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협상도 최시중 때문에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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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소관 상임위 놓고 여야 이견 계속

18대 국회 개원까지 보름 남짓한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여야 원구성 협상은 진전 없이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현재 17개인 국회 상임위원회 중 한나라당은 1개만 줄이자고 주장하는 반면 통합민주당은 3~4개는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상임위 통·폐합과 관련한 여야 이견도 제자리 협상의 원인 중 하나이지만, 더욱 확연히 의견이 갈리는 것은 지난 2월 신설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라는 피감기관을 어느 상임위로 배치하느냐 하는 문제다.

여야는 지난 4월 24일, 지난 3일과 15일 세 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방통위 소관 상임위 문제와 관련해 소폭의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 방통위를 운영위원회 소속으로 두자는 한나라당과 (가)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으로 두자는 민주당의 의견이 계속해서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최재성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한나라당이 방통위를 반드시 운영위 아래 두겠다고 한 것이 결렬의 주된 요인”이라고 밝혔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꼬이는 18대 원구성 논의, 중심에 최시중 위원장이?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왜 방통위를 운영위 소관으로 두려는 것일까. 방통위가 대통령 소속 기구인 만큼 운영위로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한나라당의 논리다. 그러나 속내는 따로 있어 보인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중론이다.

방송 정책과 규제 등을 관장하는 방통위의 수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격인 최시중 위원장이다. 정부 여당은 18대 국회 개원 직후 신문법·방송법 등의 일괄 제·개정을 통해 신문·방송 겸영과 같은 미디어 사유화 정책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정부 여당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일부 보수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은 비판적 분위기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직후 “물이 넘치면 (이 대통령의) 제방이 되고, 바람이 불면 병풍이 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방통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약속하긴 했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최근 김금수 KBS 이사장을 만나 이명박 정부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정연주 사장에 있다며 사퇴 압박을 가하는 등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먼 행보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언론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미디어 사유화 정책을 최 위원장이 앞장서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어렵지 않은 대목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방통위 소관 상임위가 문광위로 결정된다면 어떨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민주당은 18대 국회에서 문광위에 상당 부분 전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정부 여당이 미디어 관련법과 제도를 총체적으로 손질하려는 이유가 ‘장기 집권 터 닦기’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방통위 소관 상임위가 문광위로 결정난다면 정부 여당의 미디어 사유화 정책들은 국회의 강도 높은 관리·감독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

반면 한나라당 주장대로 방통위 소관 상임위가 운영위로 결정 난다면 최 위원장의 운신은 한층 자유로워진다. 운영위는 원내대표를 포함해 각 당의 원내 지도부로 구성된 겸임 상임위로 전문적인 사안을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방통위를 운영위 소관으로 두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결국 언론장악 음모”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례로 최 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문광위 업무현황 보고에 소관 상임위 미정 등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탄핵 소추가 언급되자 부랴부랴 출석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17대 마지막 국회만 피하면 된다는 계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18대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방통위를 운영위 소관으로 두자고 주장하는 것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미디어 사유화 정책의 교신 역할을 최시중 위원장으로 하여금 맡도록 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전문성이 최우선에 놓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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