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안형준‧허태정 후보 압축...박성제 연임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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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MBC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투표 결과 2명 최종 후보 선정
시민평가단, "MBC 침몰 우려" "MBC 특정 정당에 우호적" 목소리 낸 후보들 선택

18일 오후 1시 서울 상암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회의가 열리고 있다.
18일 오후 1시 서울 상암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회의가 열리고 있다.

[PD저널=임경호 기자] MBC 사장 후보가 안형준 메가MBC추진단 소속 부장과 허태정 시사교양본부 콘텐츠협력센터 소속 국장 2명으로 좁혀졌다. 연임에 도전한 박성제 사장은 고배를 마셨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은 MBC 사장 선임 절차에 처음으로 도입한 시민평가단 회의를 18일 MBC 본사 사옥에서 열었다. 시민평가단으로 뽑힌 156명은 후보 3명의 정책 발표와 질의응답을 거쳐 안형준·허태정 후보를 선정했다. 투표는 MBC 사장으로 적합한 2명을 기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문화방송의 사장은 공영방송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동시에 콘텐츠 영향력을 키워서 경영성과를 내야 하는 이중 책무를 지고 있다”며 5가지 선임 기준을 제시했다. 방문진이 내세운 사장 선임 기준은 △공영방송에 대한 철학과 비전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 △콘텐츠 미디어그룹으로서의 경쟁력 강화 △조직의 화합과 혁신 △관계사의 혁신과 발전 등이다. 

첫 번째로 정책 발표에 나선 안형준 후보는 ‘모두에게 만나면 좋은 친구 MBC‘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안 후보는 “MBC는 어떤 조사에는 신뢰도 1위이지만, 어떤 조사에서는 불신하는 언론사 3위"라며 "공영방송은 반쪽이 아닌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여당은 MBC 사장을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고, 현 사장의 사법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러다가 MBC가 침몰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공정성 확보 방안으로 보도국에 ‘팩트체크 119’팀을 신설하고, 매주 온‧오프라인 회의를 열어 공정성을 검증하는 ‘공정성 평가위원회’를 제안했다. 인지도 있는 프로그램을 지역사와 함께 제작해 지역화를 한류의 새로운 엔진으로 삼고, 지역 MBC에 대한 광고수익 비율 등도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후보는 사장 직속으로 글로벌 드라마 기획센터를 신설하고, 지식재산권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YTN을 거쳐 2001년 MBC 경력기자로 입사한 안 후보는 방송기자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안형준 기획조정본부 메가MBC추진단 소속 부장이 시민평가단 앞에서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안형준 기획조정본부 메가MBC추진단 소속 부장이 시민평가단 앞에서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허태정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탄압이 노골화 되면서 2012년 파업에 참여했다가 징계를 받고, ‘신천교육대’를 전전했다”며 “파업 이후 경영진은 전 경영진과 다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MBC가) 망가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MBC 보도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고 보고 사전‧사후 공정성위원회를 각각 개최해 이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보도‧시사조직을 저널리즘 조직으로 통합해 일원화된 게이트키핑을 거치도록 하고 객관성과 공정성, 불편부당성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사내 스튜디오를 출범해 장르나 소속 조직에 관계없이 성과에 따라 흡수‧병합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능력 중심의 임원 인사로 조직을 슬림화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1991년 MBC PD로 입사한 허 후보는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등의 다큐멘터리를 연출·제작했으며, 시사교양국 CP, 정상화위원회 등을 거쳤다.

박성제 후보는 사장 재임 기간에 경영 성과 등을 강조하면서 “외풍을 막으려면 배짱이 있어야 하고, 공감능력, 판단력, 미래를 보는 눈도 있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철학과 신념이다.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는 철학과 신념으로 30년을 살아온 진짜 언론인”이라고 자평했다.  

박 후보는 MBC 저널리즘 위원회 신설해 MBC 신뢰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겠다고 공약했다.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해 글로벌 콘텐츠 스튜디오를 신설하는 구상도 내놨다. 

허태정 시사교양본부 콘텐츠협력센터 소속 국장이 시민평가단 앞에서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허태정 시사교양본부 콘텐츠협력센터 소속 국장이 시민평가단 앞에서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정책발표 이후 이어진 시민평가단의 질의는 MBC의 독립성·공정성 제고 계획과 콘텐츠 경쟁력 방안에 집중됐다.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 관련 질문에서는 MBC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평가에 수긍한 두 명의 후보와 달리 박성제 후보는 정치 공세라고 받아쳤다.  

특정 정당에 우호적이라는 외부 비판에 대한 질문에 허 후보는 “특정 정당에 우호적이란 의심은 사실이며 MBC에 편향적인 가이드가 작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기자 개개인의 편향이 아니라 몇 차례의 편집 실수 등이 누적되며 MBC 뉴스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박 후보는 “MBC 뉴스가 특정 정당에 우호적이란 생각은 프레임”이라고 일축했다.

허 후보가 보도국장을 거쳐 사장을 맡고 있는 박 후보의 책임을 따지면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MBC가 친민주당 방송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주장한 허 후보는 “<김어준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 전 장관 수호 집회 참가가들에 대해선) ‘딱 보니 백만’, 학술포럼에서는 태극기 부대를 가르켜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라고 발언했다”고 박성제 후보를 저격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단 사장이 민주당을 옹호하고 있다”는 허 후보의 발언에 박 후보는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계속하는 데 가만히 있어야 하냐”며 사회자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기도 했다. 

MBC의 콘텐츠 경쟁력 확보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허 후보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장르나 부서의 경계를 허물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안 후보는 “타운홀 미팅을 통해 효율적으로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가다듬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과 관련 허 후보는 “점진적인 스튜디오 분사와 김태호 PD와 같은 유능한 EP(총괄)의 확보”를 방안으로 꼽았다. 안 후보는 “iMBC를 통한 자원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사장 직속 스튜디오 신설을 통해 위상을 제고해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성제 후보의 지원서 허위기재를 주장하면서 사장선임 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을 낸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시민평가단의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성명을 내고 “‘불행 중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3노조는 “노골적인 친민주당 방송을 이어가던 박성제 후보가 시민평가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나왔으나 안형준, 허태정 후보 또한 언론노조의 홍위병 노릇을 하며 2017년 파업 불참 기자들을 탄압하던 후보들”이라며 “MBC노동조합은 이들 후보들에게 과거의 파업 불참 기자 부당전보에 대한 관여 여부와 정상화위원회 반인권적 조사 행위에 대한 관여 여부를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한편 방문진은 오는 21일 이사회에서 최종 2인에 대한 면접심사를 실시하고 사장 내정자를 선발한다. 면접 과정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공개된다. 사장 내정자는 23일 MBC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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