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성원 10명 중 7명 "외부 공세 수준 우려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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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MBC본부, 신임 사장 선임 앞두고 조합원 설문조사
외부공세 대응방안은 의견 분분…"사장 선임에 구성원 의견 반영 필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MBC 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MBC 노조

[PD저널=임경호 기자] 조합원 10명 중 7명이 MBC를 둘러싼 외부의 공세에 우려를 표한 가운데 대응방식을 두고 신중론과 강경론이 맞섰다. 차기 사장의 과제로는 MBC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시민평가단을 도입한 사장 선임 절차는 구성원 참여 부재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조합원들이 바라는 차기 사장 후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지부 조합원 1077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신임 사장의 자질과 덕목 등을 다룬 적합도 설문과 사장 선임 절차 및 방식에 대한 설문이 진행됐다. 응답률은 33%(354명)이다.

우선 현재 MBC를 둘러싼 외부의 공세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외부의 공세 수준이 우려스럽다’(69.5%)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사장의 대응 방법을 두고 ‘외압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보도와 제작에 더 신중해야 한다’(46.9%)는 쪽과 ‘외압의 부당성과 회사의 입장을 적극 알리고 강력하게 맞서야 한다’(44.4%)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현재 MBC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차기 사장이 대외적으로 가장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2개 선택)에 대한 질문에는 ‘미디어 환경 변화 속 MBC 경쟁력 확보’(91.5%)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며, ‘공영방송 MBC의 공정성 및 신뢰성 제고’(57.9%)가 뒤를 이었다. 또 3명 중 1명은 ‘정치적 외압에 대한 견제 및 방어’(37.6%)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차기 사장의 경영 과제로는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57.3%)와 ‘적재적소, 능력에 따른 인사’(51.4%)가 1,2위를 차지했다. 조합원들은 ‘경영 수지 개선을 위한 효율적 경영’(44.1%)과 ‘내부 갈등 완화 및 조직 문화 개선’(42.4%)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들이 생각하는 차기 사장 자격으로는 ‘의사소통 의지와 실행 능력’(74.0%)과 ‘과거 업무 성과와 경영 능력’(54.2%)이 가장 중요했으며,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 및 철학’(53.1%)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차기 사장 덕목(2개 선택)으론 4명 중 3명이 ‘공정성’(75.7%)과 ‘진취성’(73.4%)을 선택했다.

결격 요소로는 ‘근로조건 악화 및 노사관계 훼손’(62.7%)과 ‘경영 마인드 부재’(62.1%)가 꼽혔다. ‘보도 및 제작의 공정성 및 자율성 훼손’ 항목도 절반에 가까운 선택(45.8%)을 받았다.

시민평가단 도입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 사장 선임 절차는 응답자 45.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 평가 이유로 2명 중 1명(50.0%)이 ‘시민평가단 도입’을 꼽았으며, ‘선임 절차 공개의 투명성’(40.0%)이 뒤를 이었다. 부정평가 이유는 ‘내부 구성원 의견 반영 절차 부재’(42.6%)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권한 과다’(32.4%)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후보 2인 중 방문진 이사회에서 최종 1인을 선정하는 절차에 대해 응답자의 86.2%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83.1%는 ‘사장 선임 과정에 이사회, 시민평가단, MBC구성원의 정량적 평가 점수를 모두 일정 비율 반영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했다.

유튜브 채널 '정봉주TV' 방송 화면. ⓒ유튜브 갈무리
유튜브 채널 '정봉주TV' 방송 화면. ⓒ유튜브 갈무리

노조는 정치권 등의 사장 개입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는 지난 3일 오후 ‘정치권에 줄부터 대는 후보, 당장 그만두어라’ 성명을 통해 “국회의원 출신 한 인사는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다니고 있다”며 “또 다른 정치권 유명 인사 역시 특정 후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들 정치인들이 아무런 이유나 계산 없이 온전히 그릇된 오지랖만으로 특정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당장 오는 7일로 예정된 후보자 3배수 압축을 앞두고, 특정 후보가 정치권의 뒷배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 내부에선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힌 내용이 "노골적인 선거 개입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봉주 교육연수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박성제 현 MBC 사장이 재선됐을 때의 리스크와 함께 권 모 후보에 대한 지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채널에서 내려간 상태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 2일 MBC 사장 지원자 공모 마감 결과, △강재형 MBC 아나운서 소속 국장 △권순표 MBC 뉴스룸 선임기자실 소속 국장 △김석창 前 MBC 문화사업국장 △김원태 MBC감사 △문호철 MBC 공영미디어국 심의팀 소속 부장 △박성제 MBC사장 △안형준 MBC 기획조정본부 메가MBC추진단 소속 부장 △유재용 안동MBC사장 △이윤재 前 MBC아나운서국 소속 국장 △이은우 MBC 공영미디어국 심의팀 소속 국장 △이재명 MBC 기술인프라국 송신팀 소속 부장 △조창호 MBC 뉴스룸 편집센터 뉴스포맷분석파트 소속 부장 △허태정 MBC 시사교양본부 콘텐츠협력센터 소속 국장(가다나순)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오는 7일 이사회에서 지원자 13인에 대한 면접평가를 실시, 시민평가 대상 후보자 3인을 선발한다. 후보 3인은 18일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리는 시민평가단 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자 2인으로 좁혀진다. 방문진 이사회는 21일 면접과 투표를 거쳐 신임 MBC 사장 내정자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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