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캄보디아 파헤친 '그알' PD "범죄 검거 의지 문제...지속 취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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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범죄도시는 있다' 편으로 301회 이달의 PD상 수상한 조상연 SBS PD

301회 이달의 PD상을 받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범죄도시는 있다' 편.
301회 이달의 PD상을 받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범죄도시는 있다' 편.

[PD저널 =박수선 기자]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납치·감금·폭행 등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실상을 고발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은 영화 <범죄도시> 실사판을 방불케 했다. ‘고액 알바’라는 말에 혹해 캄보디아로 넘어간 한국 청년들이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캄보디아에 있는 아들을 구해달라'는 제보를 받고 비행기에 몸을 실은 조상연 PD는 2주 동안 캄보디아를 떠나지 못하고 취재를 이어갔다. 조 PD는 서면 인터뷰에서 “누구를 믿고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다시는 캄보디아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 덕분에 최대한 깊게 취재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위험을 감수한 집요한 현지 취재 덕분에 한국PD연합회 301회 이달의 PD상 심사위원들은  ‘범죄도시는 있다, 캄보디아 웬치와 돼지도살자들‘ 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리스펙" 심사평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수사기관의 수사와 추가 제보가 이어지면서 지난 3일 후속편 ‘범죄도시는 있다2-캄보디아 웬치의 내부자들’까지 전파를 탔다.   

조 PD는 “‘난 안 걸리겠지’라는 생각으로 헛된 욕심을 이루기 위해 캄보디아로 향하는 것은 범죄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며 “온라인 범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헛된 욕심으로 캄보디아를 향하는 사람들을 막고 온라인 범죄 단지를 운영하는 우두머리를 검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죄 조직 일망타진’을 목표로 세운 조 PD는 정부에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하면서 후속 취재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외교적으로나 수사 측면에서나 중요한 사안이라는 의지를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범죄를 검거하는 일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또한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취재를 이어나가겠습니다.“

다음은 서면 인터뷰 일문응답.

 ‘범죄도시는 있다, 캄보디아 웬치와 돼지도살자들‘편에서 현지 취재를 하고 있는 조상연 PD의 모습. 
 ‘범죄도시는 있다, 캄보디아 웬치와 돼지도살자들‘편에서 현지 취재를 하고 있는 조상연 PD의 모습. 

-<그것이 알고 싶다> ‘범죄도시는 있다, 캄보디아 웬치와 돼지도살자들‘편과 후속편을 통해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인 범죄를 추적했는데요, 여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이 무엇입니까. 

"2023년경부터 수상한 제보들이 메일 제보함을 채웠습니다. ‘동남아시아에 범죄 단지가 있다. 내가 그 안에 있다가 나왔다.’ ‘OOO 씨가 나쁜 짓을 하고 있으니 확인해달라’ 등의 제보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특정 이득을 위해 방송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즈음 ‘MZ 조폭’이라 불리는 젊은 범죄자들의 사건을 취재할 때, ‘캄보디아’, ‘대포 통장’ 등의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뺑소니를 낸 범죄자는 사실 태국 어딘가의 건물에서 일하는데 휴가를 나온 거다’, ‘요즘 애들 다 캄보디아에서 통장을 판다’ 등의 이야기였습니다. 직접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 범죄자들이 일한다는 동남아시아 내 정확한 주소를 확보하려 한참을 애썼지만 실패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믿기 어려운 제보들, 직접 확인하지 못한 MZ 조폭들의 근거지. 추상적인 생각만 있을 뿐 구체적인 취재 시작점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캄보디아에 있는 아들을 도와 달라는 아버지의 전화 제보가 걸려 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들의 주소와 연락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다른 사안을 취재하고 있었는데 평소에 동남아시아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방송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사람 한 명 안전하게 귀국시키면 좋겠다 싶어 출국했습니다. 한 이틀 다녀오고 한국에서 판단을 해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2주간 캄보디아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 감금과 폭행이 벌어지는 범죄의 실상을 캄보디아 현지 취재로 알렸습니다. 현지 취재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지 취재를 결심했을 때는 제보 내용을 확인하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해외 출장을 결심할 때는 만날 수 있는 취재원들을 많이 확보해 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때는 귀국할 의지가 확인된 제보자 한 명만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되돌아보면 캄보디아 1편은 ‘제보의 내용을 확인하러 갔더니 정말 한국인들이 온라인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단지를 볼 수 있었다’는 내용의 르포였던 것 같습니다. 즉, 현장에서 확인되는 정보들이 모두 예상치 못한 내용들이라 어디를 가야 할지, 얼마나 조심해야 할지 등의 판단을 정확히 내리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현지의 상황과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단지는 수도 프놈펜 근처에 조성되어 있는 걸로 보도되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보니 대한민국 면적의 두 배가량 넓은 캄보디아 전역에 범죄 단지가 점 조직처럼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지방 혹은 국경지역의 경우 범죄 조직들에겐 현지 치안력도 좋지 않고 비상시에 도주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야 깊은 취재를 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또한 우리의 취재 내용이 누구를 통해 어떻게 소문이 날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범죄 단지에 있는 조직들의 경우 주소가 특정되거나 본인들의 신원이 공개되는 걸 매우 꺼리기 때문에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취재한다는 소문이 금방 퍼졌습니다. 누구를 믿고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함께 취재하는 현지인이 위험하다고 제지할 때는 철저히 그 판단을 따랐습니다. 다시는 캄보디아에 가지 않는다는 생각 덕분에 최대한 깊게 취재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2편 방송을 위해 다시 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 1편 방송 이후 이어진 제보를 토대로 지난 5월 3일 후속편이 방송됐습니다. 

“1편 방송 이후 전국의 수사 기관 및 정보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방송은 방송일 뿐 현재 대한민국에선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범죄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또한 1편 방송 이후 더욱 중요한 제보를 해주시는 내부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2편 방송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2편 방송의 목적은 단순히 범죄 단지의 현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을 사고팔아 이득을 취하는 한국 범죄 집단을 구체화하는 것이었습니다.” 

- 2편에서는 범죄조직 ‘꼬미’의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직접 접촉했는데요. 당시 상황과 심정은 어땠는지, 안전을 위한 별도의 조치는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런(한국 범죄 집단을 구체화) 목적을 갖고 취재를 진행했기 때문에 ‘꼬미’의 조직원과 직접 접촉했을 때는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그와 ‘꼬미’의 연관성은 확인되었지만 방송 이후 그가 ‘꼬미’와 함께 일했다는 증언이 추가로 확보되기도 했고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해 와 범행에 연루된 사실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자수 의사를 밝힌 그가 용기를 내어 실제로 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해 수사기관에 협조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2편의 경우에는 1편보다 더욱 안전에 신경 썼습니다. 제작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상황이고 현지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비상 상황을 가정하며 취재를 이어 나갔습니다.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교민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캄 대한민국 대사관과 정보기관 등에서도 제작진이 안전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셨습니다. 지면을 통해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3일 방송된 범죄도시는 있다2-캄보디아 웬치의 내부자들’
지난 3일 방송된 범죄도시는 있다2-캄보디아 웬치의 내부자들’

- 직접 접촉한 범죄 조직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자초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제보가 쏟아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캄보디아발 범죄에 연루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또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한 제보자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씀 듣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캄보디아 행을 제안 받았거나 출국을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당신은 감금과 고문의 피해자가 아니라 온라인 조직범죄의 “공범”이 되는 범죄 도시의 시민이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캄보디아에서 인신매매·납치당한 피해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리석은 욕심 때문에 자발적으로 캄보디아에 간 것을 후회하고 있고, 본인의 선택이었던 만큼, 죗값이 있다면 마땅히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가장 공들여 쓴 두 편 각각의 방송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두 편에 걸친 방송에 수차례 반영했던 것처럼 범죄 단지에 다녀온 사람들은 스스로를 ‘바보 같은 선택을 한 예비 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제작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에서도 벌기 힘든 고액의 월급을 캄보디아라는 나라에서 아무 전문성 없이 벌 수 있다는 것은 단언컨대 거짓입니다. 게다가 대부분 한국에서부터 온라인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채 캄보디아로 향합니다. 그렇게 노예 같은 생활을 이어 나가거나, 본인의 능력을 갈고닦아 높은 급의 범죄자가 되기도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무리 정확한 정보 없이 캄보디아로 향했다 하더라도, ‘난 안 걸리겠지’ 라는 생각으로 헛된 욕심을 이루기 위해 캄보디아로 향하는 것은 범죄자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악질은 헛된 욕심을 자극해 범죄 도시의 시스템을 만들고 예비 범죄자들을 착취해 큰돈을 버는 한국인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범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헛된 욕심으로 캄보디아를 향하는 사람들을 막고 온라인 범죄 단지를 운영하는 우두머리를 검거해야 합니다.“

- 2편에서 수사기관과 적극 공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취재 내용 중 일부만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범죄 집단 검거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제작 과정에서 특히 유의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캄보디아 현지에서 직접 목격한 사실, ‘이곳은 범죄자들의 낙원이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습니다. 현지의 범죄 조직들은 본인들의 웰빙을 위해 한식집을 직접 차리기도 하고, 온라인 범죄 피해자를 양산하기 위해 매일 새로운 범죄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의 치안력은 황당할 만큼 취약하여 범죄자들은 돈만 있으면 범죄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해외에서 자행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국내보다는 수사기관의 검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수사기관들이 캄보디아의 범죄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 부분 진척이 되어 있습니다. 이 방송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범죄 단지 안의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당신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지를 경고하고 싶었습니다.” 

- 방송 이후 반향이 컸는데요. 두 편의 방송을 통해 얻은 성과와 결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캄보디아 현지의 범죄 단지에서 최근 한국인 인력 수급이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작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온라인 범죄 단지에 가담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향하는 한국인들이 존재하므로 훌륭한 성과라 평가할 수는 없겠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보다 많은 수사 기관이 ‘캄보디아 내 한국인 온라인 범죄 단지’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아직 범죄 조직의 일망타진에는 시간이 필요하니 완전한 결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1편 말미에 “조직을 일망타진할 때까지 취재를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런 목표를 세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때는 미흡한 초동 수사로 인한 미제 사건들이 많을 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느 때는 급속 성장의 부작용처럼 발생하는 안전 문제와 갈등 문제가 많을 때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변하며 많은 것이 바뀌고 파생되는 범죄 유형도 변화한다고 가정할 때, 오늘날 온라인 범죄는 단순히 어리석은 사람들이 당하는 사기 범죄를 넘어설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감쪽같이 속아 돈뿐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잃을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범죄조직의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정부와 수사기관 등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에서는 외교적으로나 수사 측면에서나 중요한 사안이라는 의지를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범죄를 검거하는 일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또한 지속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취재를 이어나가겠습니다. 시청자분들께서도 함께 고민하실 수 있도록 더 좋은 방송 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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