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방통위 비공개 회의 ‘밀실행정’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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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공개 원칙 규정한 방통법 위반 행위”

▲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언론현업단체들은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회의 비공개를 규탄했다. ⓒ언론노조
“불법적 비공개 회의 책임지고 최시중 방통위원장 즉각 사퇴하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16일 가진 첫 회의에서 IPTV 시행령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것에 대해 언론·시민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인총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방통위 건물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비공개 회의가 불법적 성격이 강하다"며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포함한 전체 방통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현행 방통위 설치법 13조는 "위원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때문에 방통위 설치법을 위반한 행위는 신분보장을 명시한 8조 1항 3호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사안으로 면직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어제 회의 내용 가운데 비공개로 해야 될 사안은 전혀 없었다”며 “방통위 설치법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들이 앞장서서 범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방통위가 철저하게 권력으로부터, 사업자 이익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왜 방통위 설치법에 회의 공개의 원칙이 있는지 다시 한번 성찰하고, 반성해 방송통신 관련 모든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며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방송의 독립성, 중립성을 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승규 KBS 노조위원장은 “단지 대통령 측근이란 이유로 방통위원장이 된 최시중 위원장 임명의 부당성을 계속 주장했으나 끝내 임명됐고, 결국 어제 법규정을 어기는 현실로 나타났다”며 “방통위 출범부터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특정 산업, 특정 분야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현행 방통법은 방송통신위원회는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노조
이영훈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도 “언론의 독립, 자유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첫 회의부터 밀실에서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한 이유는 단 한 가지”라며 “방통위가 이명박 정권을 지키는 나팔수가 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꼬집었다.

조형주 언론노조 방송통신특위 위원장은 “방통위원들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방통위 설치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그렇게 모든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어떻게 방송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겠나. 방통위의 오만한 행정을 좌시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16일  ‘IPTV법 시행령’(안) 과 회의운영 규칙 등을 논의하며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다. 특히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회의운영 규칙에는 회의 비공개 사유를 포괄적으로 명시해놓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회의운영규칙 9조 4항과 5항에는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와 공익상 필요가 있는 등 회의 공개가 적절하지 않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비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론·시민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규칙은 방통위 설치법의 회의 공개 원칙 조항의 입법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 불법적 비공개 회의 책임지고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무소불위, 안하무인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제 13조는 위원회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원회는 어제(16일) 위원회 전체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회의 안건은 IPTV 시행령과 회의운영 규칙 안이었다.  

IPTV 시행령 중 콘텐츠 동등접근과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에 대한 지분 참여 제한은 당사자간 이견이 커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해 정책결정의 정당성을 획득해야 함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또한 다른 안건인 회의 운영 내부 규칙은 앞으로 방통위가 어떤 식으로 업무를 처리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더더욱 공개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런 상식을 짓밟고 보란 듯이 설치법을 어긴 채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방통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방통위 설치법 13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같은 행위는 신분보장을 명시한 8조 1항 3호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중대한 사안이다.  이것은 곧 법이 정하고 있는 면직 사유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전체 방통위원을 모두 면직해야 한다.  또한 17대 국회는 최시중 위원장이 집무집행과 관련해 설치법을 명백히 위배했으므로 당연히 탄핵 소추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방통위를 제대로 세우는 길임을 정치권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말로만 대통령측근이 방통위원장을 맡아서는 안된다고 떠들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17대 국회의 마지막 소임이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 전체회의를 통과한 회의운영 규칙은 더욱 가관이다.  설치법에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규칙에 회의 비공개 사유를 포괄적으로 명시했다.  이 가운데 회의운영규칙 9조 4항과 5항은 사실상 모든 회의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  특히 4항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와 5항의 공익상 필요가 있는 등 위원회에서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같은 규칙은 설치법의 회의 공개 원칙 조항의 입법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방통위가 밀실에서 만든회의 운영규칙의 세부내용은 타당성을 따질 가치조차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분명히 경고한다.  공무원과 방통위원회의 업무 편의를 위해 국익과 공익을 들먹이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국익과 공익을 누릴 주체는 국민이다.  정책기관 근무자들의 편의와 잘못된 관행을 공익으로 둔갑시키는 작태를 당장 그만 두라.  국민을 대변한 국회가 회의를 공개하라는 원칙을 세웠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이미 국가기관으로서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출범하자마자 국민과 법위에 군림하겠다는 오만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전국의 언론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는 방통위의 불법적인 업무 진행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처리해야 할 중대 사안들도 계속 이런 식으로 처리된다면 방송 통신 정책이 몇몇의 짬짜미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공익의 가치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  나아가 방송의 독립은 위태로워질 수 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씨 실험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하루빨리 그를 면직해야 한다.  늦었지만 그것만이 정부의 수준과 국가의 체면을 그나마 지키는 길이다. (끝)

2008년 4월 17일
언론개혁시민연대 / 민주언론시민연합 / 방송인총연합회 /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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