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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0.01 10:00
  • 수정 2025.10.01 10:32

'꼬꼬무' PD "20년 전 평양에 울려퍼진 조용필 노래, 세대 뛰어넘는 울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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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꼬꼬무-그 해 여름, 조용필 in 평양'편으로 306회 이달의 PD상 수상한 SBS 김효진 PD

지난 9월 26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효진 PD. ⓒ김성헌
지난 9월 26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PD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효진 PD. ⓒ김성헌

[PD저널 =박수선 기자] 20년 전 ‘조용필 평양공연’을 재조명한 편으로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김효진 PD는 “불안과 불신이 커진 시대에 어떻게든지 북한과 협업을 이끌어낸 역사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용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김 PD는 “제작하는 내내 20년 전 뜨거운 열정으로 ‘조용필 평양공연’을 준비했던 선배들과 같이 호흡하는 느낌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지난 8월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그 해 여름, 조용필 in 평양>편은 SBS가 북한 측의 요청을 받고 추진한 ‘조용필 평양공연’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김 PD는 2005년 가왕 조용필씨가 평양에서 공연을 가진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꼬꼬무> 촬영으로 접했다. 

“선배 PD와 이야기를 하다가 20년 전에 조용필 선생님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마침 올해가 평양 공연 20주년이라서 의미도 있었고요. 조언을 얻기 위해 당시 평양공연에 관여했던 분들을 만났는데 , 비하인드 스토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할 만하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조용필 평양 공연’은 방송가에서 ‘북한통’으로 손꼽히는 오기현 PD(現 경주문화재단 대표)가 민족화해협의회 북한 측 인사의 전화 한통을 받고 시작됐다. “조용필 선생을 평양으로 불러 달라”는 민화협 북측 관계자의 요청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김효진 PD는 “SBS 레전드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내부 구성원에게도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며 “열정적으로 빛나는 순간은 보편적으로 누구나 좋아하니까,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꼬꼬무 특집 더 레전드. 조용필 평양공연' 편  
'꼬꼬무 특집 더 레전드. 조용필 평양공연' 편  

김 PD는 당시 평양공연 촬영 원본을 포함, 60시간 분량의 관련 영상을 샅샅이 훑어보면서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했던 남북 협상 과정이 담긴 영상과 생생한 평양공연 장면은 과몰입을 유도했다. 다만 소속 방송사에 몸담았던 선배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보니 객관화하는 노력은 필요했다. 

김 PD는 “아무래도 속한 방송사, 선배들의 이야기라서 과몰입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북한과의 공연 협상 과정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많이 줄이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제작 기간 동안 가왕의 명곡을 일상적으로 접하면서 ‘입덕’을 피할 수는 없었다. 부모님보다 더한 '조용필 광팬’이 됐다는 그는 “조용필 선생님이 어떻게 공연을 준비하는지, 리허설을 주도하는지 접하면서 정말 프로페셔널한 분이라는 점을 느꼈다”며 “KBS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획한 ’조용필 단독 콘서트‘ 예매는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방송을 준비하면서 조용필 선생님의 음악을 알게 됐다는 게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조용필 콘서트에 가고 싶다고 하면 예맨 해주는 자녀들이 많잖아요. 방송을 보고,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는 시청자 후기를 보고 개인적으로 뿌듯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도 통한 조용필 선생님의 노래가 시대를 넘어 젊은 세대에게도 감동을 주었다는 건데, 이런 게 대중문화가 가진 순수한 힘인 것 같아요.” 

평양공연 다음날, 조용필은 수용인원이 11만명을 넘는 5·1경기장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면서 “다음에는 여기에서 (공연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후일을 도모했다. 평양공연을 준비했던 다른 관계자들 역시 평양에 다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다. 당시에는 남북관계의 단절이 이토록 오래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북 관계는 한번 물꼬가 트이면 금방 기류가 바뀔 수 있잖아요. 남북관계와 통일 담론을 일상으로 끌어오는 게 방송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북한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달의 PD상 수상자로 인터뷰하고 있는 김효진 PD. ⓒ김성헌
이달의 PD상 수상자로 인터뷰하고 있는 김효진 PD. ⓒ김성헌

2020년 파일럿으로 첫 선을 보인 <꼬꼬무>는 어느덧 200회를 앞두고 있다. 역사적 사건에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입힌 <꼬꼬무>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은 <꼬꼬무>는 올해부터 다양한 특집을 시도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5월 <꼬꼬무> 팀에 결합한 김 PD는 ‘더 리얼 3부작’ 특집에 이어 이번에 창사 35주년을 기념한 ’레전드 시리즈‘에 참여했다.   

김 PD는 “사회적인 파장이 컸던 사건·사고뿐만 아니라 우리가 공유했던 문화적인 공감대가 무엇인지를 놓고 내부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사랑꾼이나 과거 모든 국민들이 즐겼던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는 김효진 PD. ⓒ김성헌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는 김효진 PD. ⓒ김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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