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2025년 광고 산업은 생성형 AI(Generative AI)가 불러온 지각 변동의 중심에 있다. TV 방송사와 글로벌 ‘월드가든’ 플랫폼들은 더 저렴하고 더 빠른 크리에이티브 제작, 그리고 광고 제작의 진입 장벽을 혁신적으로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월 16일 컴캐스트(Comcast)가 운영하는 유니버셜 애즈(Universal Ads)는 테크 기업 크리에티파이(Creatify)와 협력해 생성 AI 기반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공식 출시했다.(▷바로가기) 올해 1월 런칭된 유니버셜 애즈는 스킨케어 브랜드 팔머스(Palmer’s)와 전 미식축구선수 출신이 창업한 간식 브랜드 QB1 저키(QB1 Jerky)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예산을 흡수하며 성장해왔다.
이번에 선보인 AI 솔루션은 미국 내 중소 광고주도 기존에 가진 사진이나 제품 정보를 바탕으로, 고품질 광고 영상을 무료로 바로 제작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광고주는 추가 제작 작업이나 스튜디오 촬영 없이, 이미 보유한 자산만 업로드하면 AI가 알아서 브랜드에 맞는 영상 소재와 문구를 조합해준다. 완성된 광고 영상은 선형TV(전통 방송)와 스트리밍TV(온라인 채널) 모두에 손쉽게 집행할 수 있다.
컴캐스트 측은 “TV 광고는 비용과 제작 부담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았으나, 해당 솔루션 도입으로 소규모 브랜드도 몇 분 만에 방송용 영상을 직접 제작·집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광고주의 부담은 줄이고, TV·디지털 광고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구글과 아마존 역시 각각 AI Asset Studio,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Creative Studio)를 출시해 광고주가 자료만 올리면 AI가 브랜드 맞춤 크리에이티브를 생성하고, 바로 TV·디지털 채널에 송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ITV, Channel 4 등 영국 방송사도 유사한 AI 도구 도입으로 'TV 광고의 민주화'를 선언하며 중소광고주(SMB) 대상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로 ITV는 “모든 브랜드가 TV 크리에이티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장 질서를 바꿔다오겠다”는 비전을 밝히고 있다.
‘월드가든’ 플랫폼과 방송의 자존심 대결
AI 등장 이후 광고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구글·메타 등 플랫폼이 장악해온 소규모 광고주 예산이 TV와 스트리밍 시장으로 다시 유입되고 있는 점이다. 미국 미디어 전문지 <디지데이>에 따르면 2024년 중소형 광고주 대상 시장조사 결과, 응답자의 41%는 “더 최적화된 크리에이티브 툴이 있다면 새로운 광고 지면에 진입하겠다”고 응답했다.
실제 아마존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도입 후 파트너 에이전시에 베타 테스트를 개방했으며, 불과 한 달 만에 예산이 곱절로 늘었다는 현장의 피드백도 있다. 채널4와 ITV에선 광고 제작 경험이 없는 브랜드도 클릭 몇 번에 방송 송출이 가능해졌으며, 구글은 생성형 AI 기반 캠페인을 통해 신규 광고주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르던 TV 광고 진입 장벽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광고 산업 전반에서 AI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은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AI 크리에이티브 도입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제작 속도와 현지화 효율을 높이고, 광고 성과의 질적 개선까지 이끌어내며 글로벌 광고 생태계의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컴캐스트는 Creatify와 협력해 ‘사진과 정보 입력→영상 자동 제작→스트리밍 송출’이라는 자동화 생태계를 구현했다. 스킨케어 브랜드 팔머스와 스낵 브랜드 QB1 저키를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적용했다. 아마존도 크레이티브 스튜디오 솔루션도 소규모 광고주부터 연간 300만~500만 달러 규모의 광고를 운용하는 미드사이즈 기업까지 폭넓게 끌어들이며, 출시 한 달 만에 광고비 유입이 급성장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메타(Meta)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이미지 생성 툴을 내놓았다. 자동차 브랜드의 경우 위치와 날씨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커스텀 배너 광고를 운영해 클릭률을 35% 이상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며, 동적 크리에이티브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틱톡(TikTok)은 심포니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Symphony Creative Studio)를 통해 AI 자동 동영상 제작 기능을 광고 시스템에 접목했다. 한 패션 브랜드는 이를 활용해 광고 제작 비용을 70% 절감하는 확실한 ROI(투자대비수익률)를 기록했고, 이러한 성과는 업계 전반의 AI 도입 가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AI더빙 회사 신세시아(Synthesia)는 다국어 광고와 제품 영상을 AI 아바타로 짧은 기간 안에 제작하면서, 글로벌 브랜드가 각국 시장에 빠르게 현지화된 광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결과적으로 다국적 마케팅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생활가전 브랜드 로보락(Roborock)은 ‘I Hate Roborock 2’ 캠페인에서 미드저니, 포토샵, AI 일러스트 챗봇을 결합해 독창적인 캐릭터와 영상을 제작했다. 이 캠페인은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 2025의 AI Stars 부문에서 크리스탈상을 수상하며, AI 기반 크리에이티브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생성 AI 광고의 한계와 기회
생성 AI 시대의 광고는 기존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하고 있다. 특히, 에이전시·제작 대행 역할을 바꾸고 있다. 개별 소상공인은 맞춤형 광고 툴을 통해 단독으로 광고 제작까지 할 수 있으므로, 전문 에이전시가 하던 ‘중개자’ 역할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일부 에이전시들은 AI 도구를 활용해 기존 브랜드 광고를 다양한 채널별로 번역·최적화해 광고 운용·컨설팅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AI 광고 자동화가 심화되면 할리우드 대형 에이전시, 제작 프로덕션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쏟아진다.
물론 2025년 벌어지고 있는 생성 AI 광고 대전은 분명 ‘광고의 민주화’라는 긍정적 혁신을 안겨준다. 이제 스타트업, 소상공인, 지역 브랜드조차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데이터 기반, 맞춤형 브랜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혁신의 흐름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자동화와 저비용 구조의 급진적 확산은 콘텐츠 품질의 저하와 창의성의 약화, 그리고 저작권 침해와 페이크 콘텐츠 문제 같은 새로운 위험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대기업과 대형 광고주들은 여전히 데이터 보안과 브랜드 세이프티(Brand Safety)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AI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반면, 과감히 AI를 전면에 내세운 신흥 플레이어들은 오히려 기존의 시장 질서를 흔들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AI를 단순한 도구적 수준에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브랜드와 마케터가 AI를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그 위에서 차별화된 서사와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설계할 수 있을 때, 생성 AI는 광고 산업을 진정으로 혁신하는 엔진이 될 것이다. AI의 기술적 가능성이 아닌, 그것을 통해 인간이 빚어내는 맥락 있는 창의성이야말로 향후 광고 생태계를 정의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