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한 장면. 시상자로 나선 그녀는 봉투를 열어 수상자를 확인한 후 큰 숨을 몰아 쉬더니 ‘냉큼’ 수어로 말했다. 수어의 뜻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참석자들은 알아챘다. 객석에서 “오 마이 갓!” 환호와 감탄이 터져 나왔다. 시상식의 오랜 역사상, 수상자를 수어로 호명하는 것 자체가 충격이겠거니와 통역을 거치지 않고 청각장애인 수상자가 먼저 본인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시상자의 배려가 전해진 감동적인 순간이다.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청각장애인 배우 트로
[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지난겨울, 다른 방송사의 피디들과 진안 여행을 다녀왔다. C 방송사의 M 피디가 주선해서 K 사의 S 피디, J 사의 H 피디 등이 오후 늦게 전주를 출발해서 1박 2일의 여정을 함께 했다. H는 ‘불멍’에 꽂혀있었고 S가 동조해서 나도 매우 기대되었다.H는 제대로 캠핑 기분 내보자며 고구마를 준비했다는 둥, 벙거지 네 개를 주문했다는 둥, 장작을 주문했다는 둥, 며칠 사이 흥미를 유발하는 메시지로 고무해왔고 참가자들이 각종 간식이며 즐길 거리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흥미가 더해졌다. 역시 여행은
[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남편이 남해에서 새로 일을 시작하게 되어 남해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남해는, 일단 이름이 좋았다. ‘내 고향 남쪽 바다’로 시작되는 가곡 가고파의 배경은 마산이지만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라는 가사는 투명한 쪽빛 바다가 떠오르면서 마음이 편안하다. 1973년 개통된 남해대교는 70년대 한국 관광의 명소로 집집마다 동양 최대 현수교로 건립된 붉은색 남해대교 앞에서 찍은 인증샷 하나쯤 걸려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당을 가로질러 디딤돌에 신발을 벗어두고 대청마루에 올라서면 필경 안방 출입구 문
[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나는 천성이 게으르고 주변을 살피지 못해 무언가를 잘 가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선뜻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생명을 들이는 것은 더욱 각별한 책임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고 시절, 학급마다 새와 금붕어를 키우는 과제가 주어졌다. 새장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나 금붕어가 어항을 헤엄치는 모습은 여고생들에게 좋은 환경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우리 반 새들이 죽어 나간다는 것이다. 월요일에 등교해서 보면 깃털만 남긴 채 새 한 쌍이 사라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먹잇감이 있는 것을
[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가까운 친구가 “정말 좋은 미장원을 찾았다”며 소개해 준 ‘장 헤어’를 단골 미용실 삼아 다닌 지 햇수로 3년쯤 지났다. 친구가 사뭇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목소리에 생기를 가득 품고 기밀이라도 공개하는 양 이야기를 했지만 아닌 게 아니라 생색낼 만큼 중요한 정보였다.‘좋은 미장원’의 기준은 가격이었고, ‘찾았다’는 것은 공간적 개념이다. 아줌마 입장에서 파마가 1만 5천원이라는 것은 한 마디로 혹할만하다. 염색도 1만 5천 원이다. 심지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면 5천 원을 할인해준단다. 파마
[PD저널=이재형 기자] 종교방송사 네 곳의 PD와 작가가 꼬박 1년을 품 들인 프로그램이 있다. 2017년부터 BBS 불교방송·CBS·cpbc 가톨릭 평화방송·WBS 원음방송과 국방부가 공동으로 기획·제작하고 있는 '군종 홍보' 시리즈 이야기다. 군 장병들의 신앙 생활을 돕는 4개 교단(기독교, 카톨릭, 불교, 원불교) 소속 군종교구가 각 종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장병 사기를 높이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로, 지난해 12월 방송된 는 종교방송사들이 네번째로 의기투합해 내놓은 프로그램이었다.
[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2020년은 시작과 끝이 코로나19로 점철됐다. 하루빨리 종식되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대의 희망이었는데, 이즈음 일상의 개념이 바뀌어서 코로나가 일상인 듯하다. 나 혼자 조심한다고 극복되는 전염병이 아니어서 일 년 내내 가슴 졸이고 불안해하며 몸을 사렸다. 대부분 모임과 활동을 줄이고 집과 회사만 오가는 생활이었다. 회사 근처에 있는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과 출퇴근을 같이 하면서 그 시기의 향방은 일관되게 회사와 집, 또는 집 또는 회사로 흘러갔다. 아침 7시 30분 집에서 나와 회사에서 업
[PD저널=박수선 기자] K쇼핑 프리랜서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 목동 K쇼핑 미디어센터 직원 전원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K쇼핑을 운영하는 KTH에 따르면 K쇼핑 프리랜서 직원 1명이 4일 오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K쇼핑 측은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과 같은 사무 공간을 이용하는 직원 전원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도록 했다. 다른 홈쇼핑 채널과 달리 T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K쇼핑은 녹화 영상을 내보내는 방식이라서 방송 차질은 없다. 미디어센터와 떨어져 있는 콜센터도 정상 운영 중이다. KTH
[PD저널=박수선 기자] 한국방송협회는 현재 재난방송의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아 불합리하다며 ‘라디오 재난방송 기준 합리화 요청서’를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방송협회는 15일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라디오 재난방송 기준 합리화 요청서’에서 “자막이나 화면 분할을 통해 본 프로그램에 큰 방해 없이 재난방송을 실시할 수 있는 TV와 달리, 라디오는 계획된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해야만해 청취자들의 청취권 보장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따르면 정부의 재난방송 요청을 받은 방송사는
[PD저널=박수선 기자] KNN‧연합뉴스TV 등 재난방송 법규를 위반한 7개 방송사가 총 67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명시된 재난방송 의무를 2019년 3~4분기에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KNN, 원음방송, 연합뉴스TV, YTN라디오, 춘천문화방송, CBS, 광주영어방송 등에 대해 방송사의 소명 절차를 거쳐 과태료 675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방송사들은 대부분 재난지역 명칭, 발효 시각 등의 주요 정보를 누락한 게 문제가 됐
[PD저널=이미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4일 특정 방송사 또는 광고대행사와의 거래조건을 차별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에 과징금 3천만 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코바코가 방송광고 결합판매 관련 현행법을 위반해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앞서 방통위의 조사 결과, 지난 2015년과 2017년 코바코가 방송광고 결합판매 최소 지원규모를 초과한 금액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경인방송과 원음방송에 과도한 금액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방통위는 "코바코가 지난 2015년 결합판매 초과분 6300만 원
[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수필가] 나이를 먹을수록 악기 하나라도 가까이하면서 늙어가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먹고살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엔 피아노 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부잣집 딸에게나 주어진 매우 호사스러운 교육 환경이었다.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본 적도 없었고 플롯, 클라리넷은 읍내 유일 관악대가 있는 농고 브라스밴드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연주자들은 전주로 레슨을 다닌다고 했다. 남원읍에서 그나마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방과 후 교육이라면 주산학원을 들 수가 있겠다. 나 역시 학원비 때문에 피아노는
[PD저널=이미나 기자] 지난 18일 KBS 1TV 에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MBC 에서 유산슬이라는 예명으로 트로트에 도전한 유재석은 지난 14일 tbs 원음방송 에 신인가수 자격으로 출연, 신곡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유산슬에 앞서 펭수가 있었다. 유명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왔다는 열 살짜리 펭귄 '펭수'는 소속사 격인 EBS를 근거지로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하며 '방송사 도장 깨기'에
[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수필가] 예전에는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인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뒤적이다’는 ‘이리저리 들추며 자꾸 뒤지다’라는 뜻의 타동사다. ‘몸을 이리저리 방향을 자꾸 바꾸어 눕다’는 뜻의 자동사도 있지만, 대부분 타동사로 써왔던 것 같다. 심심해서 이것저것 뒤적인 적도 있지만, 직업상 자료를 찾기 위해 신문을 뒤적인 적이 많다.신문보다 인터넷이 밀접한 시대에 문득 인터넷을 ‘뒤적인다’는 말이 맞을지 의심이 걸렸다.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닌 듯하지만, 아무래도 단어의 형성이나 쓰임새에 있어서는 공간을
[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수필가] 2014년 5월은 빨간색 글자로 반짝거렸다.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 연휴가 일요일과 맞물려 직장인들의 가슴을 뛰게 했고 노동절 전후로 연차를 쓰면 며칠간의 황금 같은 휴가 조합이 완성됐다. 언론계 정년퇴임 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계 입문을 권유받던 K선배는 선거철을 앞두고 적당한 도피처가 필요했다. 그렇게 2014년 4월 말, K선배와 함께 북유럽 기행을 떠날 수 있었다. 모든 여행은 즐겁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주요 관광지를 돌아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
[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수필가] 이석증으로 심하게 고생한 둘째 아들을 데리고 남편 친구가 원장으로 있는 이비인후과에 가는 길이었다. 자동차에 타자마자 아들은 “엄마, 은 원장님은 할아버지가 좋은가 봐요. 제가 병원에 갈 때마다 할아버지 안부를 물으시구요, 저더러 할아버지한테 사진 테크닉을 배우라고 늘 말씀하세요”라고 말했다. 은 원장이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이날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병원에서 아들을 진료하던 은 원장은 아닌 게 아니라 진료를 마치고 비는 시간에
[PD저널=전하연 원음방송 PD]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에 모든 것이 싫증났다.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자 이것저것 배워보긴 했지만 마음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좀 더 재밌는, 일상과 다른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아보던 그맘때, PD연합회에서 ‘템플 스테이’ 팸투어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본 게, 내면과 진득하게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 게 언제인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마음의 평안을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마곡사로 향했다.마곡사는 충청남도 공주시의 태화산에 자리 잡은 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