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엄재희 기자] 신문사들이 디지털 퍼스트 전략에 따라 채용 규모를 늘린 PD들이 오리지널 다큐 제작, 단독 보도 등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면 한계에서 벗어나 콘텐츠 전달력을 높이고, 유튜브 수익 증대에도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6200여개 신문사의 유튜브 채널 운영 실태를 조사한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사 유튜브 채널 운영 현황'에 따르면, 응답한 신문사 중 36.2%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 100억 원 이상 대형 신문사의 경우 83.9%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비중은 88.8%에 달했다. 유튜브 채널 담당 인력수는 평균 2.3명이고, 1명의 담당자를 보유한 신문사는 48.3%였다.
시사 방송부터 다큐까지...입지 커지는 '신문사 PD'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선 신문사 중 하나인 <한겨레>는 10여 년 전부터 PD를 채용하는 등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현재 12명의 PD가 <공덕 포차> <뉴스 다이브> <논썰> 등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현장 뉴스 영상도 만들고 있다. 지난 4월 론칭한 시사 토크 프로그램 <뉴스 다이브>는 회당 1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신문사 시사 1,2위를 다투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유튜브 채널 <한겨레 TV> 구독자수는 97만명까지 증가했다.
한겨레 PD들은 데일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틈틈이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성과를 내고 있다.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의혹을 파헤친 탐사 다큐멘터리 <비밀의 방>으로 신문사 최초로 한국PD연합회 이달의 PD상을 수상했고, 백해룡 경정이 폭로한 검찰과 세관의 조직적 마약 사건 은폐 의혹을 다룬 <미씽링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받았다.
<뉴스 다이브>를 연출하는 박승연 PD는 "독자들이 기사를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글에 담지 못하는 영상의 생생함을 통해 뉴스의 깊이를 더 하고 독자와 새롭게 소통하기 위해서 영상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월부터 방송 중인 <시사IN>의 <김은지의 뉴스IN>도 대표적인 신문사 영상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2년 가까이 순항하면서 <시사IN>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는 8만에서 68만으로 뛰어올랐다. 이러한 증가는 자연스럽게 <시사IN> 구독자 증가로 이어졌다.
<뉴스IN>은 PD 3명과 인턴 PD 1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주 4일 방송을 만들고 있다. PD들은 별도의 작가나 기술감독 없이, 방송 전 과정을 도맡아 한다. <뉴스IN>을 연출하는 김세욱 PD는 "신문사 PD는 출연자 섭외부터 취재, 대본 작성, 촬영, 송출, 편집, 섬네일과 클립 영상 제작까지 방송 전 과정을 맡고 있다"며 "분업화된 레거시 방송사와 다르게 '올라운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보조적이라기보단 하나의 큰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발행주기, 지면 제작에 국한되지 않은 제작 시스템이 효율성과 신속성이 높이는 요인이다. <시사IN>이 지난해 비상계엄 당일 밤 긴급 편성한 라이브 방송은 71만 조회수, 동시접속자 수 4만여 명을 기록했다.
지역 전문분야 울타리 넘어 다채로운 실험
지역지, 경제지 등도 영상 콘텐츠를 통해 지역과 전문분야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경기일보>는 지난해 경기도 내 전통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상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장다르크 이야기> 기획기사를 2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획기사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제26회 양성평등미디어상을 받은 것을 기념해, 독자들에게 더 생생하게 여성 상인의 고충과 일상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었다.
경기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중앙 정치와 전국 사건사고 등 다양한 이슈를 영상 콘텐츠로 다루는 중이다. 국회 촬영 기자에 등록해 직접 현장 취재도 하고,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때는 직접 무안으로 향하기도 했다.
곽민규 <경기일보> PD는 "지면의 한계를 벗어나 재미있고 다채로운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역지라고 해서 지역뉴스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일보>도 부산공동어시장의 현대화 사업을 다룬 다큐멘터리 <피시 랩소디>와 일제강점기 한국인을 강제 동원해 만든 부산지역의 동굴을 파헤친 인터랙티브 기사 <부산굴기> 등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방치되다시피 한 동굴이 정비를 거쳐 시민에게 개방되는 등 성과도 얻었다. 부산 전역을 돌아다니며 시민들과 노후준비에 대해 들어보는 <노하우>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정수원 <부산일보> PD는 "이제 텍스트가 아닌 영상의 시대로 바뀌고 있고, 신문사도 어떻게하면 사람들이 더 콘텐츠를 보게할까를 깊게 고민하고 있다"며 "기존의 부산일보는 무거운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를 벗어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역할을 하며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헤럴드>는 20여명의 PD가 영상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21명의 PD들이 부동산 투자·재테크 전문 유튜브 채널인 <부동산 360>, K-팝과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헤럴드 뮤즈> 등을 만들고 있다. 헤럴드는 콘텐츠 다각화 전략을 위한 독립 부서 '헤럴드 랩'을 운영하고 있다.
안경찬 <헤럴드> PD는 "헤럴드 랩은 독자적인 제작 부서 역할을 하며 기자들과 협업을 하거나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며 "<부동산360>의 경우 기자들이 임장 장소를 찾아오면, PD들이 현장에 가서 촬영하고 편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조직 내 역할 커졌지만 인식 부족 여전
신문사에 속한 PD들이 유튜브 시장에서 차곡차곡 성과를 쌓고 있지만, 업무 과중과 인식 부족 등의 고충도 있다.
박승연 PD는 "활자 매체다 보니 영상은 부수적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클릭 수나 조회수 같은 단기 지표로 성과를 판단하려 하지만, 영상 저널리즘은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을 통해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며 "제한된 인력과 자원 속에서 콘텐츠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다"라고 했다.
곽민규 PD는 "현재는 한국기자협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현장에 가면 다른 방송사 촬영기자 풀단에 속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다"며 "방송 기자뿐만 아니라 방송 PD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PD연합회에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신문사 PD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PD들이 늘면서 최근 한국PD연합회에 신문사 PD협회가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PD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한겨레>와 <헤럴드경제> 소속 PD들이 협회를 구성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다른 신문사 PD들의 가입 문의도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다. 안경찬 PD는 "방송사가 아니다 보니 영상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신입 PD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다른 방송사나 신문사 PD는 어떤 식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교류 의지도 크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