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미디어' 위해 헌신한 고 윤정주 소장, 뜻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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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미디어' 위해 헌신한 고 윤정주 소장, 뜻 이어가겠다"
숙환으로 별세한 윤정주 여성민우회 소장 추모식, 200여명 눈물 속 애도와 다짐
허미숙 방심위 부위원장 "공정한 심의 이면에 살인적인 스트레스 감당...윤정주 소장 유지 받들 것"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8.1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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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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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당신의 빈자리를 느끼는 것에서 멈추지 않겠습니다. 윤정주 소장님이 열고 싶었던 그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백향숙 님의 추모사 중)

숙환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의 추도식이 10일 고인의 빈소에서 열렸다. 윤정주 소장이 생전 바랐던 차별 없는, 성평등한 미디어를 함께 꿈꾸겠다며 381명이 장례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날 추도식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은 "항상 열과 성을 다해 최선을 다했던 모습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윤정주 소장과 함께 했던 순간을 마음껏 추억하고, 그래서 윤 소장이 '동지들이 많았구나'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도록 힘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추도식에서 윤 소장의 학창시절 친구들과 여성운동을 함께했던 운동가들, 4기 방심위 위원들은 윤 소장을 떠올리며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고인과 소중한 추억을 함께 나눴던 이들의 추도사에 200여 명의 추도객은 함께 웃음을 짓다가도, 눈물을 흘리며 고인과의 이별을 애통해했다.

강혜란 민우회 공동대표는 "비디오테이프에 방송 프로그램을 한가득 녹화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로의 꿈을 함께 했다”며 "그 짧은 삶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지만 어쩌면 그가 원했던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 가던 정점의 순간에 떠난 것이라고 위안해보고 싶다"며 눈물을 삼켰다.

윤정주 소장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를 평생을 소수자 인권 증진과 미디어 개혁을 위해 헌신해 온 인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국장은 "윤정주의 밝고, 자유롭고, 철없어 보이던 시절부터 동료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당당한 활동가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함께 해왔다"며 "함께 새로운 미디어 교육, 미디어 자율규제를 논의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이야기를 나눈 것이 마지막 만남이 됐다"고 말했다.

윤정주 소장과 10년의 세월을 함께 한 이윤소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부소장도 "무척 많이 생각하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치열하고 단단했던 무적의 동료이자 선배였다"며 "대단한 활동가 윤정주 소장의 덕분에 나 또한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18년 4기 방심위 위원으로 임명되면서 윤정주 소장은 성평등 심의를 강화하는 데도 힘을 썼다. 추도식에서는 그가 인권 중심의 심의 강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남몰래 느꼈을 부담감을 증언하는 이들의 발언이 줄을 이었다.

허미숙 방심위 부위원장은 "윤정주 위원은 지난 1년 반 동안 1600여 건에 달하는 심의 안건을 받았고, 3520회 심의 기록을 회의록에 고스란히 남겼다. '일 폭탄' 속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었던 건 공정한 심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고, 그 중심에는 윤 위원이 있었다"며 "대외적으로는 발표하지 못했지만 살인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했다. 악성 댓글과 항의와 협박, 청원 게시판까지 이해관계에 따라 곡학아세하는 비난을 감당해야 했다"고 술회했다.

ⓒ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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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슬아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윤정주 소장은 자신의 발언이 공개적으로 기록되는 방심위 위원의 역할에 대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았고, 더 많이 분노했으며, 때로는 조금씩은 변하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찾았다"며 "(윤 소장은) 심의 과정이나 언론 보도에서 자신의 의견이 공감 받지 못하거나, 혹은 비아냥거리는 말들을 듣게 되더라도 성평등한 심의 조항이 실효성을 발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싸워왔다"고 돌이켰다.

이날 추도식은 또한 1999년 민우회에 합류해 7344일 동안 여성운동‧인권운동가로서 힘써 온 윤정주 소장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다짐의 자리가 되기도 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4기 방심위 출범 이후 성평등적 관점에 기반을 둔 심의활동을 펼쳐 왔지만, 윤정주 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윤 위원을 대신해 저희들이 조금 더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슬아 사무국장 또한 "성명서나 논평에서 윤정주 소장은 '분노를 금치 못한다'거나 '좌시하지 않겠다'는 문장을 많이 썼다"며 "윤 소장이 20년 간 여성운동가이자 언론운동가로 만들어왔던 것들, 그리고 이어지는 과제들은 남은 민우회 동료들과 함께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엔 심영섭‧박상수 방심위 위원을 비롯해 이도경 KBS 시청자센터장,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한석현 서울YCM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등이 자리했다. 고인의 발인은 내일(11일) 오전 7시로, 고인과 추모객들은 발인 이후 서울에 위치한 민우회 사무실과 방심위 사무실을 들른 후 장지인 인천 부평승화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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