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오학준 SBS PD] 미국의 노동운동가 앤드류 스턴은 1996년부터 2010년까지 14년간 북미 서비스노동조합(SEIU)의 조합장이었다. 그가 조합장으로 일하는 동안 SEIU는 220만 명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고, 미국 최대 노동조합연맹체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에서 가장 큰 규모의 노동조합이 됐다. 유례가 없는 성장속도였다.앤드류 스턴과 SEIU는 2008년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노조의 풀뿌리 조직을 동원해 무려 6천만 달러에 육박하는 선거자금을
[PD저널=오학준 SBS PD]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축구 대표팀이 우승했을 때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자신의 쇼에서 “아프리카가 월드컵에서 우승했군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에 조상이 아프리카로부터 온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미 프랑스 대사는 공식적으로 이 농담에 항의하는 편지를 보냈다. “당신이 그들을 아프리카팀이라고 말하는 건 그들의 ‘프랑스성’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군요.”편지를 읽으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아프리카 이민자’로 불리는
[PD저널=오학준 SBS PD] 오래된 책을 들춰보는 취미가 있다. 어릴 적엔 이해하지 못했던 유머 코드를 발견하거나 그때는 몰랐던 저자의 세계관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건 빗나가버린 예측들을 찾아보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만큼 당대의 사람들이 지닌 낙관과 비관을 함께 엿볼 수 있는 대상은 드물다.그 오래된 책들 가운데 하나는 이원복 교수의 다. 나의 첫 만화책이기도 한 그의 책 한 구석엔 인터넷 ‘짤방’으로도 유명했던 예측이 나온다. 이 교수는 “네티즌에겐 민족의 구분이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강경대응하라’고 지시했다는 MBN의 단독보도가 최근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고 부정했다. 지난주 청와대와 MBN이 주고받은 공방전이다. 후속 보도가 나오지 않아 진실은 또 다시 세월 속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뒤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듯이 뒤늦은 진실도 진실의 가치를 반감시킨다. 저널리즘의 영역에서 진위 논란은 저널리즘의 기본 공식과 원칙으로 풀어내야 한다. 법적 공방은 이해당사자들의 몫이고 그것은 오랜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PD저널=오학준 SBS PD] 회사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장 힘들었던 일들 중 하나는 뜬금없게도 점심 메뉴 고르기였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구내식당은 물리고, 주변 식당들도 거의 단골이 되어버리는지라 딱히 먹고 싶은 게 없는 날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나. 그러나 그건 신입인 나도 마찬가지여서, 점심 메뉴를 고르는 건지 원서 접수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놀림도 받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 제가 좀 결정장애가 있어서요……”라는 말로 눙치고 넘어가곤 했다.그러던 며칠 전 평소처럼 지난한 메뉴 선택의 시간을 보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열중한 가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다룬 뉴스를 보면 어느 나라 언론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북한과의 한반도 평화방안을 논의해도 이를 문제 삼았고 일본과의 갈등과 대립 사안이 불거지면 아베 일본 총리편에서 ‘한국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역시 와 비슷한 논조로 정부 비난에 앞장서고 있다.북한과 협상에서 혹은 일본 강제징용 판결의 문제에서 한국 언론은 무조건 한국 정부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
[PD저널=오학준 SBS PD] 1997년은 잔인한 해였다. 아버지는 다니던 회사를 잃었다. 남은 것은 약간의 퇴직금뿐이었다. 조금씩 돈을 모아 서울 근교 신도시로 이사를 오며 아버지가 키워왔던 중산층의 꿈은 증발해버렸다. 그날 이후 꽤 오랜 시간동안 집안의 모든 물건들은 반강제로 수명이 연장됐다. 마치 나의 집만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다행히 아버지가 새로이 시작한 사업이 금세 자리를 잡았고, 가족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산 덕분에 대출이 가족들을 집어삼키게 하진 않았다. 하지만 IMF라는 파도가 지나가고
[PD저널=허항 MBC PD] 지난 일요일, 하루 종일 뉴스특보를 보고 난 후 머리가 멍해졌다. 북미 정상의 판문점 만남이라는 역대급 사건을 생생히 지켜본 후의 여운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를 더 멍하게 한 것은 바로 트럼프의 ‘연출력’이었다. 그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대중의 심리를 아주 잘 아는, 훌륭한 쇼맨이었다. “만약 이 트윗을 보고 김정은 위원장이 나를 만나준다면 반갑게 인사하겠다.” 트럼프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남긴 이 모호한 트윗 하나에 온 세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온 언론에서 이 트윗의 의미를 두고 분석과 전망을
[PD저널=이은주 기자] 400회를 맞은 KBS1TV 이 한국영화의 자양분이 된 독립영화의 역사를 조망하면서 독립영화인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은 2011년 을 시작으로 8년 동안 총 634편을 안방극장에 방영했다. 지난 28일 400회 특집으로 꾸며진 은 한국독립영화의 효시로 꼽히는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과 한국 영화 최초 노동영화인 를 되돌아봤다. 은
[PD저널=오학준 SBS PD] ‘모르는’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모른다는 것은 수동적일 수 없다. 매일이 지옥과도 같던 취재 기간 동안 깨달은 말이다.알고자 하면 알 수 있었고, 또는 알아야만 했고, 어쩌면 알고 있지만 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숨기려는 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모른다'는 말들을 주워 삼키며 ‘모르는 죽음’을 맞아야 했던 그 아이가 느꼈을 외로움을 떠올렸다. 아이는 죽기 전에도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었고, 죽어서도 혼자였다. 사람들은 모른다는 말만 하며 누구도 아이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
[PD저널=오학준 SBS PD] 책을 펼치면 저자는 독자에게 13개의 문제를 던진다. 침팬지도 33%는 정답을 맞힐 수 있다며 독자들을 긴장시키면서. 나름대로 균형감 있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고작 4문제만 정답을 맞혔다. 30%, 실망스런 정답률이었다.사실 문제들은 그리 어렵지 않다. ‘세상은 지난 20년간 빈부격차가 더 늘어나고 있을까' '지구는 지난 20년간 더 더워지고 있을까’와 같이 정교한 계산이나 추리를 요구하기보다는, 독자 자신의 세계관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PD저널=이미나 기자] 강원도 산불 보도로 늑장·부실 재난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은 재난방송주관방송사 KBS의 의무와 재난방송 실시 기준이 강화된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산림청은 14일 '재난방송 신속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지난 4월 강원도 산불 보도가 담당 부처의 혼선과 KBS의 안일한 대처로 지탄을 받은 뒤 문재인 대통령은 재난방송 시스템 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관련 기사: 文 대통령까지 지적한 '재난방송 시스템
[PD저널=오학준 SBS PD] "선배, 요새 더 힘들어요." 후배 하나가 술자리에서 말을 건넸다. "노동시간을 줄여보자고 시스템을 바꿨는데, 막상 바꾸고 나서도 저흰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술잔을 기울이던 후배와 나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우리는 엄밀히 말해 같은 회사 소속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후배의 업무가 부수적인 역할인 것만도 아니다. 오히려 그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일이 태반이다.주 52시간 노동이, 그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질 만큼 비현실적인 일터에서 함께 뒹굴면서도, 막상 노동 시간을 조금이
[PD저널=오학준 SBS PD(그것이 알고 싶다>연출] 나는 위로와 공감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들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짐짓 아는 체 하는 말투나 뒤집어보면 별 것 없는 내용 때문이 아니다. 그런 말들을 하는 이들이 내려오지 않으려는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고통을 겪은 ‘선배’(!)들은 대부분 위로 받아야 할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자리를 고수한다. 그리곤 이렇게 말한다. 난 너희들의 고통을 잘 알아, 그건 이것 또는 저것 때문이고, 이 부분을 다르게 생각하면 고통은 조금 줄어들 거야, 그러면 넌 내일 조금 더 나은 마음으로
[PD저널=오학준 SBS PD(연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같이 거리에 나섰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선 이들은 때로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변화를 요구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판결은 결국 해를 넘겨서야 나왔지만, 이미 이들은 처음부터 대통령의 어떤 변명도 들을 마음이 없었다. 그가 대중의 대표로서 지녀야 할 권위와, 대표로서 얻어야 할 신임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다.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과 뒤이은 얼마간의 혼돈의 시기가 지나고 의욕적인 새로운 정부가 등장했다. 새로운 정부가 내세운 가치들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창작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영화와 TV 사이의 벽을 허물고 있다. 과거에는 감독과 작가들의 활동 영역이 영화와 드라마로 구분됐지만, 날이 갈수록 매체를 넘나드는 감독과 작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감독, 작가뿐 아니라 그리고 영화 스태프가 드라마 현장에 투입되는 등 분야를 넘나드는 현상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여전히 영화와 드라마는 성격과 타깃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라는 콘텐츠가 핵심이기 때문에 다양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넷플릿스처럼 대규모 자본 투자는 물론 콘텐츠가 유통
[PD저널=오학준 SBS PD(연출)] 10년의 시간 동안 서른 명의 노동자와 그의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어떤 이들은 불현듯 찾아온 병마와 싸우다 세상을 떠났고, 어떤 이들은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무게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렇게 잔혹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공장으로 돌아온 노동자들에게 남은 것은 반쪽뿐인 월급, 그리고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었다.그 서른 명이 유별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경찰의 곤봉에 맞아 몸에 난 상처들이 채 낫기도 전에 물대포처럼 밀려오는 손해배상 소송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