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생태계 진화 발맞춘 이원적 조직 개편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흥과 규제 양립하는 이원적 조직 개편이 ICT·AI 시대 부합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PD저널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지난 8월27일 국회 과방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심사2소위)는 최민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과 김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심사 대상이었다. 향후 법안 공청회를 개최한 후 2차 법안심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그런데, 법안심사2소위 종료 후 김현 의원은 백 브리핑을 통해, △두 법안 중에 김현 의원 법안으로 포섭되는 것으로 정리하고, △위원 구성은 상임 3명, 비상임 4명으로 총 7명으로 변경하되 추천 몫 배분은 미정이라고 하고, △김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 명칭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변경하고, △위원회 소관사무 중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진흥 및 규제 업무’는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 의원 법안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진흥 및 규제 업무’가 제외되면 과기정통부 2차관실 방송진흥정책관 담당 업무 정도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이관시키는 것으로 최민희 의원 법안과 차이가 없게 되고, 결국 2008년 3월 출범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소관 업무를 복원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문체부, 과기정통부, 방통위 등 3개 부처로 분산되어 있는 미디어 정책의 통합·관장 관련 부문은 논의에서 제외 돼 있는데, 향후에는 김현 의원 법안으로 포섭하면서 3개 부처 간 이견이 심한 분야는 제외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현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이 명칭과 위원 수 일부만 변경한 것에 불과하여 ‘신설’되는 기관이라고 명명하기는 무리다. 

또 김현 의원 법안에서는 심의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보하고, 인사청문 대상으로 규정하며, 탄핵소추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심의위위원장은 국무총리에게 의안 제출을 건의할 수 있고, 국회 요구 시 출석·보고·답변할 의무를 부여한다. 그런데 민간 독립 심의기구의 수장을 중앙행정기관의 장(長)과 동일하게 인사청문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인사청문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3법 개정과 언론개혁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3법 개정과 언론개혁 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방송영상미디어 정책에 대해 구시대적 사고의 틀을 탈피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발전과 OTT 등 신 유형의 스마트 미디어 등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레거시 미디어의 활성화 지원 확대를 위해 3개 부처로 분산되어 있는 미디어정책을 통할·관장하는 기구, 그리고 방송의 공공·공익적 책무 강화와 시청자 주권 확대 및 이용자 보호를 효율적으로 관장하는 기구의 이원적 정부조직 체계 구축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전자는 방송·영상 플랫폼 및 콘텐츠, 방송·영상과 ICT 또는 AI의 융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 1인 미디어 등 미디어산업 관련 정책, 신문 및 인터넷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인터넷뉴스서비스 등 언론미디어 정책, 광고(방송·영상·신문·인쇄·온라인·정부광고) 정책, 국정에 대한 홍보 및 정부발표에 관한 사무 등을 총괄 관장하는 미디어콘텐츠부를, 후자는 방송의 독립성 보장 및 공정성 ·공익성 가치 구현에 관한 규제,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 이행 감독, 시청자 권익 및 이용자 피해 보호 등에 대한 공적 규제, 방송사업자와 이용자 간 분쟁 조정을 위한 공공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다.

공공미디어위원회를 신설할 경우에도 전체 위원을 몇 명으로 구성하고, 누가 몇 명을 추천하느냐에 따라 현재 3대2의 정치적 구조에 따른 문제점과 비난이 계속될 것인가, 독립적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인가 하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에 상임과 비상임 위원을 7명으로 하되, 대통령 지명 1명, 국회의장 추천 1명,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여당)의 교섭단체 1명, 그 외의 소속 의원 수가 가장 많은 정당(제1야당)의 교섭단체 2명, 대법관회의의 합의로 대법원장 추천 2명으로 구성하는 방안이 있다. 여기서 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으로, 부위원장은 제1야당 추천 2명 중 1명으로 하고 나머지 상임위원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2명 중 1명으로 3명을 상임위원으로 하고, 나머지 위원은 비상임으로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다섯의 추천권자에 의해 상임 및 비상임 위원 7명으로 구성하는 것은 심도 있는 숙의 과정을 유도하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합의제 기구의 본질을 살려 방송통신위원회 시절에 자행된 정권의 방송 장악 기도의 부조리를 차단하는 효과를 유인하는 의미가 있다.

국회의장과 대법원장에게 위원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은 삼권 분립의 정신을 가미하여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국회의장의 위원 추천 시 여대야소 상황에서는 여당 몫이 3명(대통령(1)+국회의장(1)+여당(1))이 되고,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야당 몫이 3명(국회의장(1)+야당(2))으로 의석수에 따라 균형을 확보할 수 있고, 대법원장의 추천 위원으로 중립지대를 형성하여 정치적 대립 시 중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장이 독단적으로 위원을 추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법관회의’의 ‘합의’에 따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12일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12일 방통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동안 방송통신위원회는 출범 후 17년간 주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 실질적으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이 실현되지 않았고, 레거시미디어 규제에 치중하여 미디어 산업 생태계의 진화·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또한 설립 취지와 다르게 통신 규제 및 분쟁 부문은 거의 이동통신 단말기, 요금제, 이동통신 서비스의 이용자 차별 문제와 위치정보 법규 위반 등에 치중되어 현 과기정통부의 2차관실 소관 규제 업무를 대행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더구나 역대 방통위원 중 방통위 공무원이 위원이 된 3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방송이나 방송과 유관한 분야 출신들뿐이어서 통신부문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다. 따라서 통신 규제 및 분쟁 부문은 과기정통부로 이관시켜 진흥과 합리적 규제를 병행시키는 것이 ICT·AI시대에 부합하다.

이제 미디어 생태계의 진화·발전에 발맞추어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공적규제 기능을 위한 전담 합의제 독립기구와 미디어 산업 진흥을 위한 독임제 부처가 양립하는 이원적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특별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편협한 발상으로 합의제 독립기구를 겉모습만 바꾸는 수준에서 행정부의 한 축인 조직 개편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비판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정부, 어떤 정권하에서도 흔들림 없이 방송미디어의 공공·공익적 가치가 뿌리 내리고,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 증진, 미디어 산업 활성화에 제대로 기여할 수 있는 정부조직 개편의 길을 열어 가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