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대변인’ 자처한 한나라당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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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의혹 앞장서 해명 “언론단체, 최 내정자 군기잡기”

[2보, 오후 5시]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방통특위의 인사청문회가 17일 오후 2시 속개된 가운데, 한나라당 측 의원들이 본격적인 최 내정자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하고 나서 논란이다.

한나라 “언론단체, 방송 좌지우지 위해 최시중 내정자 군기잡기 하고 있다”

우선 정종복 한나라당 의원은 최시중 방통위원장 내정을 반대하는 언론·시민단체를 ‘친노(친 노무현)’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이들 활동의 의미를 사실상 폄훼했다.

정정복 의원은 “지상파 TV의 디지털 전환 준비 작업 등이 늦어진 것은 언론·시민단체의 반대 때문인데 이들은 사과 한 마디 한 적 없다”면서 “그렇게 방송정책을 좌지우지하던 세력들이 앞으로도 자신들 마음대로 하기 위해 내정자를 반대, 군기를 잡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정 의원은 “방통위에선 구 방송위원회와 구 정보통신부의 업무가 하나로 통합돼야 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만큼 중심을 잡고 여러 이해관계를 적절히 잘 조정할 역량 있는 인물이 필요한데, 이 같은 측면에서 최 내정자를 환영하는 방통위 내부의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전서 얘기하니 아부 같지만 실제 들어보니 그렇다는 얘기”라고 거듭 힘주어 말하면서 “평소 내정자는 ‘녹명(鹿鳴, 사슴이 먹이를 발견하면 소리를 내 울어 먹이를 찾지 못한 다른 사슴을 부른다)’과 ‘내명(內明, 겉으로 폼 잡지 않고 속으로 슬기롭다)’이란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방송의 독립을 위해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의 이재웅 의원은 최 내정자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해명에 앞장섰다.

최 내정자의 탈영 관련 논란과 관련해 이재웅 의원은 “병무청 기록에 탈영이라 기록돼 있긴 하지만 최 내정자 본인이 탈영의사가 없었던 만큼 탈영한 게 아니라 생각해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내정자가 당시 중대장으로부터 노역 3일 처분을 받았는데, 만약 진짜 탈영이라면 군법회의에서 처분을 받도록 돼 있다”며 “탈영 아닌 다른 사유로 근무지에 늦게 도착해 (중대장이) 사정을 봐서 노역 3일로 처리한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최 내정자가 “노역 3일 기억도 없다”고 대답하자 이 의원은 급히 “질의가 많아 답변 시간을 못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이미 50년 가까이 된 일이고 탈영의도가 없었던 만큼 죄의식을 갖지 않아 기억이 희미한 게 아니겠냐”고 다시금 ‘대신’ 해명했다.

같은 당의 심재엽 의원도 “36개월 병역 완수를 한 사람으로서 볼 때 병무청 기록에 있는 탈영의 의미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이해하는 탈영과 다를 것”이라면서 “당시 휴가 나온 군인에 대해 헌병대에서 조사한다고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때 2~3일 정도의 미귀대는 비일비재했다”고 주장했다.

심재엽 의원은 또 최 내정자 아들 최 모씨의 용산구 서빙고동 900평 땅 매도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최 내정자의 아들이 아니라 경남지역주택조합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경남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조합비 500만원씩 받고 900평에 대해 명의신탁을 했다가 해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본인은 알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재웅 의원도 “900평이 됐든 1만평이 됐든 한 필지에 대해선 한 딱지, 다시 말해 하나의 지분만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최 내정자의 아들이 15개 아파트를 판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아들 병역면제 논란과 관련해 이재웅 의원은 “살을 10kg 정도 빼게 하지 그랬냐”고 안타까워하면서 “아들 병역 문제는 아들이 스스로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최 내정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두둔에 “알겠다”, “감사하다” 등 짧은 답변만 전하면 됐다.

민주당 “최 내정자·한나라당, 국민 우롱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최 내정자 두둔에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광철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군대가 2~3일 정도 탈영하는 것은 관행일 정도로 그렇게 허술하고 한가하냐”면서 “지금도 그렇지 않은데 50~60년대에 2~3일 탈영이 관행이라니, 국민을 우롱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당의 이은영 의원은 “최 내정자는 아들 최 모씨가 용산구 서빙고동 90억 상당의 900평 땅을 매도한 일이 없다면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했지만, 당시 최종 지분이 정리된 주소는 용산구 서빙고동 269번지인데 2007년 1월17일 이후 해당 주소의 세대주는 최 내정자 아들이었다”면서 “귀신이 소유한 땅에 아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정치적 중립과 관련한 논란도 계속됐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최 내정자가 97년 대선 당시 공표가 금지된 여론조사 결과를 주한미국대사에게 전달한 것을 지적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은 결과 국내 유권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공표해선 안 되고 공표했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답이 왔다”고 밝혔다.

손 의원은 “주한 미대사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했을 당시 최 내정자는 박권상 KBS 사장 등과 함께 있었는데 박 전 사장은 언론계의 원로로 불특정 다수에게 해당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 이”라면서 최 내정자의 직업관·윤리관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병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최 내정자가 탈영, 부동산 투기 등 국가 문서로 기록이 남아있는 의혹들에 대해 “모를 일”, “귀신이 곡할 노릇” 등의 발언으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청문회에 기이하게 귀신도 참 많이 등장한다”고 탄식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최 내정자가 오늘 청문회에서 아들 병역검사 등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인정한 만큼 방통특위 이름으로 고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과거 장상 총리서리는 이 문제로 낙마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최시중 “신문방송 겸영엔 의견없다”, “구정권 기관장들 사퇴해야”

최시중 내정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방송 겸영 등의 사안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의견이 없다”는 대답만을 전했다.

또 청와대가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문화관광체육부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업무보고를 거부하고 한나라당 등에서 사퇴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선 “견해가 같다”고 밝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정권이 바뀌면 법을 지키지 않고 임기제 기관장들을 내보낸 후 이명박 대통령 형님 친구 같은 분으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얘기”라고 비판하자 최 내정자는 “정권 교체로 국민의 의사는 표명됐고 그런 만큼 새로 선임된 대통령에게 (기관장들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게 일반적 도의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 내정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자진 사퇴 주장에 대해 “이 대통령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겠다”, “잘 하라는 얘기로 듣겠다” 등의 대답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이광철 민주당 의원은 최 내정자 의혹 관련 해명 자료가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지원팀’, ‘비서실’ 명의로 배포된 것에 대해 “법적으로 근거도 없는 사조직이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후보자에 대한 일방 해명을 했거나, (최 내정자가) 후보자 신분에서 각 산하기관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들을 법이 정한 범위 이상으로 사적 활용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고발 조치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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