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지역소멸' 해법 찾아 나선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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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 지역MBC 8개사 공동제작한 ‘지역생존 AI 프로젝트'
AI 기업 전폭적인 기술 지원으로 'AI 아바타' 탄생
수도권 쏠림 막고 AI 통한 '지역공존' 고민해야

지역MBC 8개사가 공동제작한 '지역생존 AI 프로젝트-우리 고향, 부탁해!'
지역MBC 8개사가 공동제작한 '지역생존 AI 프로젝트-우리 고향, 부탁해!'

[PD저널 =지건보 제주MBC 콘텐츠제작2부장] 지난해 시즌1 <지역생존프로젝트 – 우리 고향, 안녕하십니까?>에 이어 올해 시즌2 <지역생존 AI프로젝트 – 우리 고향, 부탁해!>(이하 지역생존 AI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지역소멸의 위기를 인간과 인공지능(AI)이 함께 해법을 찾아보자는 실험적 프로젝트다. 과연 AI로 지역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뭐라도 해야한다”고 대답하고 싶다. 이제는 ‘지방소멸’의 위기가 아닌 수도권과 서울을 포함한 ‘지역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의 원인과 진단은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무엇보다 자본과 인력의 ‘쏠림’ 때문이다. 

정부는 대통령실에 민간전문가를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하고 AI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내년에 1조 8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한편에선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방소멸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국가적 위기라며 균형성장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AI시대 산업구조 변화 앞에 그 ‘쏠림’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쏠림’에서 벗어나 ‘지역생존’을 위한 물결과 파도를 만들고 ‘지역생존’과 ‘지역공생’을 위한 새로운 해법과 변화를 찾아야한다는 ‘생존 본능’에서 출발한 셈이다.

AI라는 쉽지 않은 주제와 부족한 사전지식. 과연 우리의 프로젝트도 ‘생존’할 수 있을까? <지역생존 AI프로젝트>는 강원영동(민기원), 원주(박지현), 충북(구본상), 대전(임세혁), 광주(김귀빈), 목포(임사랑), 경남(백율희), 제주(지건보) 등 지역MBC 8개사가 공동제작으로 참여했다. 이들 모두 지역MBC 아나운서 겸 라디오 PD를 맡고 있는데 다들 공동제작의 성공을 위해 마치 생존본능처럼 작은 일상부터 ‘AI화’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세부 내용과 전문가 명단을 검색하거나 식사메뉴를 선정할때 ‘AI’를 활용하고, 길어지는 아이템 회의와 제작회의도 ‘AI’로 요약해 서로 공유하고, AI 서비스 업체의 립싱크 더빙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접 제작해보기도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승현 MC와 박지현 아나운서, 백율희 아나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승현 MC와 박지현 아나운서, 백율희 아나운서. 

공동제작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동안 지역차원의 ‘공동제작’은 2~3편의 예산과 인력을 나눠 각 방송사의 담당PD가 제작하는 일종의 ‘순회제작’ 이라면 우리가 제작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는 ‘공동제작’이다. 이런 제작방식이 가능한가? 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시즌1을 통해 ‘공동제작’ 방식으로 라디오와 TV, 유튜브 콘텐츠 등 OSMU 형태로 제작해 방송했고 이번 시즌2도 동일한 방식으로 ‘공동제작’을 하고 있다. 

공동제작 방식은 사실 기획부터 예산까지 전체적인 통제와 의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방식이지만, 무엇보다 강한 ‘신뢰’와 ‘연대’가 있기 때문에 공동제작이 가능한 것 같다. 이런 ‘연대’의 고리에는 전체 구성을 담당하며 또다른 연결고리의 역할을 하는 이종열 작가와, 올해는 진행MC 겸 공동연출을 맡은 동서울대 디지털방송콘텐츠학과 이승현 교수의 탁월한 진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작초기에 이번 AI 기획안을 두고 아날로그적으로 격렬하게 난상토론했던 그날 밤이 있었기에 ‘연대’의 고리는 더 커졌던 것 같다.  

또한 이번 프로젝트는 단지 지역사만의 공동제작은 아니였다. 두군데 AI 서비스업체의 전폭적인 기술지원이 없었다면 ‘그저 그런’ 특집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제작 초기에 AI를 어떻게 프로그램에 활용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 글로벌 AI 서비스 전문기업인 이스트소프트사의 ‘Perso AI’(페르소AI)와 AI 빅데이터 분석기업인 뉴엔AI의 ‘Queeta AI’(퀘타AI)를 만났다.

그중에 이스트소프사는 지역소멸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했더니 자신들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입주기업이라며 공동제작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스트소프트사는 2개월에 걸쳐 MBC경남의 백율희 아나운서의 뉴스진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아바타 ‘유리’를 제작했다. 백율희 아나운서가 녹화 현장에서 본인의 모습을 한 대화형 AI휴먼인 ‘유리’와 처음으로 실시간 대화를 할 때 본인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싱크로율를 선보였다.

이승현 MC와 아바타 AI 유리와의 만남
이승현 MC와 아바타 AI 유리와의 만남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뉴엔AI도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동참했다. 원주MBC 박지현 아나운서가 뉴엔AI의 AI 분석 플랫폼 ‘퀘타아이’를 통해 ‘베테랑급’ 진행력을 선보였다. 기존의 단순한 '연관 키워드 나열' 수준이 아닌 주제별 키워드를 핫, 탑, 인, 아웃 등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해 다양한 추세와 반응을 생생한 그래픽으로 선보이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 두 AI 기업은 아무런 대가 없이 의기투합하며 녹화 기간 내내 담당자를 현장에 파견할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진짜 AI에 대한 ‘재미있는’ 코너가 필요했다. 그래서 프로그램 말미에 요즘 AI 특강으로 유명한 ‘AI 일타강사’ 세종사이버대 김덕진 겸임교수도 섭외했는데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친절하고 재미있는 특강이라 방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물론 이번 공동제작에 여러 행운도 따랐지만 어려움도 ‘차원’이 달랐다. 스태프 구성 단계에서 쉽지 않은 기획안으로 AI 아이템을 구성할 ‘훌륭한’ 작가님을 섭외하기도 어려웠다. 또 ‘아날로그’ 가 아닌 ‘디지털’ 방식의 제작을 위한 ‘저렴한’ LED월 스튜디오를 찾느라 분주했다. AI 아바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학습화’ 과정과, 프롬프트 상의 ‘안정화’를 위한 작업을 거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 원래 일정보다 더 늦어지기도 했다. 

공동제작 과정을 돌이켜 보면 마치 한편의 ‘드라마’처럼 제작된 것 같다. 제작 초기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진 기획안을 들고 제작진들끼리 치열하게 고민하며 시작했다. 동서울대학교, AI업체와 산학협동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복권당첨’ 같은 기술지원을 통해 지역 최초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AI아바타 ‘유리’를 만들어냈다. 지역MBC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 

지역소멸의 위기 속에 AI는 중요한 전환점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AI가 ‘만능키’는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AI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함께 지역소멸 위기에 대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탐구하는 것이다. AI로 인해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교육과 주거, 행정, 교통, 의료, 복지, 농어촌 등에 엄청난 물결과 파도가 덮칠 것이다. 이를 위해선 AI가 미칠 또다른 ‘쏠림’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AI로 인한 수도권 ‘쏠림’을 막고 AI를 통한 ‘지역공존’을 고민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지금 중요한 ‘전환점’을 맞으며 또다른 ‘쏠림’의 위기와 또다른 ‘생존’의 기회를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MBC 8개사가 공동제작한 <지역생존 AI프로젝트 – 우리 고향, 부탁해!>는 라디오 12부작 방송에 이어 TV 6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지역소멸 위기와 AI시대에 지역과 지역민은 무엇을 준비하고 국가와 지자체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해법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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