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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01 10:00
  • 수정 2025.07.01 10:16

유시춘 EBS 이사장 “이사 임명 구조 차별적, KBS와 동일하게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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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년 9개월간 EBS 이사회 이끈 유시춘 이사장
초유의 압수수색·해임 압박에 “참담한 경험”
"공영방송 정치적 후견주의 최소화해야"

지난 6월 24일 고양시 EBS 사옥에서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유시춘 EBS 이사장. ©김성헌
지난 6월 24일 고양시 EBS 사옥에서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유시춘 EBS 이사장. ©김성헌

[PD저널 =박수선 기자] 유시춘 EBS 이사장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과 관련해 “KBS와 EBS의 이사 임명 구조에 차등을 둔 이유를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이사·사장 임명권을 갖는) KBS와 동일하게 (EBS법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지난 6월 24일 고양시 EBS 사옥에서 만난 유 이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EBS 이사와 사장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게 차별적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한국교총의 이사 추천과 EBS의 주시청층인 중고등학생의 이사회 참여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2018년 EBS 이사로 임명된 유 이사장은 한 차례 연임을 거쳐 6년 9개월 동안 EBS 이사회를 이끌었다. 지난해 9월 8기 이사회의 임기가 만료됐으나 '2인 방통위' 위법 논란 속에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그 사이에 유 이사장은 5건의 고소·고발을 당했고, EBS 창사 이래 초유의 압수수색도 받았다. 그는 “EBS 이사에 지원했을 때는 상상하지도 못한, 씁쓸하고 참담한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윤석열 정부의 EBS 장악 시도는 MBC 아나운서 출신인 신동호 사장 임명으로 정점에 달했다. 법원에서 수차례 위법성을 지적한 ‘2인 방통위’의 EBS 사장 임명 강행은 구성원의 거센 저항을 불렀다. EBS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고, 간부급 직원들은 보직 사퇴로 대응했다. 김유열 사장이 신청한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신동호 알박기'는 무산됐다.       

유 이사장은 “어떤 방송사 노조보다 신속하고 격렬하게 투쟁을 벌여 (낙하산 사장을) 막아냈다”며 “‘왜 교육방송을 전리품 취급하느냐’는 직원들의 분노가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고 되짚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공영방송사들이 장악 시도로 몸살을 앓았던 만큼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힌 방송3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공영방송사에 정치적 후견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정치적 후견주의의 비중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방송3법 개정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조속히 방통위가 정상화되고 EBS도 새로운 이사진과 집행부가 꾸려지길 바란다”는 뜻을 전한 유 이사장은 “퇴임 이후에도 EBS 설립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이 있다면 언제라도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유시춘 EBS 이사장. ©김성헌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유시춘 EBS 이사장. ©김성헌

-EBS 이사장으로 6년 9개월 동안 재직하는 동안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으로 고초를 겪었다. 그간의 소회는 어떤가.

“2018년 EBS 이사장으로 온 다음날부터 시작해 다섯 건의 소송에 시달렸다. 모욕을 주기 위한 정치적인 공격인데,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정치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EBS 이사에 지원했을 때는 상상하지도 못한, 씁쓸하고 참담한 경험이었다.”  

-2024년 국가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김영란법 위반’ 조사 결과 이후 방통위는 유시춘 이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진행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후속 조치는 없었다. EBS 창사 이래 첫 압수수색을 불러온 법인카드 유용  사건 재판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24년 3월 26일에 방통위로부터 받은 공문에는 4월 3일 해임을 앞둔 마지막 청문절차라고 적혀 있었다. 재판으로 치면 최후 진술인데, 청문에 가서 소명을 했다. 소명이 된 것인지 해임 안 되고 지금까지 왔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지금까지 3차 공판까지 열렸다. ‘이런 재판을 왜 하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공판에서) 검찰의 질의가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담당 변호인이 이번에 ‘채상병 특검’의 특검보로 임명돼 재판 연기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교육방송인 EBS를 상대로 한 장악 시도가 집요하게 진행됐다. 일각에선 왜곡된 역사관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겠냐는 의혹도 나왔다. EBS가 왜 정권 차원의 장악 대상이 됐다고 보나.

“박근혜 정부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는데, 처참하게 실패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비슷한 일을 획책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하지만 EBS는 편성의 자율성이 보장된 방송사다. 누구도 프로그램의 제작이나 편성에 관여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망상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완에 그쳤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이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얼마나 공감하나.

“공영방송사에 정치적 후견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건 사실이다. 정치적 후견주의의 비중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매체를 유리하게 사용하고 싶은 건 정권을 잡은 권력의 본성이다. 하지만 방송은 누구도 정파적 유불리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BS 노조에선 KBS와 달리 EBS 이사·사장의 임명권을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똑같은 공영방송인 KBS와 EBS의 이사 임명 구조에 차등을 둔 이유를 모르겠다. 차별적으로 느껴지는데,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대통령이 이사 임명권을 갖는) KBS와 동일하게 (EBS법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교원단체 몫으로 한국교총이 EBS 이사 추천권을 행사해온 것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 

“EBS 이사회에 교육단체 추천 이사가 들어오는 건 문제가 없다. 가장 오래된 단체인 한국교총이 계속 추천권을 행사했는데, 이건 다시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노조가 제1교원노조로 떠오르지 않았나. 아울러 EBS의 주된 소비자(시청자)인 유초등 학부모와 중고등학생의 지분도 (이사회에)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7·8기 이사회를 이끌었는데, 8기 이사회 회의에선 고성과 언쟁이 일상적으로 나왔다. EBS 이사에게 특별하게 요구되는 자격요건과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7기 이사회 3년 동안은 당시 야당 성향의 이사들과 친하게 지냈다. 정파적 갈등에 시달린 적이 없다. 8기 이사회 들어서 싸움장이 됐다. 교육방송인 EBS는 무엇보다 교육에 방점을 찍어야 된다. 교육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이사로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야 EBS에 애정이 생기고, 콘텐츠 전문성도 생길 것이다.” 

지난 3월 27일 오전 고양특례시에 위치한 EBS 본사 앞에서 EBS 노조 조합원들과 신동호 신임 사장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PD저널
지난 3월 27일 오전 고양특례시에 위치한 EBS 본사 앞에서 EBS 노조 조합원들과 신동호 신임 사장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 ⓒPD저널

-EBS 구성원이 뭉쳐 '2인 방통위'가 임명한 신동호 사장을 막아냈다. 

“EBS 직원들은 (‘낙하산 사장’에 맞서 격렬하게) 싸워 본 경험이 없어서 순조롭게 신동호 사장이 입성할 것이라는 보고가 방통위에 올라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에 전사적으로 ‘신동호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고, (이진숙 방통위가 임명한) 신동호 사장은 EBS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어떤 방송사 노조보다 신속하고 격렬하게 투쟁을 벌여 (낙하산 사장을) 막아냈다. 김유열 사장이 낸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심리 3일 뒤에 곧바로 인용됐다. 이사회 사무국장과 감사국장을 제외한 보직자 전원이 보직 사퇴에 참여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직원들을 움직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먼저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두 명만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컸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불법적인 사장 임명인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신동호 씨는 교육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나운서 출신이다. '왜 교육방송을 전리품 취급하느냐’는 직원들의 분노가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EBS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와서 보니 EBS 살림이 너무 빈약해 재정 확충에 집중했다. 글로벌 석학들의 강연 프로그램인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예산을 마련하려고 무작정 기획재정부를 찾아가 설득했다. 다행히 5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그레이트 마인즈>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절에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내일을 여는 인문학’ 프로그램 예산을 삼고초려해 마련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아쉬운 점은 없나. 

“EBS법 1조에는 ‘민주적 교육발전 이바지’를 세 번째 목적으로 두고 있다. 그렇지만 실상은 고등교육 현장 어디에도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찾아볼 수 없다. 유독 청소년의 정치교육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기 때문이다. 초중등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도 여전히 천민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앞서 (만 18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준 국가에서 어떻게 시민교육과 토론이 이뤄지는지 현장에 가보고 싶었는데, 가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민주적 교육발전을 위해 시민교육의 공간이 좀 더 열렸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방통위의 문제로 후임 이사 선임을 못해 강제적으로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국회에서 방송법이 개정되면 연내에는 후임 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EBS 이사장을 마친 뒤 계획이 있다면. 

“의도치 않게 (신동호 전 이사 등 야권 성향) 이사 4명이 제기한 ‘이사장 임기 연장 결의 무효 가처분’이 기각되면서 임기가 연장되고 있다. 조속히 방통위가 정상화되고 EBS도 새로운 이사진과 집행부가 꾸려지길 바란다. 퇴임 이후에도 EBS 설립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이 있다면 언제라도 백의종군할 것이다.(웃음) 

임기를 마친 뒤에는 본업인 작가로 돌아갈 계획이다. 2030 극우화 현상을 지켜보면서 우려가 컸다. 우리나라가 드물게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성취한 국가인데, 청년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줄 수 있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EBS 유시춘 이사장. ©김성헌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EBS 유시춘 이사장. ©김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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