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AI방송혁신단장 "내부서 AI 전문가 '챔프' 40~80명 지정해 양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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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영우 KBS AI방송혁신단장
"현장 중심 실행력으로 AI 전사적으로 확산"

서영우 KBS AI방송기술혁신단장 ⓒPD저널
서영우 KBS AI방송기술혁신단장 ⓒPD저널

[PD저널 =엄재희 기자] 2011년 뉴욕타임스가 보여준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DX) 과정은 언론사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아날로그 종이신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의 체계적인 전환은 위기에 빠졌던 뉴욕타임스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킨 계기가 됐다. 2025년, 언론사들은 이번에는 AI 전환(AX)에 직면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국내 방송사 중 AI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선 대표적인 곳이 KBS다. KBS는 지난 3월 'AI 방송 원년'을 선포한 데 이어 지난 9월 AI 전환 컨트롤타워 격인 'AI 방송혁신단'을 신설했다. 

AI방송혁신단을 맡게 된 서영우 단장을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같은 달 22일 발령받은 서 단장은 출범 초기라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혁신단의 운영 방향과 'AI 챔프' 등 핵심 구상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서 단장은 "공영방송이 변화하는 미래 미디어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AI를 전략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AI방송혁신단은 'AI 전환'을 통해 방송의 제작과 유통, 서비스 전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혁신단은 KBS의 AI 전환을 총괄하고 부서 간 업무 조율, 대외 협력, 윤리 이슈 대응 등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라는 설명이다.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내세운 AI방송혁신단 운용의 핵심은 AI 전문가 그룹 'AI 챔프(champ)'다.  각 본부·센터·총국별로 ‘AI 챔프’를 총 40~80명 규모로 지정해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 단장은 "AI챔프들이 각 부서에 들어가 AI 기술을 활용하고 필요한 도구를 제안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면서 AI를 전사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라며 "혁신단은 어느 부서에 어떤 AI 기술이 필요한지 현장의 요구를 듣고 적정 인원을 배치하는 등 체계적으로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서 단장은 다양한 AI 기술 활용을 통해 제작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촬영 전 간단한 글이나 그림 중심의 콘티로만 준비했다면, 이젠 AI가 장면 구성이나 카메라 앵글, 색감까지 담은 스토리보드를 쉽게 만들어 줄 수 있어 자원을 아끼면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며 "실제로, <역사스페셜> 등에선 프리젠터가 과거 역사적 현장에 있는 듯한 실감나는 장면을 AI기반의 XR(확장현실)을 활용해 구현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S 제주방송총국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웅의 귀환, 레클리스'
KBS 제주방송총국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웅의 귀환, 레클리스'

AI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도 기대 효과중 하나라고 했다. 서 단장은 "AI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배우가 과거에 KBS에 출연한 자료들을 찾아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며 "AI가 접목되면서 사람이 직접 찾아내지 못하는 부분까지 발굴해, 역사가 깊은 KBS 아카이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 단장은 AI가 단순히 제작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공영방송 역할을 한층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KBS가 AI 전환에 더 주목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AI 추천 시스템을 통해 시청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AI 번역을 통해 다국어 자막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청자가 공영방송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며 "방송의 제작과 유통, 서비스 전 과정에 AI를 전략으로 결합해 미래 미디어 환경에서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인한 윤리적 사회적 이슈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 9월 3일 KBS <뉴스9>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앞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인 AI 영상을 보도에 활용한 것을 두고 실제 발생하지 않은 가상 장면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부 비판이 나왔다. 서 단장은 "그러한 피드백을 포함해 향후 AI 전환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도 혁신단의 역할 중 하나"라며 "혁신단은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받는 기준을 마련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윤리적 활용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AI와 저작권 침해 이슈도 민감하다. 최근 방송 3사가 네이버 AI 하이퍼클로버의 무단 학습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진행중인 가운데, KBS가 네이버와 AI 기술 MOU를 체결해 논란이 됐다. 서 단장은 "네이버와의 MOU는 저작권 문제와 별개"라며 "네이버와 지적재산권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을 위한 미디어 생태계 구축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 일답이다.

서영우 KBS AI방송기술혁신단장 
서영우 KBS AI방송기술혁신단장 

-KBS는 'AI 방송 원년'을 선언하고 AI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새로 구성된 'AI방송혁신단'의 출범 배경은 무엇인가.

"AI 발전과 글로벌 OTT 영향력 확대로 KBS 같은 전통적인 방송사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공영방송이 변화하는 미래 미디어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AI를 전략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KBS는 AI 전환(AX)를 시도해왔는데, 이제는 통합적인 AI 전략을 세울 컨트롤타워가 필요해졌다. 혁신단은 AI 전략과 정책을 총괄하고 AI 기술 활용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이슈도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사내외 제작 부서와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AI 전환 컨트롤타워이자 공영방송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실험실이다."

-"AI를 통해 방송을 혁신하겠다"는 자칫 피상적인 선언에 그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일선 제작자를 방송혁신단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현업에서 기존 워크플로를 유지하면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방식을 준비 중이다. AI 전문가 그룹인 'AI 챔프'가 각 부서에 들어가 AI 기술을 활용하고 필요한 도구를 제안하고 그 활용 결과를 공유하면서 전사적으로 확산시키는 연결자 역할을 하게 된다. 혁신단은 어느 부서에 어떤 AI 기술이 필요한지 현장의 요구를 듣고 적정 인원을 배치하는 등 체계적으로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현장 밀착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실제 제작 부서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AI 전환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결과물을 뒤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작업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둔다. 예전에는 촬영 전 간단한 글이나 그림 중심의 콘티로만 준비했다면, 이젠 AI가 장면 구성이나 카메라 앵글, 색감까지 담은 스토리보드를 쉽게 만들어 줄 수 있어 자원을 아끼면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역사스페셜> 등에선 생성형 AI를 활용해 프리젠터가 과거 현장에 실제 있는 듯한 실감나는 XR(확장현실)을 구현해낼 수 있다. 제작진이 체감할 수 있는 도움을 주어야만 AI 혁신이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적 제작 환경 속에서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배우가 과거에 KBS에 출연한 자료들을 AI가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AI가 접목되면서 사람이 직접 찾아내지 못하는 부분까지 발굴해, 역사가 깊은 KBS 아카이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방송·콘텐츠 업계에서 AI 대응이 활발하다. 특히, KBS가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무엇인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 방송의 제작, 유통, 서비스 전 과정에 AI를 전략적으로 결합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한층 확장하고 미래 미디어 환경에서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제작 과정의 자동화와 효율화를 넘어서 데이터 기반의 기획, 다채로운 형식의 실험을 통한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 등 제작 혁신을 선도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목표는 시청자 접근권 확대다. AI 추천 시스템을 통해 시청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AI 번역을 활용해 다국어 자막 기술을 도입하는 등 시청자가 공영방송 콘텐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장애인·이주민 등 다양한 계층의 접근권 확대는 KBS가 실현해야 할 공적 가치 중 하나다."

-새로운 AI 기술 도입으로 인한 윤리적 사회적 이슈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KBS는 지난 8월 AI 가이드라인을 AI 활용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했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받는 기준을 마련하고, 업계를 선도하는 윤리적 활용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지난 8월 발표된 AI 가이드라인은 인간중심과 공영성, 투명성과 책무성을 핵심 원칙으로 하고, AI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되 전 과정에서 인간 감독과 최종 승인을 거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또, AI 활용 사실의 고지 의무와 콘텐츠 저작권 보호 원칙 등 뼈대는 충분히 마련됐다고 판단한다. 지나치게 세부적인 틀과 제한으로 인해 제작 생태계의 상상력과 확장성이 제한되는 것은 피하면서도 유연성 있게 보완하고 틀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혁신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KBS는 지난 8월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AI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KBS는 지난 8월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AI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지난 9월 3일 KBS <뉴스9>가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앞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인 AI 영상을 보도에 활용한 것을 두고 내부 비판이 나왔다. 어떻게 봤나.

"그러한 피드백을 포함해 향후 AI 전환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도 혁신단의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제작 단계별로 PD와 기자들이 바로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도 필요할 것이고, 다양한 형태의 AI 활용 고지 방식을 채택해 효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편향성 검증 대책을 통해 책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아직 AI 전환 초입 단계다 보니, 좀 더 실행 가능한 세부 지침과 절차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

-네이버와 포괄적 기술 협력을 맺었다. 어떤 시너지를 기대 하나. 

"네이버와의 MOU는 저작권 문제와 별개로, 미래 방송 환경을 대비하기 위한 기술적 협력 차원에서 체결된 것이다. KBS는 네이버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AI 기반 콘텐츠 자동화와 데이터 활용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 그리고 영상오디오 분석 기술 등을 통해 K 콘텐츠 글로벌 확산과 미래 미디어 생태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형 AI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AI 특징은 레퍼런스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KBS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영상 자료를 활용한다면 한국적 가치가 잘 반영된 독자적인 AI를 개발할 수 있다. 또, KBS 자료는 역사적 고증 등을 정확하게 할 수 있어서 가짜뉴스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AI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방송 콘텐츠는 고품질 학습 데이터의 보고이지만, 저작권 보호와 공정한 접근 또한 보장돼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셋과 AI 플랫폼을 구축해 방송사와 공유한다면 산업 전체의 혁신을 가속할 수 있다. 또, 저작권과 공정 이용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생성형 AI가 급속히 확산되는 만큼, 창작자와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합리적인 활용을 보장하는 새로운 저작권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 무단으로 창작물이 AI에 의해 도용되기만 한다면 창작자 의욕은 떨어지고 전체적인 콘텐츠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다. 방송 콘텐츠 창작자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곧 한국 AI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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