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드라마 현주소와 성공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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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주목 받는 숏폼 드라마… K-콘텐츠 진화 기회로 잡아야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숏폼 드라마에 콘텐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숏폼 콘텐츠가 드라마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한국 숏폼 드라마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성공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숏폼드라마 성공 가능성 분석   

② 숏폼 드라마 제작자로 변신한 이정섭 전 KBS PD 인터뷰

[PD저널 =오창학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10분 이내 짧고 강렬한 스토리텔링을 특징으로 하는 숏폼 드라마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이슈로 부각했다. 미디어 이용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도 변화를 불러오게 되었다. 세로 화면에 빠른 몰입감이 강조되는 숏폼 드라마가 새로운 트렌드로 시장으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었다.

글로벌 숏폼 시장은 2021년 약 60조 원 규모에서 연평균 25.6% 성장해 2026년에는 약 187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숏폼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2024년부터 다양한 플랫폼과 제작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한국은 독창적인 스토리 구성과 감성적 연출을 바탕으로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2024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국내 숏폼 드라마 제작 현황

숏폼 드라마는 일반적으로 10분 이내로 세로 화면으로 짧게 제작되어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되어 있다. 내용 면에서 강렬한 스토리와 몰입감 있는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2024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시청할 때 가장 선호하는 유형이 숏폼(41.8%)으로, OTT와 실시간 스트리밍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언제 어디에서든 빠른 콘텐츠 소비와 압축된 정보를 선호하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다.

숏폼 콘텐츠의 장점은 콘텐츠의 길이가 짧을 뿐만 아니라 짧은 제작 기간에 따른 제작 비용 절감 효과까지 동반되고 있다. 높은 제작비에 시달리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제작비의 절감은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한국에서 숏폼 드라마 제작은 주로 OTT 플랫폼과 독립 제작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 특히 OTT 플랫폼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면, 지난해 국내 최초 숏폼 드라마 플랫폼 ‘탑릴스’ 출시 후, 왓챠가 곧바로 숏폼 드라마 전문 플랫폼 ‘숏차’를 출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숏폼 드라마 시장에 진출했다. 숏차는 자제 제작 오리지널 숏폼 드라마로 ‘사이비 교주의 아내가 되었습니다’를 올해 상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티빙도 지난해 12월 모바일 앱에 숏폼 서비스를 신설하고 올해 오리지널 숏폼 드라마와 예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독립 제작사들도 숏폼 드라마 제작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플레이리스트 스튜디오는 ‘To. 엑스’, ‘동생의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등 기존의 드라마에서 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독특한 소재로 숏폼 드라마를 제작하여 시장으로부터 주목받았다. 또한 편의점 CU와 공동으로 제작한 숏폼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 '편의점 뚝딱이' 시리즈가 단기간에 3억 뷰를 달성하여 '2023 유튜브 웍스 어워즈'에서 3관왕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숏폼 콘텐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숏폼 드라마는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협력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컨대, ‘비글루’는 한국의 숏폼 콘텐츠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8개 언어로 제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비글루’는 크래프톤으로부터 1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정부와 관련 산업계도 숏폼 드라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상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해 2025년 700억 원 규모의 제작지원금을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숏폼 드라마 제작사 및 중소 제작사들도 정부의 제작 지원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숏폼 제작에 AI 자동 편집·버추얼 프로덕션을 지원하고, ‘클립’ 서비스 제공과 함께 광고 수익 공유 모델과 같은 새로운 수익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숏폼 창작자와 제작사가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기술과 비스니스 모델 구축 모두에 가장 현실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왓챠가 출시한 '숏챠' 
왓챠가 출시한 '숏챠' 

중국, 거대한 시장 규모와 압축적인 성장세

중국과 한국 두 시장은 콘텐츠 제작, 기술 도입, 정부 지원 측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양국의 숏폼 드라마 시장의 특징과 성공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숏폼 드라마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2024년 기준, 숏폼 드라마 시청자는 5.76억 명으로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약 52.4%를 차지한다​​. 2023년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는 약 7조 원에 달했고 2027년에는 약 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일 약 6.2억 명의 사용자가 숏폼 드라마를 소비하며, 히트작의 누적 조회 수는 500억 회를 초과하는 만큼 이미 중국 콘텐츠 시장의 중심부에 올라섰다. 숏폼 드라마의 영향을 받아 현재 뉴스도 숏폼으로 제작되고 있다.

중국은 AI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AIGC)을 통해 숏폼 드라마 제작의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고 있다. 바이트댄스의 '지멍'과 콰이쇼우의 '커링'은 AI 편집 및 생성 기술로 시장에 출시할때부터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들은 AI기술을 바탕으로 저비용으로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제작자의 창작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리고 AI 기술을 활용하여 시청자의 선호도를 실시간 분석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으며, 숏폼 드라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아직까지 AI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은 설계한 개발자 취향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다양한 제작자가 참여한다면 기술 자체가 업그레이드되어 제작자 규모가 작은 국가의 알고리즘보다 완성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 전폭적 지원...현지화 전략은

중국 정부는 숏폼 드라마를 국가적 차원의 문화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며, 제작과 배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CCTV뿐만 아니라 지역방송국까지 모두 숏폼 드라마 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정책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상하이방송국의 경우, "동방 프로젝트"와 같은 고품질 숏폼 드라마 정책을 통해 TV와 OTT 플랫폼을 연계하여 숏폼 드라마의 질적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이 정책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함께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숏폼 드라마 시장의 전반적인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외에 글로벌화가 후퇴하는 거대한 국제정치 배경 속에서 숏폼 드라마는 PPL 등 효과적인 광고 창구로 활용하여 결과적으로 두터워지고 있는 무역장벽을 뚫고 대외 수출을 촉진하는 촉매제로 활용되기도 한다.

중국 숏폼 드라마는 동남아시아와 북미 시장에 진출하여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릴숏(ReelShort)과 같은 숏폼 드라마 서비스 플랫폼은 한때 북미에서 틱톡을 능가하며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은 현지화된 스토리와 저비용 고품질 제작 전략이 결합된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념을 포함한 갈등적인 요소를 내려놓고 누구든 소비할 수 있는 숏폼 드라마로 시장 논리에 최적화하여 해외에 진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티빙이 최근 론칭한 숏폼 서비스 
티빙이 최근 론칭한 숏폼 서비스 

한국 숏폼 드라마, OTT 플랫폼 중심 시장 형성기

한국은 숏폼 드라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숏폼 드라마 시장이 점차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 왓챠는 ‘숏차’라는 전용 플랫폼을 통해, 티빙은 자체 제작 오리지널 숏폼 드라마를 기획하며 다각도로 숏폼 드라마 시장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숏폼 드라마의 장점은 비교적 낮은 제작비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높은 제작비가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었는데 숏폼 드라마가 제작비를 다운시키는 역할을 어느 정도 할 것으로 보인다. 숏폼 드라마의 제작비 절감과 새롭게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은 국내 제작사들에게도 기회와 용기를 주고 있다. 즉 K-콘텐츠가 진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이다.

한국의 숏폼 드라마는 감성적인 연출과 창의적인 이야기 줄거리, 섬세한 감정선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기존 웹드라마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To. 엑스’, ‘이혼하고 나랑 놀래?’와 같은 독특한 소재의 숏폼 드라마를 제작하여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펄스픽과 같은 신생 플랫폼은 코믹 첩보물 ‘코드네임 B: 국밥집 요원들’과 같은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제작비를 절감하고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숏폼 포맷의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강한 영향력을 확보한 독립적인 숏폼 플랫폼이 부재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도 부족한 상태다. 독립 플랫폼의 영향력 부족은 한국 숏폼 드라마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종합하면, 중국은 거대한 시장 규모와 압축적인 기술 혁신,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현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수준 높은 제작으로 빠른 시간 내에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이미 영향력을 갖춘 글로벌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AI 기술 개발과 활용을 극대화하고, 글로컬 전략 도입 등도 절실히 필요하다.

과거에는 중국이 독주하면서 숏폼 드라마 시장을 새롭게 구성했다면 앞으로는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미래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중요한 행위자로 역할 할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중일 3국은 앞으로 다양한 정치경제적 갈등 속에서도 콘텐츠 산업에서만큼은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학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영향력 확보한 글로벌 플랙폼 구축해야 

한국 숏폼 드라마는 아직 초기 단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도 함께 갖고 있다.  

첫째는 강한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중국의 ‘릴숏’처럼 강한 영향력을 확보한 숏폼 전용 플랫폼이 있어야 글로벌 콘텐츠시장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플랫폼이 없다는 것은 유통망이 아무 때든 막힐 수 있는 리스크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은 모든 자원을 총집합하여 글로벌 플랫폼을 육성해야 숏폼 드라마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콘텐츠들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은 대규모 제작 경험 부족하다. 그러나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충분히 입증된 K-콘텐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K-드라마가 보여준 감성적 스토리텔링과 몰입감 있는 연출력을 숏폼 드라마에도 적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어렵지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중국은 AI 기반 제작 기술과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 글로벌 플랫폼을 발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국 제작사들은 넷플릭스,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콘텐츠를 확산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또한 AI 기반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시장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가장 효율적 제작 프로세스 구축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외에 고품질의 시각적 연출과 창의적인 스토리를 결합해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는 숏폼에 맞춘 창의성이 아직 시험대에 놓여져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스토리를 전개해야 하는 숏폼 드라마는 기존 드라마와 다른 기획과 연출이 필요하다. 시청자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스토리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중국 숏폼 드라마에서 흔히 다뤄지는 경쟁, 갈등, 암투 등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생활 시리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에서 잘 표현했던 따뜻하고 긍정적인 감성을 재현하거나, 드라마 <빈센조>처럼 권선징악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 방식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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