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박수선 기자] 최근 늘고 있는 글로벌 공동제작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은 무엇일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는 19일 ‘2025 방송 공동제작 국제 콘퍼런스’(IBCC 2025)를 열고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방미통위는 “최근 제작비 상승과 소재 고갈 등으로 방송사나 제작사가 단독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간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날 행사가 정부, 방송사, 콘텐츠 제작사 등 다양한 관계자간 협력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내 남편과 결혼해줘>, <첫사랑 DOGs> <로맨틱 어나니머스> 등 세 편의 한일 합작 드라마를 제작한 CJ ENM은 공동제작 노하우를 공유했다.
지난해 tvN를 통해 방송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올해 일본판으로 제작돼 일본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영어와 비영어를 포함해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한 드라마에 오를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조성우 CJ ENM 글로벌사업본부장은 “세 드라마 모두 한국과 일본의 제작 역량과 리소스를 투입해 제작된 작품이지만 하나의 정답은 없다”며 “합작 형태는 파트너사와 OTT의 니즈와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한국 크리에이터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활용하는 쪽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우 본부장은 공동 제작 과정과 관련해선 ”언어 차이의 문제로 시간·비용 등 비효율이 발생할 여지가 많은데, 현장 지휘를 맡은 감독에게 전담 통역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소통의 오류를 줄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와 달리 일본은 도쿄 등 (대도시의) 촬영 섭외가 단기간에 쉽지 않은데, 인근 촬영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행정 시스템이 달라서 겪는 시행착오는 현지의 로컬제작사와 협의를 거쳐 줄여나갔다“고 덧붙였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일본판은 한국판 방영 1년 만에 촬영에 들어갔다.
조 본부장은 “원작 웬툰이 이미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판을 기획하면서부터 리메이크를 염두에 뒀다. 일본법인을 통해 일본 S급 배우와 제작진을 빠르게 확보하고 OTT 편성까지 확정했다. 이 때문에 한국판의 강렬함이 시청자 기억에 남아있을 때 차별화된 일본판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한일 공동제작의 사례와 기회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한국 제작사·크리에이터들이 일본에서 제작 네트워크와 역량을 내제화하는 게 필수적이다. 일본 현지 메이저 파트너사와 관계를 쌓고 제작 사업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역가왕> <한일가왕전> 등을 제작한 크레아 스튜디오의 서혜진 대표는 공동제작에 나선 배경에 대해 “일본도 시청층 노령화 등의 상황을 겪고 있을 것 같아 포맷을 먼저 팔았다. 그런데 일본 제작진도 노령화해 대규모의 오디션 쇼를 만들 수 있는 제작팀이 현지에 없었다”며 “제작 역량과 질 확보가 되지 않아 직접 만들어 수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제작 환경과 관련해선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파트를 짓는 것과 같아 공정기간을 줄여야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다. 1년 전에 방송사 편성이 확정되는 일본에서 편성을 따내는 게 쉽지 않았다. <현역가왕>을 공개한 BS 닛테로는 일본에서 비교적 편성 결정이 빨랐다”고 했다.
서 대표는 “일본은 의사 결정 과정이 굉장히 느려서 인내심을 가지고 출자사들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며 "무엇보다 일본 제작 관계자들 비자가 안 나와서 제작비 측면에서 엄청난 손실을 만들어냈다. K콘텐츠의 거창한 이상을 이야기할 게 아니라 제작사들이 겪는 행정적인 어려움부터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 대표 OTT 플랫폼 '뷰'의 제니스 리 대표는 공동제작 성공을 위해 정부의 지원과 함께 문화 차이를 좁히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니스 리 대표는 오는 21일 뷰를 통해서 동시 공개되는 SBS <모범택시3>를 언급하면서 “홍콩의 인기 아이돌 에단 루이가 <모범택시3>에 출연하는데, 팬들이 SNS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동제작에 협력하는 국가가 많아지면 훨씬 많은 수익이 생길 수 있다”고 공동제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제니스 리 대표는 “현지 고용, 촬영 승인, 비자 발급, 세금 문제 등 공동제작 현장에선 주의사항이 정말 많다”며 “문화의 특성상 참여자가 많은 줌 회의에서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다가, 나중에 촬영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IBCC는 방미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국가 간 공동제작을 활성화하고 K-콘텐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국제 행사로, 올해 10회째를 맞았다.
'2025 해외 우수 방송 공동제작' 대상에는 부산MBC와 일본 TV아이치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오늘은 뭐묵지?>가 선정됐고, KBS와 인도네시아 MOJI 미디어그룹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전설에 도전하다, 메가왓티의 봄배구>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