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차이나' 기름 끼얹는 '신종 코로나'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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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숙주는 박쥐' 단정적 보도에 "공포영화" "포비아" 표현 남발...'중국인 혐오' 조장 보도 '기승'
감염병 준칙 "신종 감염병의 보도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정보 구분해야"

21일 방송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화면 갈무리 ⓒ SBS
21일 방송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화면 갈무리 ⓒ SBS

[PD저널=이미나·박예람 기자]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과 관련한 일부 보도가 불필요한 대중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인종차별적인 혐오 감정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 전염성 질병이 발생했을 당시 제기된 보도의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신종 코로나는 국내에서도 28일 오후 기준으로 4명의 확진자를 냈다. 언론은 확진자 증가 추이 등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는데, 28일 오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단어를 포함한 기사는 총 2만 4천여 건에 이른다.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신종 감염병의 출현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이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단정적으로 전하거나 공포심, '반중 정서'를 유발하는 보도도 적지 않다.    

<한국일보>의 27일자 <中 우한, 밀려드는 환자에 의료체계 마비… "공포영화가 현실로">, 연합뉴스TV의 28일자 <안팎에서 "우한 출신 오지마"…번지는 '신종코로나 포비아'> 등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보도는 쉽게 발견된다. 

중국당국이 감염 경로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28일 <서울신문>의 <중국인 우한폐렴, 사스, 메르스 낳은 박쥐를 왜 먹나>, 29일 <중앙일보>의 <[차이나인사이트] 기상천외 식도락이 '박쥐의 역습' 불렀다…중국 우한의 비극> 등 박쥐를 신종 코로나 숙주로 모는 기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는 한국신문협회·한국방송협회 등이 공동으로 만든 재난보도 준칙이나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과도 맞지 않는다.

재난보도 준칙은 "불가피하게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부족하거나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를 함께 언급함으로써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론에 권고하고 있다. 감염병 보도 준칙도 "발생 원인이나 감염 경로 등이 불확실한 신종 감염병의 보도는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전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보도하거나, '민폐를 끼치는 중국인' 프레임을 조장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재중 교포의 입을 빌려 "국제 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중국인들이 '비행기 값만 내면 한국 가서 폐렴 치료가 가능한데 왜 중국에 있느냐'는 말을 했다"고 보도한 SBS의 21일자 <"중국인들, 우한 코로나 치료하러 일부러 한국행 소문도…"> 기사나 27일자 채널A의 <중국인들, 한국서 '마스크 쇼핑'…"박스째 쓸어가"> 기사, 같은 날 <아시아경제>의 <"왜 한국이 부담하냐" '우한 폐렴' 中 여성 치료비 韓 부담 갑론을박>과 같은 기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결과적으로 이런 보도는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수가 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중국인 혐오'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로 감염증 명칭을 공지한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 역시 '반중 감정'을 조장하는 건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과 더불어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29일 전북 전주시 전주시보건소 출입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과 더불어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29일 전북 전주시 전주시보건소 출입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발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언론이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재난의 초기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예방을 위해 언론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이연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언론이 호들갑을 떨면 국민을 두렵게 할 수 있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확히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보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헬스커뮤니케이션센터 센터장)도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언론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가 먹통이다'라고 꼬집기보단 증상이나 예방수칙, 대처 방법 등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이를 반복해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KBS와 연합뉴스TV를 방문해 재난방송 점검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속보 경쟁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취재와 보도를 통해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사회적 혼란과 국민의 과도한 불안을 야기하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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