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특위, 최시중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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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특위, 최시중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무산
[종합] 민주당 “국회의원의 양심으로 채택 불가능”
  • 김세옥 기자
  • 승인 2008.03.18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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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양심으로 도저히 채택할 수 없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덕규, 방통특위)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방통특위 통합민주당 측 의원들이 18일 전체회의에서 “최시중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해 제기된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병역비리 등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관련 확인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것이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최 내정자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했다”면서 “의혹투성이인 채로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정청래 의원은 “최 내정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은 몸무게가 기재된 고등학교 시절 건강기록부만 확인하면 해소될 수 있는데, 최 내정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 전 이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분명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분명 있지만 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한 날인 만큼 그냥 채택하자”(심재엽 의원), “합의가 안 되면 표결처리하자”(이재웅 의원) 등의 주장을 펼쳤고, 이에 격분한 민주당 의원들은 차례로 퇴장했다. 이어 김덕규 위원장도 “의결 정족수 미달로 보고서 채택이 불가능해졌다”며 자리를 떠났다.

한나라당 측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웅 의원은 “회의가 자동 유회된 것으로, 보고서 채택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현행 국회법은 인사청문 요청안을 접수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국회의 인사청문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내정자를 자동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이후 국회의 동의 없이 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는 17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도덕성] “귀신이 땅 매매?”…“그렇다고 생각”

“박수무당이라도 부르란 말인가.”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덕규, 방통특위)가 지난 17일 진행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를 본 최재성 통합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촌평이다.

최 내정자가 한국갤럽 회장 시절 대선정보 유출,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탈영 등 자신과 가족을 향해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모르는 일”, “근거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 등의 답변만을 전하면서 되레 뭐가 잘못이냐는 태도로 일관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은 17일 청문회에서 최 내정자의 도덕성과 직업윤리 검증을 위한 질의를 집중적으로 했다.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1999년~2004년 사이 별다른 수입 없이 무직 상태였던 최 내정자의 아들이 용산구 서빙고동 90억원 상당의 900평 대지를 15차례에 걸쳐 매매했다고 적힌 국토해양부의 기록이었다.

이광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900평 대지는 아파트 10~15채를 분양받을 수 있는 규모인데, 최 내정자의 1채만 가졌고 나머지 분양권의 행방은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일명 ‘딱지’(조합으로부터 분양받은 일반분양권을 제3자에게 흔적을 남기지 않고 양도하는 것)를 통해 세금을 탈루, 수익을 올린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의 이은영 의원은 “최 내정자 아들 주민등록초본을 보니 2007년 1월17일 이후 용산구 서빙고동 296번지 세대주로 기록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내정자는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아버지,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라고 했고, 아내 역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한탄하더라”면서 “명의도용으로 고발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심재엽 한나라당 의원은 “재개발주택조합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서빙고동 900평 대지를 16차례 명의신탁을 했다가 해지, 조합 소유로 넘어간 듯하다”고 두둔했다.

정청래 의원은 또 “병무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 내정자가 1959년 7월30일 휴가를 갔다가 사흘 동안 돌아오지 않은, 탈영 기록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최 내정자는 “당시엔 포항에서 최전방인 인제까지 가는데 힘이 들었다. 휴가를 갔다가 사흘 늦게 귀휴했을 뿐”이라며 탈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은 “병무청 기록에 분명히 ‘탈영’이라고 적혀 있는데, 국가의 공식 기록을 불신한다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이광철 의원도 “최 내정자는 처음 탈영 사실이 밝혀지자 탈영의 탈자도 들어본 적이 없고 중노동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다가 지난 16일 부랴부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면서 “명백한 사실자료가 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희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측의 문제제기에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은 “국방경비법 제5조에 따르면 탈영을 하면 군법회의에 의해 처벌을 받게 돼있지만 최 내정자는 중대장 결정으로 노역 3일을 했을 뿐”이라면서 “사정에 의해 귀대가 늦어진 것 뿐”이라고 두둔, 유승희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이 의원이 최 내정자의 대변인이냐”는 지적을 받았다.

[직업윤리] “문공부 밀정 노릇” 지적에 “잘못했다”

최 내정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그간 언론인과 여론조사인 두 직업을 거쳤는데 모두 독립성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직종”이라면서 “이들 직업이 주는 의식을 깊이 체화한 만큼, 방송통신 분야가 요구하는 독립성이 전혀 낯설지 않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대통령 측근이지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측근”(김희정 의원), “젊은 시절부터 언론자유의 정신이 몸소 체험된 분”(김정권 의원) 등 앞 다퉈 최 내정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두둔했다.

그러나 청문회 말미 최 내정자는 언론인으로서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부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광철 민주당 의원은 “동아일보는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언론자유를 외치던 기자 113명을 강제 해직시켰는데 최 내정자는 그 명단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기자협회보 88년 보도에 따르면 최 내정자는 87년 제6공화국 시절엔 언론 통제를 담당한 문화공보부 언론협력관을 만나 자사의 동향을 보고하고 사설의 방향 등에 대한 지휘를 받기까지 했다”면서 “이런 사람을 일컬어 밀정, 프락치, 산업스파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의 지적에 “문공부 언론협력관이 대학 동창이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해명하던 최 내정자는 잇단 추궁에 결국 “잘못된 일이었다”고 시인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최 내정자가 97년 대선 당시 공표가 금지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스워스 주한미국대사에게 전달한 것을 지적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은 결과 국내 유권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공표해선 안 되고 공표했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답이 왔다”고 밝혔다.

이에 최 내정자는 “정보 유출이 아니라 일반적인 정세를 얘기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서혜석 민주당 의원이 “정보 수집이란 원래 자연스레 모르는 것처럼 하면서 이뤄진다.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하자 “법률적으론 안 될 일이었다”고 범법 사실을 인정했다.

[전문성] IPTV법 쟁점 질문에 동문서답

최 내정자는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된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휘자에겐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적 식견이 요구된다. 이런 면에서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가진 리더로 (나는) 훈련됐다”면서 전문성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최 내정자는 IPTV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의 쟁점을 묻는 질문에 “4월까지 시행령이 완성돼야 하는 것만 안다”고 대답하는 등 기본적인 현안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청래 의원은 “방통융합이 최우선 과제인 방통위의 위원장이 IPTV법의 쟁점조차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따졌다.

또 이동통신 요금이 왜 비싼지 이유를 묻는 질문에도 대답을 하지 못해 유승희 의원으로부터 “전문성을 떠나 기본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 내정자는 그밖에도 신문․방송겸영, 공영방송 민영화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방통위원들의 주문에 “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특별위원회나 전문위원회를 구성한 뒤 얘기를 들어 보겠다”, “나중에 말하겠다” 등의 대답으로 일관했다.

신문․방송겸영과 공영방송 민영화 등은 현 정부가 언론․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 사안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최 내정자의 유보적 답변에 “군사 쿠데타 이후 첫 조치는 탱크로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가 지금 최 내정자를 앞세워 불도저를 밀고 가서 방송을 장악하려 하는 것을 반증하는 게 아니겠냐”는 평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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