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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연합회 “건강한 방송생태계 위해 지상파도 함께 나서야”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구보라 기자l승인2017.08.10 12: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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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구보라 기자] 한국독립PD협회(회장 송규학)가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방불특위’)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가운데 한국PD연합회(회장 오기현)도 성명을 내고 "방불특위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PD연합회는 9일 늦은 오후 ‘건강한 방송생태계를 위해 지상파 PD들도 함께 나서야 합니다-박환성 PD가 남긴 과제를 생각하는 PD연합회장의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성명에서 “지상파와 독립PD(또는 제작사)의 합리적 관계 설정은, 방송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이 시대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정부 부처의 관심과 더불어 방송 PD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한국독립PD협회는 방불특위(위원장 최영기 PD, 부위원장 복진오 PD)를 구성하고, 지난 7월 EBS 다큐프라임 <야수의 방주> 촬영을 떠났다 사망한 고 박환성 PD가 생전에 제기했던 EBS 간접비 환수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방불특위는 방송 외주정책을 관할하는 유관기관과 접촉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의 조사를 촉구하고, 9월 예정인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안건으로 채택되도록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PD연합회는 “한국PD연합회는 합리적인 외주제작 시스템을 수립하려는 독립PD들의 노력을 지지하며, ‘방불특위’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함께 할 것임을 밝힌다”고 말하며 “최영기 위원장이 밝힌 바와 같이, ‘방송사 불공정 계약 문제는 EBS뿐만 아니라 전 방송사가 지닌 문제’다. 지금의 시스템과 관행을 그냥 둘 경우 또다른 박환성 PD, 김광일 PD의 죽음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PD연합회는 “방송생태계 전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불공정한 제작 관행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밝히며 오는 24일 국회에서 독립PD협회와 공동으로 ‘박환성 PD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 세미나를 열 예정이며 주요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불공정 사례를 접수하여 시정을 촉구하는 ‘신문고’(가칭)도 개설한다고 밝혔다.

“방송사의 송출료 징수 관행 전면 재검토 필요”

“KBS, 합리적인 제작비 지급과 저작권 관련 규정 마련해 바람직한 계약관행 선도해야”

PD연합회는 방송생태계의 미래상을 제시한 대안을 제시했다. PD연합회는 “첫 번째로 콘텐츠를 방송하는 대가로 지상파가 독립PD(또는 제작사)에게 송출료를 징수하는 지금의 관행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PD연합회는 “이는, 외주제작 콘텐츠를 ‘틀어 주는’ 댓가로 돈을 받는다는 그릇된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제작비 부족 현상을 고착화시켜 끊임없는 갑을 관계(제작사 사이의 위계, 독립 PD와 작가의 갑을 관계 포함)를 고착화시키고 콘텐츠의 품질 향상을 가로막는 악순환의 주요 원인이 돼 왔다”고 짚었다.

이어 “지상파는 “품질 높은 콘텐츠를 충분한 가격에 구입해서 방송한다”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우리 방송 생태계가 처한 악순환의 늪을 벗어나 지상파와 독립PD(또는 제작사)가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방송이 선진 방송으로 도약하려면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지상파와 독립PD(또는 제작사)의 계약 관계 문제의 해법은 공영방송 정상화의 과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짚으며 외주제작사(독립PD)에게 충분한 제작비를 지급할 수 있는 방송환경을 위해 재원 마련이 필요성을 거론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이 바로서고 KBS가 바람직한 계약 관행을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PD연합회는 “우리는 영국 BBC의 사례에서 보듯, 충분한 시청료로 재원을 확보하여 제작사(또는 독립PD)에게 충분한 제작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방송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며 “하지만, KBS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상황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이다. KBS가 하루 빨리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절실하며, 그 뒤 국민의 동의 하에 시청료를 인상하여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PD연합회는 “KBS가 바람직한 계약 관행을 앞장서서 제시하고 MBC, SBS, EBS가 이에 준하는 기준을 마련하면 해결의 전망이 열릴 것”이라고 밝히며 “이 계약에는 합리적인 제작비 지급과 저작권 관련 규정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PD연합회는 “이 커다란 전환을 위해서는 방송 현업인들 뿐 아니라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정부 부처 등 모든 정책 결정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하며 지상파 PD들에게도 “이 과제는 누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우리 방송 생태계 전체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일임을 인식하고, 깊은 관심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합리적인 선진 방송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독립PD들 뿐 아니라, 우리 방송PD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하며 “우리 방송을 최소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아들딸에게 좀 더 나은 방송 시스템을 물려주기 위한 큰 움직임에 많은 관심과 참여,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PD연합회에는 KBS, MBC, SBS, EBS, CBS, MBC플러스, BBS, tbs, CPBC, FEBC, OBS, TBC, KNN, KBC, TJB, JTV, UBC, CJB, G1, JIBS, KFM, TBN, 원음방송, 국악방송, 아리랑국제방송, (사)한국독립PD협회, 경인방송 ifm, 광주영어방송, 부산영어방송, 한국경제TV, YTN라디오, 뉴스타파에 속한 3000여명의 PD들이 회원으로 있다. 

방불특위 9일 오후 성명 “‘진정한 방송 정상화’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

“높아지는 방송 정상화 목소리...외주제작 생태계 복원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개혁일 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악행, 단지 을의 비극”

앞서 방불특위는 9일 오후 4시 무렵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방불특위’는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두 PD의 유지를 받들어 ‘진정한 방송 정상화’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불특위는 “방송사의 불공정 행위와 '갑'질에 시달리는 수많은 이들의 분노는 점점 높아만 간다. 두 PD는 그저 불운한 사고로 희생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간 쌓여 온 적폐에 짓눌려 막다른 길에서 몸과 영혼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서진 몸과 영혼이, 곧 우리 자신이며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한 방불특위는 “더욱 절망적인 사실은 다름 아닌 방송사들의 일관된 침묵”이라고 비판하며 “독립PD협회는 ‘방송 정상화’라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그러나 독립PD가 방송콘텐츠 50% 이상을 연출하고 있는 외주제작 생태계가 제대로 복원되지 않는다면, 이 개혁은 반쪽짜리 개혁일 뿐이다. 각 방송사는 침묵을 거두고 100% ‘방송 정상화’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방불특위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악행은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할 뿐만 아니라, 단지 '을'의 비극에 머무르지 않는다. 약탈적인 생태계에서는 더 이상 창의적이고 훌륭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시청자,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방불특위’는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두 PD의 유지를 받들어 ‘진정한 방송 정상화’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며 EBS 간접비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가장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방불특위는 “고 박환성 독립P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촬영을 떠나기 전, 제작사가 확보한 정부지원금의 40%를 요구한 EBS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했다. 그 동안 공공연하게 자행된 방송사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고 세상을 떠났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PD 단 둘이서 무리한 촬영스케줄을 이어가다가 길 위에서 쓰러졌다”고 말하며 “그들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타살'을 당한 것이다. EBS는 이 사건이 잉태된 모든 과정을 낱낱이 밝혀서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반드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와 같은 비극이 한국 방송계에서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불공정한 관행과 갑질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져 저 거대한 방송계를 떠받쳐 왔던 수많은 방송 창작자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우리와 함께 연대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방송사 불공정 거래 문제 해결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는 문광부와 공동으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불공정거래 현황 파악 및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실태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잘 협의해서 이 문제를 살펴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시행해달라“고 당부한 지 10일만이다.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10일 오후 2시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문체부와 방송사-외주제작사간 외주제작 실태조사 공동 추진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10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 관계자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의 ‘간접비’ 등 계약 규정에 대해 파악한 자료가 있냐는 질문에 “방송사별 외주제작사와의 계약 현황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답하며 “해당 부분은 사적영역이다. 그리고 그 부분은 방통위에서 요구하더라도 계약 성격상 방송사에서 알려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허욱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8일 오전 송규학 독립PD협회장 등 집행간부와 간담회를 갖고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제작비 지급, 저작권 등 수익배분을 포함하는 외주제작 시장의 거래 관행과 외주제작 인력의 과도한 근로시간 등 근로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향후 방송콘텐츠 제작시장의 상생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PD들은 "방송사와 외주사 문제의 본질은 갑과 을의 문제"라며 "불공정한 갑을관계를 표준화하고 구속력 있는 계약관계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지난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프라임 <야수의 방주>를 촬영하던 고 박환성 PD, 고 김광일 PD의 모습. ⓒ한국독립PD협회

다음은 한국PD연합회 성명서와 독립PD협회 방불특위 성명서 전문이다.

1) 한국PD연합회 성명서  

건강한 방송생태계를 위해 지상파 PD들도 함께 나서야 합니다.

- 박환성 PD가 남긴 과제를 생각하는 PD연합회장의 호소문

박환성 PD와 김광일 PD를 비통한 눈물로 떠나보낸 지 열흘입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겠지요. 그러나 이 일상은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준엄한 과제를 이루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으는 지난한 과정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박환성 PD가 <EBS 다큐프라임 - 야수의 방주>를 제작하며 제기한 지상파와 독립PD(또는 제작사)의 합리적 관계 설정은, 방송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이 시대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독립PD협회는 가칭 ‘방송사 불공정행위 청산과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약칭 ‘방불특위’, 위원장 최영기 PD, 부위원장 복진오 PD)를 구성하고, EBS 간접비 환수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특위는 방송 외주정책을 관할하는 유관기관과 접촉하고, 공정위 차원에서의 조사를 촉구하고, 9월 예정인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안건으로 채택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국PD연합회는 합리적인 외주제작 시스템을 수립하려는 독립PD들의 노력을 지지하며, ‘방불특위’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함께 할 것임을 밝힙니다.

최영기 위원장이 밝힌 바와 같이, “방송사 불공정 계약 문제는 EBS뿐만 아니라 전 방송사가 지닌 문제”입니다. 지금의 시스템과 관행을 그냥 둘 경우 또다른 박환성 PD, 김광일 PD의 죽음이 잇따를 것입니다. 한국PD연합회는 우리 방송생태계 전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불공정한 제작 관행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연합회는 그 첫 단계로 독립PD협회와 공동으로 세미나 <박환성 PD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를 24일(목) 국회에서 열고, 주요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공대위를 구성하고, 불공정 사례를 접수하여 시정을 촉구하는 ‘신문고’(가칭)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한국PD연합회가 제시하려는 대안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것이 되어야 하겠지요. 이 대안의 큰 그림은 다소 낭만적으로 보일지라도 이 나라 방송생태계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대담한 구상이어야 할 것입니다. 세부 사항은 더 많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하겠지만, PD연합회가 고려하는 큰 그림은 다음의 두 가지 원칙 위에 그려질 것입니다.

① 콘텐츠를 방송하는 대가로 지상파가 독립PD(또는 제작사)에게 송출료를 징수하는 지금의 관행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이는, 외주제작 콘텐츠를 ‘틀어 주는’ 댓가로 돈을 받는다는 그릇된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제작비 부족 현상을 고착화시켜 끊임없는 갑을 관계(제작사 사이의 위계, 독립 PD와 작가의 갑을 관계 포함)를 고착화시키고 콘텐츠의 품질 향상을 가로막는 악순환의 주요 원인이 돼 왔습니다. 지상파는 “품질 높은 콘텐츠를 충분한 가격에 구입해서 방송한다”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뤄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금 우리 방송 생태계가 처한 악순환의 늪을 벗어나 지상파와 독립PD(또는 제작사)가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방송이 선진 방송으로 도약하려면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② 당연히 재원 문제가 뒤따릅니다. 우리는 영국 BBC의 사례에서 보듯, 충분한 시청료로 재원을 확보하여 제작사(또는 독립PD)에게 충분한 제작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방송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KBS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상황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이지요. 따라서, KBS가 하루 빨리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절실하며, 그 뒤 국민의 동의 하에 시청료를 인상하여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 KBS가 바람직한 계약 관행을 앞장서서 제시하고 MBC, SBS, EBS가 이에 준하는 기준을 마련하면 해결의 전망이 열릴 것입니다. 이 계약에는 합리적인 제작비 지급과 저작권 관련 규정이 포함되어야 하겠지요. 이렇게 지상파와 독립PD(또는 제작사)의 계약 관계 문제의 해법은 공영방송 정상화의 과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커다란 전환을 위해서는 방송 현업인들 뿐 아니라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정부 부처 등 모든 정책 결정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어떠한 커다란 과제라도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하는 법입니다. 이제 한국PD연합회는 모든 관계자들과 함께 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을 떼고자 합니다.

지상파 PD들에게 당부합니다. 이 과제는 누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우리 방송 생태계 전체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일임을 인식하고, 깊은 관심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작금의 불합리한 계약관행이 방송 콘텐츠의 질적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의 극심한 갑을관계는 건물주와 세입자의 관계 이상으로 약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으로, 결코 지속가능한 체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약육강식의 대표적인 사례로, 이를 개선하면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성큼 앞당기는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합리적인 선진 방송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독립PD들 뿐 아니라, 우리 방송PD 모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방송을 최소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아들딸에게 좀 더 나은 방송 시스템을 물려주기 위한 큰 움직임에 많은 관심과 참여,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7년 8월 9일

한국PD연합회장 오기현 

2) 독립PD협회 방불특위 성명서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하며

지난 2017년 7월 14일, <EBS 다큐프라임 - 야수의 방주> 제작을 위해 저 머나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 중이던 박환성 독립PD, 김광일 독립PD가 교통사고로 처참하게 숨을 거두었다. 그들의 사망 소식은 4일이나 지나서야 한국에 알려졌고, 숨결이 사라진 유해가 가족과 동료의 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10일이 더 걸렸다. 이제 4일 간의 장례를 마치고도, 10일이 흘렀다.

그러나 가족과 동료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피눈물이 그치지 않고 있다. 비단 독립PD들 뿐만 아니라, 방송사의 불공정 행위와 '갑'질에 시달리는 수많은 이들의 분노는 점점 높아만 간다. 두 PD는 그저 불운한 사고로 희생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간 쌓여 온 적폐에 짓눌려 막다른 길에서 몸과 영혼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서진 몸과 영혼이, 곧 우리 자신이며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욱 절망적인 사실은 다름 아닌 방송사들의 일관된 침묵이다. 자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사소한 일들까지 뉴스를 내보내는 방송사들이 두 PD들의 죽음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사망 소식이 전해져도, 우여곡절 끝에 유골로 귀국했어도, 가눌 수 없는 슬픔 속에서 장례식이 치러져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조문을 해도, 국무총리가 두 PD의 이름과 '정의'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해도, 수많은 신문과 잡지에서 특집 기사를 줄줄이 내놓아도, 그들의 침묵은 공고하기만 하다.

현재 ‘방송 정상화’의 목소리가 높다. KBS,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이것은 '사회정의 구현'이기 때문이다. 우리 독립PD협회는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모든 활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그러나 독립PD가 방송콘텐츠 50% 이상을 연출하고 있는 외주제작 생태계가 제대로 복원되지 않는다면, 이 개혁은 반쪽짜리 개혁일 뿐이다. 각 방송사는 침묵을 거두고 100% ‘방송 정상화’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악행은 그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할 뿐만 아니라, 단지 '을'의 비극에 머무르지 않는다. 약탈적인 생태계에서는 더 이상 창의적이고 훌륭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시청자, 시민에게 돌아간다.

지난 8월 4일, 사단법인 한국독립PD협회는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약칭 ‘방불특위’)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방불특위’는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두 PD의 유지를 받들어 ‘진정한 방송 정상화’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고 박환성 독립P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촬영을 떠나기 전, 제작사가 확보한 정부지원금의 40%를 요구한 EBS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했다. 그 동안 공공연하게 자행된 방송사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고 세상을 떠났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PD 단 둘이서 무리한 촬영스케줄을 이어가다가 길 위에서 쓰러졌다. 그들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타살'을 당한 것이다. EBS는 이 사건이 잉태된 모든 과정을 낱낱이 밝혀서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반드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이와 같은 비극이 한국 방송계에서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불공정한 관행과 갑질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져 저 거대한 방송계를 떠받쳐 왔던 수많은 방송 창작자 여러분, 그리고 시민 여러분께 우리와 함께 연대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호소한다.

2017년 8월 9일

사단법인 한국독립PD협회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 최영기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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