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여성 예능 '뉴토피아,' "얼평 없어도 재밌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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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여성 예능 '뉴토피아,' "얼평 없어도 재밌대요"
[선입견 깨는 유튜버들 ②] 여성 미디어단체 '소그노'
"기존 예능 일부 답습한 건 일종의 '비꼬기'....성별 반전해도 재밌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5.01 15: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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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로 자리잡은 유튜브는 사회적 소수자‧약자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기도 하다.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유튜버 사이에서 '나다움'을 찾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인, 외국인 등 각자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할 말을 하는 유튜버를 5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여성 미디어 단체 '소그노'가 제작한 뉴토피아 제작진들의 모습. ⓒ소그노
여성 미디어 단체 '소그노'가 제작한 뉴토피아 출연진의 모습. ⓒ소그노

[PD저널=이미나 기자]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성들만으로 구성된 미디어 단체 '소그노'가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남겨 놓은 소개글의 일부다. 이들은 최근 기존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시도를 감행했다. 100% 여성 출연진으로 꾸려진, 지난 2월 초부터 공개된 10부작 웹 예능 <뉴토피아>가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예능은 여성에겐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았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서울YMCA가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의 국내 예능 프로그램 속 성비를 분석한 결과, 2019년 최초로 여성의 비율이 40%대를 넘겼을 뿐 그전까진 20~30%대를 맴돌았다. 그 속에서 재현되는 여성의 모습 또한 '홍일점' '막내' '치어리더' 등으로 주변에 머무르거나 대상화되는 경우가 잦았다.

<뉴토피아>의 출연자 '우나'이자, 제작진이기도 했던 '소그노'의 김은하 PD는 이를 두고 "(미디어 업계에서) 결정권자는 대부분 남성인 데다, 그동안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콘텐츠가 성적이 좋지 않아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결국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을 내세워 뭔가 하고 싶어도, 그런 역할 자체가 여성 연예인에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여성이 소리를 지르고, 경쟁심을 불태우거나 싸우는 모습을 보면 시청자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죠. 결국 아직까지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모습을 좇아야 하는지, 틀이 있는 게 (여성 중심의 콘텐츠 제작에) 영향을 준 것이지 않을까 싶어요." (김은하 PD)

'뉴토피아'로 떠나기 위해 악기를 찾아야 한다는 미션 아래 모인 8명의 출연자들은 각각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여성을 향한 편견과 선입견은 <뉴토피아>에선 발붙일 곳이 없었다. 과도한 꾸밈이나 '조신한' 몸가짐 따위 없이 그저 미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떠들썩하게 놀고 웃는 이들의 모습이 화면을 채웠다.

오프닝에선 손을 어디에 둘 지조차 모를 정도로 낯을 가렸던 '현지'는 점차 스스로를 내려놓으면서 기상천외한 반응을 보여줬다. '휘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의욕을 보여주지만, 왠지 모르게 허술하다. 이틀 차에 합류한 '민지'는 시종일관 다른 출연진을 놀려대며 웃음을 몰고 오는, 밉지 않은 '깐족이'다.

유튜브 예능 '유토피아' 제작 현장 사진.ⓒ소그노
유튜브 예능 '유토피아' 제작 현장 사진.ⓒ소그노

<뉴토피아> 제작진은 기존의 TV 예능프로그램이 답습하던 성별 구분은 덜어냈지만, 게임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거나 출연자의 개성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형식만은 그대로 따다 썼다. 자막과 편집 역시 기존 제작자들이 만들던 예능 콘텐츠의 호흡을 따랐다.

현장을 총괄했던 '소그노'의 이혜지 PD는 "<뉴토피아>는 (기존의 예능과) 비슷하면서도 '특이점'을 보이는 예능"이라며 "기존 예능 콘텐츠의 템포를 답습한 건 일종의 비꼬기로, (예능의) 문법을 똑같이 따라가되 성별만 반전해도 재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반향은 컸다. 채널 개설 초기 1만여 명이었던 구독자는 <뉴토피아>가 끝난 4월 말 기준 9만 명에 육박한다. 누적 조회수도 130만 회를 넘겼다. 이 PD는 "(촬영하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분명히 인기가 있을 것 같은데, (결과가 좋지 않아) 우리가 틀렸다는 걸 목도하게 된다면 불행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뉴토피아>가 공개되는 매주 일요일을 겨냥한 ‘뉴요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김은하 PD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에 한 회씩을 공개하기로 한 건 <개그콘서트>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며 "TV 앞에 앉아 '본방사수'를 기다리던 시간이 생각해 보면 즐거웠다. 그런 감정을 또 한 번 많은 분들이 느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반응은 관습에서 벗어나도 얼마든지 '웃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며, 실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이 얼마나 이 같은 콘텐츠에 목말라 있었는지를 드러낸 셈이기도 하다. 실제 <뉴토피아> 댓글창과 공식 카페, SNS 등에는 '오랜만에 마음 편하게 웃었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TV서 봐왔던 예능과는 확실히 달랐으니 '편하게 볼 수 있었다'는 반응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뉴토피아>는 여성을 외모나 몸매로 평가하는 장면도 없었고, 여성이 보조적 역할이나 도구에 그친 게 아니라 하나하나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인 콘텐츠였어요. 그런 점에서 참신하다 느낄 만한, '클린한' 콘텐츠라고 받아들여진 게 아닌가 싶어요.

또 <뉴토피아>에선 까나리 액젓과 같은 가학적인 장치도 되도록 (게임에) 넣지 않으려 했어요. '재미 만능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하나도 웃기지 않더라고요. 그런데도 TV에선 그런 모습이 계속 나오죠. 그런 말도 있더라고요. '<뉴토피아>에선 (출연진에게) 밥을 다 먹여서 좋다'고." (김은하 PD)

'뉴토피아' 제작 현장 사진. ⓒ소그노
'뉴토피아' 제작 현장 사진. ⓒ소그노

이탈리아어로 '꿈'을 뜻하는 '소그노'는 대학 선후배 사이인 이들이 '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해 지난 2017년 결성됐다. 해가 갈수록 미디어 업계의 취업문이 좁아지는 현실에서 "대안이 없었다"는 게 두 PD의 설명이다.

<뉴토피아> 외에도 가정폭력, 디지털 성범죄, 혐오표현 등 사회의 각종 이슈를 다룬 <다큐모멘터리>와 고전소설을 새로운 시각으로 풍자한 <허휘슬전>, 비혼 여성의 유쾌한 일상을 담은 음주방송 <현생술집> 등이 이들의 간판 콘텐츠다.

"처음 모였을 땐 그저 '재밌는 걸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실 여성이 (미디어에서) 이렇게만 소비되는 게 싫었다' '다른 여성상을 원한다' 등의 말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됐죠. 그런 과정 끝에 지난해 법인을 설립하면서('소그노'는 2019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법인을 설립했다-기자 주) '여성 미디어 단체'로 우리를 정의하게 됐어요." (이혜지 PD)

마지막으로 <뉴토피아> 시즌 2의 가능성을 묻자 "결정된 것도 없는데, 어느새 (시즌 2를) 생각하고 있더라"(이혜지 PD)는 답이 조심스레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야외 촬영 비중을 늘리고 싶다" "좀 더 의미가 있는 질문과 정답을 만들고 싶다" "제작비를 좀 더 들일 수 있다면 오디오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싶다"는 바람이 잇따라 흘러나왔다. 견고했던 성별 구조에 돌을 던져 틈을 벌리고 싶다는 젊은 창작자들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김은하 PD는 "나중에 뭘 더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것들을 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세상은 확실히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3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런 것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20대 여성인 저는 느끼고 있어요.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건 결국 여성이에요. (창작자가) 여성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필요가 있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일 순위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소그노'에서뿐만 아니라, TV에서도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김은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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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2020-05-02 14:31:41
모두가 원했던 여성예능의 시작을 소그노 '뉴토피아'가 멋지게 열어준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예능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모모 2020-05-02 12:57:23
무엇보다도 너무 재밌어요 :D 여자들이 마음껏 활개치고 웃고 구르는 모습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김수정 2020-05-02 13:00:54
평소 남탕예능만 보다가 이렇게 당찬 여성들 보니까 저한테도 활기가 생기는 기분이에요. 앞으로도 여성예능 많이 생겨났음 좋겠습니다!

민아 2020-05-02 10:36:30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미디어에서 다양한 모습의 여성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은지 2020-05-02 20:33:14
뉴토피아로 시작해서 여성예능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뉴토피아 보면서 진짜 1년치 웃을거 다 웃었습니다ㅋㅋㅋ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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