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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 일주일 총체적 난국 드러낸 보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부터 방송사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세월호 보도를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세월호 보도에 집중했다. 하지만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수색 상황 등을 전한 기자와 방송사에 돌아온 건 강한 불신과 호된 질타였다.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현장에서 기자들은 환영받지 못했다. 취재 카메라가 부서지고, 욕설을 들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생존자 학부모들이 22일 “이슈가 아닌 진실 보도를 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언론은 믿지 못할 존재였다. 대형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등장하는 선정적인 보도, 정부 발표 ‘받아쓰기’, 오보 릴레이 등의 문제가 이번에도 드러난 탓이다.  

▲ KBS <뉴스특보> 4월18일자 보도.

■ 속보경쟁 ‘받아쓰기’ =재난보도의 생명은 정확한 보도에 있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인명을 다루는 재난사고에서 불확실한 보도는 피해자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하지만 세월호 보도는 오보의 연속이었다. 사고 발생 첫날인 지난 16일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의 발표대로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낸 이후에도 오보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속보경쟁에 돌입한 언론이 정부의 발표를 검증 없이 받아쓴 결과다.

지난 18일 YTN이 “세월호 침몰 해역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해경이 세월호 선체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한 뒤 여러 매체에서 ‘선체 진입’을 사실인 양 쏟아냈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발표를 받아 쓴 보도는 “선체 진입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양경찰청의 부인으로 오보가 됐다.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생긴 혼선이지만 기자가 복수의 관계 부처에 사실을 확인했다면 막을 수 있는 오보였다.

같은날 오후 KBS <뉴스특보>는 “구조당국 ‘선내 엉켜있는 시신 다수 확인’”이라는 자막을 내보내 시청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자극적인 문구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KBS의 보도는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의 브리핑을 통해 ‘오보’로 확인됐다. 해경은 기자회견을 갖고 “민간 다이버 2명이 입수해 세월호 2층 화물칸 출입을 개방, 선내 안쪽에 진입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연 선문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이번 여객선 침몰 사고의 경우 정부의 지휘체계의 잘못이 크지만 언론도 정부의 발표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며 “대형 오보를 낸 언론이 정부의 탓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오보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 MBC <뉴스데스크> 4월 20일자 보도.

■유언비어 퍼뜨리는 보도 =일부 방송은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유언비어와 불확실한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되기도 했다. MBN은 지난 18일 민간잠수부라고 주장한 홍아무개씨와의 허위 인터뷰로 물의를 빚었다.MBN<뉴스특보>는 “배 안에서 (실종자들과) 대화가 된 잠수부도 있습니다”,“(정부 측 관계자가) 시간만 대충 때우고 가라고 했다고 합니다”는 등의 홍씨의 인터뷰를 보도했지만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동원 MBN 보도국장은 이날 오후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이 내용이 MBN의 의도와 관계없이 인터넷과 SNS상으로 확산되면서 구조현장 주변에서 큰 혼선이 빚어졌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22일 허위 인터뷰를 한 홍 씨에 대해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채널A가 지난 21일 단원고 실종자 학생 친형의 입을 빌어 “실종자 유가족들의 청와대 도보행진은 외부인이 부추긴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불필요한 의혹을 낳았다.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세월호 좌파발언’,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의 ‘유가족을 가장한 선동꾼 발언’ 등으로 확산되면서 피해자 가족에게 또한번 고통을 안겼다.

이날 ‘도보행진’ 현장에 있었던 한 인터넷 매체의 기자는 “외부인이 있었는지 사실여부를 떠나 외부 세력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으면 사실 확인을 하는 게 순서”라며 “실제 현장에선 외부인이 선동하는 분위기도 전혀 아니었고 채널A 보도가 나온 이후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 <중앙일보> 보도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 2차 피해 부른 방송  =사고 발생 초기 뉴스특보에는 실종자 가족의 울부짖는 얼굴이 화면을 채웠다. 실종자 가족과 사망자 가족 할 것 없이 별다른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보도됐다. 방송사마다 피해자의 입장을 배려해 보도한다는 강령, 준칙 등을 두고 있지만 실제 보도에선 지켜지지 않았다. 이들의 통곡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JTBC는 사고 당일 뉴스특보를 진행한 앵커는 구조된 지 몇 시간이 안 된 단원고 학생에게 “학생이 사망한 것을 알고 있느냐”고 물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MBN <뉴스공감>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사고와 무관한 다른 사고의 시신 운구 장면을 방송했다.

MBC는 사고 당일 <이브닝 뉴스>에서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1인당 최고 3억 5000만원 배상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TV조선 <뉴스쇼 판>과 뉴스Y <뉴스특보>도 같은 날 '사망보험금 1인당 3억 5000만원', '학생과 교사들은 최고 1억원 추가' 등의 내용을 보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됐다.

■‘분풀이’ 조장하는 방송= 언론이 실종자 수색보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의 책임을 따지는 데 앞장서는 것도 논란이다. 22일 오후 3시 현재 194명의 생사를 모르고 있는데 구조작업보다 책임규명이 먼저냐는 것이다. 재난보도는 인명 구조와 피해 최소화가 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런데도 방송뉴스는 세월호 선장에 대한 ‘여론 재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처벌 약하다…살인죄 적용해야’(4월 22일 TV조선 <뉴스9>) ‘세월호 선장 살인죄 적용 가능한가’(4월 22일 <뉴스Y>) 등의 보도에선 ‘책임자 처벌’이라는 국민적 공분만 읽힌다.

MBC <뉴스데스크>도 지난 21일 시신 추가 수습 보도에 이어 세월호 선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을 두 번째로 전했다. <뉴스데스크>는 ‘선원 미래 탈출 준비?’‘탈출 선원 매뉴얼만 지켰어도…’등 선원들의 책임을 묻는 세꼭지를 연달아 배치했다. 이런 보도의 배경에 정부의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장이 먼저 탈출한 것은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고 발언한 이후 세월호 선장과 선원에 대한 언론의 비판 강도가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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