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와 나' 제작하면서 환경 문제 체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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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SBS ‘고래와 나’ 연출한 이큰별, 이은솔 PD

28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SBS '고래와 나'
286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SBS '고래와 나'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86회 이달의 PD상 TV 시사다큐 부문에 지난해 SBS가 창사 특집으로 제작한 <고래와 나>가 선정되었다. 고래를 국내 최초 8K 고화질로 수중 촬영한 <고래와 나>는 고래를 통해 기후 위기 문제까지 짚었다.

<고래와 나>를 연출한 이큰별 PD는 “고래의 생태와 비밀을 보여주겠다는 의도에서 시작했는데,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 등을 촬영하면서 환경 문제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고래와 나>의 제작기가 궁금해 지난 21일 서울 목동에 있는 SBS 사옥에서 이큰별·이은솔 PD를 만나 수상 소감과 함께 제작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두 명의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이큰별 PD(이하 별): “대한민국에서 한번도 고래를 제대로 찍은 다큐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생각보다 고생을 많이 해서 힘들었는데 잘 알아봐 주시고 또 좋은 상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은솔 PD(이하 솔): “저도 좋은 상 받게 돼서 일단 너무 감사드리고 시청자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 주시고 또 재밌게 봐주셔서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고래와 나>는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

별: “코로나 기간 동안 3~4년 동안 SBS가 창사 특집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 하게 되면 글로벌한 기획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제를 뭐로 할까 자료를 많이 찾아봤더니 고래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는데, 제작하면서 왜 고래 다큐가 없었는지 알게 됐죠(웃음).”

솔: “아무래도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기도 하고 고래에 대해 알려진 게 많이 없어요.그 거대한 몸 안에 들어있는 메시지 같은 것들도 저희가 보고 싶었고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전달해드리고 싶었습니다.”

-20개국 30개 지역에서 촬영했어요. 

솔: “고래가 나온다는 곳들을 가볼 수 있는 한에서 모두 갔는데, 현장 촬영이 굉장히 어려워요. 허가 받는 과정도 까다롭고 가는 경비가 비싸기도 해요. 그래도 최대한 저희가 가볼 수 있는 장소들을 많이 가보려고 노력했어요.”

SBS '고래와 나'
SBS '고래와 나'

-최초로 촬영한 장면이 많은데,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별: “시청자들이 못 가봤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다큐의 중요한 요소잖아요. 벨루가(흰돌고래) 촬영에 전체 제작비 12억 원 중 2억 원 가량을 투입했는데요. PD로서 무조건 벨루가를 무조건 멋있게 잘 찍어야 했는데, 촬영이 너무 힘들었어요. 일단 부유물 때문에 시야가 좋지 않았고, 3년 전부터 보호 때문에 사람이 직접 물 속에 들어가서 촬영하는 걸 금지했거든요. 보름 정도 머물었는데, 9일 동안 벨루가를 촬영하지 못해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어요. 그때 이용하던 배가 컸는데, 1인용 배로 바꿔보자는 가이드의 제안을 따랐더니 5분만에 벨루가가 가까이 왔어요. 장대 끝에 작은 카메라를 달아서 촬영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새끼 고래가 젖을 먹는 걸 찍으셨잖아요. 어땠어요?

솔: “이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찍은 장면이에요. 저희도 그걸 찍을 줄도 몰랐고 찍고 나서 이거 대박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인데, 너무 경이로웠습니다.”

-북극곰이 꽃밭에서 노는 장면이 상당히 낯설었어요. 

별: “국지연구소의 아라온호(연구용 쇄빙선)가 북극 항로에 한 달 동안 있었는데, 저희가 촬영차 얻어 탔어요. 후배 PD가 고래는 못 찍고, 북극에 사는 북극곰을 찍어 온거죠. 추운 곳에 특화된 북극곰의 흰털은 사실은 흰색이 아니라 속이 텅 비어 있거든요. 공기를 가둬서 보온 하기 위해서 털 안이 동그랗게 비어 있어요. 노란 꽃밭에 있는 북극곰을 보고 우리 카메라 감독이 저에게 제주도 같다는 거예요. 기후 위기나 지구 온난화는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고 많은 분들이 얘기하지만 멀게 느겨지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꽃밭에 (있는) 북극곰을 보는 순간 ‘저건 아닌데’란 생각이 들면서 체감이 됐어요.”

-고래에서 출발해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도 다뤘는데요. 

별: “당초 기획안은 SBS가 이번에 제대로 고래의 생태와 비밀을 보여주겠다는 시작했는데, 고래 찍으면 고래가 사는 바다가 보이잖아요. 저희가 스리랑카를 갔다 왔거든요. 스리랑카 가니까 모두 쓰레기 섬이예요. 저희가 첫 촬영했던 게 죽은 보리고래인데요. 3월 말에 고래가 죽었다고 해서 갔거든요, 고래 배를 부검했더니 쓰레기가 나왔어요. 고래를 통해 지구의 환경도 같이 살펴볼 수밖에 없었던 거죠.”

-<고래와 나>를 제작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별: “사실 지상파 다큐멘터리를 시청자들이 집중해서 보는 건 아니잖아요. 그동안 제작한 프로그램이 전파를 탄 이후에는 휘발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요. 그런데 <고래와 나>는 방송이 끝나고 나서도 주변의 반응이 좀 달라요. ‘고래와 나’ 전시회도 지금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여러 가지 얘기들이 오가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바다에 사는 고래와 육지에 사는 인간, 그리고 지구가 진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 시청자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어서 의미가 깊은 작품입니다.”


※ 2010년 SBS에 입사한 이큰별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 <TV동물농장>, <궁금한 이야기 Y>,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나의 판타집> 등을 연출했다. 2018년 SBS에 입사한 이은솔 PD는 <생방송 모닝와이드>, <영재발굴단>, <TV동물농장>, <나의 판타집>, <그것이 알고 싶다>, <지옥법정> 등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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