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박수선 기자] 지난해 MBC가 콘텐츠 기획·제작 스튜디오로 세운 ‘MOst267’이 기획 기능을 강조한 강소 스튜디오로 도약하고 있다.
‘모스트267’ 초대 수장을 맡은 김진만 대표는 “MBC라는 좋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모스트267’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논스크립트, 스크립트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MBC와 윈윈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남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등 MBC 환경 다큐멘터리 ‘눈물 시리즈’ 연출로 이름을 알린 김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모스트267’를 이끌고 있다.
MBC는 ‘모스트267’을 출범시키면서 MBC ‘최초’ 외부 제작 스튜디오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2016년 CJ ENM이 드라마 제작 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스튜디오드래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이후 방송사의 스튜디오 모델은 대세가 됐다. JTBC의 콘텐츠 스튜디오 SLL은 레이블 체제를 확장하고 있고, SBS도 드라마·예능 조직을 분사해 스튜디오S와 스튜디오프리즘을 세웠다.
MBC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피지컬 100> 등을 제작하면서 스튜디오 전환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지난 24일 만난 김 대표는 “<나는 신이다> 제작을 총괄하면서 MBC도 다른 채널·플랫폼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외부 제작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스튜디오 체제에선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지상파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다. 아울러 PD들에게 외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인력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범 2년차를 맞은 ‘모스트267’은 그동안 웨이브 오리저널 <피의 게임3>, 13년 만에 부활한 <MBC 대학가요제>, 쿠팡플레이와 손잡고 추진한 <무한도전 런(RUN)> 행사 등을 제작·기획했다. 계약 조건 등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내년에 국내외 OTT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거나 제작이 논의 중인 프로젝트도 예닐곱 개에 이른다. 덕분에 설립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진만 대표를 포함해 세 명으로 출발한 ‘모스트267’의 식구는 현재 10명까지 늘었다. MBC를 거쳐 JTBC 제작본부장을 역임한 임정아 본부장, <소년심판>을 제작한 길픽쳐스 출신인 최선화 기획이사, <검은 태양> ·<연인> 등을 제작한 홍석우EP 등이 새롭게 결합했다.
김 대표는 ‘모스트267’는 분사를 거쳐 독립한 스튜디오와 다르게 기획 기능 중심으로 프로젝트와 조직을 꾸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스트267’은 기획 작업을 직원들이 모두 모여서 하는데, 좋은 기획을 어느 정도 메이드한 다음에 적합한 디렉터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디렉터 중심이었지만, 콘텐츠 제작 환경이 변하면서 기획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프로그램 시청률이 잘 나와도 성공으로 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으니까요. 비즈니스 모델과 IP(지적재산권)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수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기획 단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OTT 의존도가 높아진 콘텐츠 시장에서 콘텐츠 스튜디오 간의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후발 스튜디오로서 느끼는 경기 체감도는 어떨까.
김 대표는 “OTT가 늘어나면 훨씬 더 많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폭등한 출연료 문제가 크게 대두되면서 다수의 제작사는 기회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제작 투자로 IP를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OTT가 높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OTT 사업자들도 제작사·방송사들과 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예전 방송사들도 외주사에 IP를 넘기지 않고 독식했지만, 활용을 잘하진 못했다. 향후 오리저널 콘텐츠도 IP를 나눠 수익을 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OTT가 득세한 콘텐츠 시장의 구도는 IP의 가치도 끌어올렸다. 시즌을 이어갈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보가 생존 공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는 “IP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성공시켜 본 경험이 있는 PD들을 영입하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것을 찾는 것만큼 PD들을 데리고 와서 안정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즌 2,3를 이어나가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트267’는 <무한도전 RUN>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을 살려 IP 활용 다각화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김 대표는 “MBC가 오랫동안 콘텐츠를 제작해왔기 때문에, MBC 아카이브에 <무한도전> 말고도 좋은 IP가 많다. IP를 활용한 콘텐츠로 반향을 얻은 뒤에 공연·굿즈 사업, 해외 유통으로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을 다듬고 있다”라고 했다.
3년 임기의 반환점을 지나고 있는 그는 “아무리 프로그램 기획이 좋아도, ‘이걸 누가 하는데’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PD, 작가 등 좋은 크리에이터들을 락인(Lock-in)하는 게 임기 내 우선적인 목표”라며 “지금은 언스크립트에 집중하고 있지만, 스트립트도 제작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