가 본인 동의 없이 휴대전화 두 대를 검사에게 제출했다. 진상조사 과정 및 결과 발표 모두 기자의 기본적 절차적 권리나 인권이 무시된 채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자의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취재 도구는 언론 자유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으로 이에 대한 무분별한 압수수색이나 내용의 공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압수수색이 종료된 후 (채널A로부터 받은) 휴대폰 2대는 압수수색의 유효기간과 장소 등을 위반한 불법임이 법리적으로 명백한 만큼 변호인에게 반환할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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