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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01 10:00
  • 수정 2025.08.01 11:04

과몰입 폭발하는 스포츠 다큐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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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중계 벗어나 서사 주목한 스포츠 다큐 인기
스포츠 팬덤 커지면서 다큐 제작 증가

시즌7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스포츠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
시즌7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스포츠 다큐멘터리 'F1, 본능의 질주'

[PD저널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오아시스는 ‘스포츠’일까. 그간 글로벌과 토종 OTT를 가리지 않고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치열했다.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드라마 회당 평균 제작비는 최소 15억 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 상당수는 회당 20~3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비의 급상승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과제를 안겼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전략 조정이 불가피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OTT 시장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시장을 선점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해 있다.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OTT들은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시선을 돌렸고, 방송사 또한 스포츠 예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주류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스포츠 장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팬덤의 호응과 서사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장르

최근 배우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영화 <F1: 더 무비>가 개봉 한 달 만에 역주행 흥행을 일으키며 국내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포뮬러1(F1) 창설 75주년을 기념한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9년부터 F1과 서킷 안팎을 질주하는 드라이버의 이야기를 다룬 <F1, 본능의 질주>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지난 3월엔 시즌 7이 공개됐다. F1이라는 다소 생소한 종목의 팬층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콘텐츠다. 선수 간 라이벌 구도, 팀 내 갈등 등 경기장 밖의 긴장감은 마치 서사극처럼 흡입력을 지닌다. 시리즈 방영 이후 F1 중계 시청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이 시리즈가 단순한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 신규 팬층 유입의 촉매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스포츠의 잠재력을 확인한 넷플릭스는 <브레이크 포인트>(테니스), <풀스윙>(골프), <쿼터백>(미식축구), 마이클 조던을 다룬 <더 라스트 댄스>(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카운트다운>에서는 여성 복싱 선수 테일러와 세라노의 대결을 다뤘다. 훈련 과정, 주변 인물의 인터뷰, 팬들의 반응을 모았고, 링 위의 실제 경기는 지난 12일 생중계됐다. 앞서 지난해에는 58세의 전설적 복서 타이슨과 27세 유튜버이자 프로 복서인 제이크 폴의 대결을 담은 다큐도 선보였다. 타이슨과 폴의 경기가 열리기 115일 전부터 연습 과정을 밀착 취재했고, 실제 경기는 생중계로 방영됐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스포츠 콘텐츠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한 예능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경기 중계권과 실제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풀어내며 콘텐츠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타이슨의 핵주먹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은 타이틀 매치에 버금가는 관심을 모았다. 생중계된 경기의 총 시청자 수는 1억 80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미국 프로레슬링 WWE의 ‘레슬링쇼 RAW’를 방영하기 위해 10년 독점 중계권 계약에 약 7조 원을 투입하며 글로벌 구독자 확보를 위한 전방위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테니트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포인트'
넷플릭스가 선보인 테니트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포인트'

중계권 넘어 ‘찐’ 스포츠 콘텐츠로 승부수

국내에서도 스포츠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포츠 중계권 경쟁이 뜨겁다. 한국프로야구, 한국프로농구, 프로축구 등 종목도 다양하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3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점 중계권을 총 4200억 원에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플레이는 이미 주요 국가의 리그 중계권을 대거 따내며 축구 팬들의 시선을 끌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다룬 오리지널 콘텐츠 <국대: 로드 투 카타르>는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티빙도 KBL뿐 아니라 KBO 중계권을 확보했다. 2024~2026년 총 3년간 1350억 원 규모로 계약한 것으로, 국내 스포츠 중계권 사상 최대치다. 티빙은 중계 유료화 직후 가입자가 30% 증가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스포츠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K리그 강등과 승격을 거쳐 1부 리그 생존에 성공한 광주FC의 여정을 다룬 <옐로 스피릿>(쿠팡플레이)은 KBC광주방송이 제작을 맡았다. 인천유나이티드의 K리그 잔류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기를 담은 <비상 2023: 피치 위에서>(쿠팡플레이), 울산현대의 시즌을 정리한 <푸른 파도>(왓챠) 등도 있다. 티빙은 KT위즈의 <위닝런>과 <아워게임: LG 트윈스>, 왓챠는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해 공개했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풀카운트>를 선보였다.

스포츠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각 구단은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이미 여러 차례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경험을 토대로 구단 창단 20주년을 기념한 <나의 사랑 인천FC>를 제작할 예정이다. 한국여자야구연맹도 2026년 미국에서 출범 예정인 여자프로야구(WPBL)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야구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제작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여자야구는 대중에게 여전히 낯선 영역이지만, 여성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SBS)에서 확인된 것처럼 여성 스포츠 다큐의 서사도 충분히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조명한 디즈니+ 다큐멘터리 '풀카운트'
프로야구 10개 구단을 조명한 디즈니+ 다큐멘터리 '풀카운트'

‘경기'만으로는 부족한 서사의 시대

스포츠 콘텐츠의 입지가 넓어지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스포츠 예능이 웃음과 성장 서사에 기대고 있다면, 스포츠 다큐나 영화는 ‘리얼함’ 그 자체다. 단순한 경기 기록물이 아니라, 드라마 못지않은 인물 중심의 내러티브와 영화 같은 이야기를 펼친다. 성적 부진과 강등 위기를 버텨낸 선수들의 이야기, 프로 스포츠의 이면, 선수들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압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누가 주전에서 밀려났는지, 어떤 훈련을 반복했는지, 어떤 가치관을 지닌 팀인지가 이야기로 전달된다.

스포츠 팬덤의 진화도 한몫한다. 팬들은 이제 ‘누가 이겼는가’를 넘어 ‘어떻게 싸웠는가’, ‘왜 싸우는가’를 궁금해한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우승팀보다 공감할 수 있는 팀과 선수 개개인의 성장 서사를 응원한다. 과거에 비해 팬들은 경기장 안팎의 맥락에도 훨씬 민감해졌다. 경기 전후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수의 땀과 고통, 감독과 스태프의 고민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소비하는 게 일상이 됐다. 스포츠 다큐는 팀의 정체성과 팬 문화를 보여주는 창구이자, 팬덤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포츠 다큐는 감동적인 장면보다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 보고 싶은 세계와 그 너머의 질문들을 함께 보여준다. “왜 이들은 이토록 이기고 싶어하는가?”, “무엇을 감내하며 경기에 임하는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지난해 처음으로 프로야구 관중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여전히 야구와 축구 등 인기 종목에 대 수요가 높지만, 여성, 장애인, 아마추어 스포츠인까지도 다큐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스포츠가 삶의 축소판이라면, 스포츠 다큐는 그 축소판을 다시 확대해 보여주는 렌즈인 셈이다. 스포츠 방송 유료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스포츠 IP에 대한 콘텐츠 업계의 관심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기사 

야구중계도 OTT시대…티빙, 3년간 KBO 중계 계약. 중앙일보. 

‘2030 여성팬 늘었다’ 1000만 관중시대 프로야구, 팬 성향 조사 결과 발표 “관심 증가-용품 구매 평균 이상”. 조선비즈

스포티비 '끄고', 쿠팡 '켠다'…스포츠 중계권 전쟁. 한경비즈니스

F1′s fanbase is shifting — and the ‘Netflix effect’ is only part of that. C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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