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 =박수선 기자] 현직 PD 10명 중 9명은 방송·콘텐츠산업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나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은 콘텐츠 산업의 전망도 부정적으로 봤다.
<PD저널>은 한국PD연합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9일부터 26일까지 ‘새 정부에 바라는 콘텐츠 정책 과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414명이 응답한 조사 결과를 보면, 콘텐츠 산업의 저변을 일구고 있는 PD들은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콘텐츠 산업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지만, 산업의 이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방송·콘텐츠 산업의 전반적인 경영상황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90.3%는 ‘나쁘다’(매우 나쁨 33.8%, 나쁨 56.5%)고 답했다. 방송사에 몸담고 있는 PD들보다 외주 제작사, 독립PD로 활동하고 있는 응답자의 경기 체감도가 더 낮았다. 제작사·독립PD의 95.5%가 ‘경기 나쁨’이라고 답했다.
방송사의 위상 하락, 제작비 감소 등은 제작 여건 악화의 주요 요인이었다. 제작 여건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서 제작비 등 프로그램 예산 여건이 악화됐다는 응답 비율(95.7%)이 가장 높았다. 응답자 52.7%이 ‘매우 악화’에, 응답자 43%는 ‘악화’에 공감을 표했다. 여건이 개선됐다는 답변은 1.2%에 그쳤다.
소속 회사의 위상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81.4%였다. 응답자의 4.4%만 소속 회사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근로 시간 등 노동 환경은 개선됐다는 답변이 3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변화 없음’·‘악화됨’(26.3%), ‘매우 악화됨(8.5%) 순이었다.
제작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복수응답)에서도 ‘소속 방송사·제작사 경영 악화에 따른 제작비 감소’(76.6%)를 꼽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미디어 시청 행태 변화로 인한 기성 미디어 위상 저하’(72.7%), ‘소속 방송사·제작사의 비용 절감에 따른 제작 기회 축소’(65.5%), ‘인력 부족으로 노동 강도 증가’(36.5%), ‘내·외부 간섭 규제로 제작 자율성 위축’(35.3%)순으로 나타났다.
OTT·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이 확산이 제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부정적’(매우 부정적 17.9%, 부정적 47.8%)이라는 답변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24.6%는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소속별로 살펴보면 지상파 PD들이 새로운 플랫폼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비율이 75.7%로 가장 높았다. 또 경력에 비례해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 비율이 상승했다. 경력이 ‘30년 이상’인 응답자의 80.8%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반면 ‘5년 미만’ 응답자는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긍·부정 답변이 44.0%로 동률을 이뤘다.
AI 등 방송 기술의 발달이 콘텐츠 제작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선 긍정적(매우 긍정적 3.4%, 긍정적 51.4%)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PD들이 보는 방송콘텐츠산업의 경기 전망 역시 밝지 않았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 비율 79%(매우 부정적 17.9%, 부정적 61.1%)이 긍정적(매우 긍정적 1%, 긍정적 14.5%) 답변보다 5배가량 많았다.
부정적으로 전망한 응답자들은 글로벌 OTT 중심 시장 재편으로 인한 방송산업의 축소, 제작비 폭등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공익적이거나 의미 있는 프로그램은 없어지고, 자극적인 프로그램만 살아남게 될 것”, “시청 소구력 약화, 광고 수익 하락, 방송제작 여건 악화의 악순환 가속이 예상된다”, “10년 안에 모든 방송사들은 글로벌 OTT의 제작사로 전락할 것” 등의 의견이 나왔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PD들은 “AI 등 기술 발전이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 “콘텐츠 자체는 계속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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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조사했나 이번 조사는 온라인(이메일 발송) 방식으로 이뤄졌다. PD연합회원 2796명 가운데 414명이 참여해 14.8%의 응답률을 보였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4.45%포인트다. 응답자 소속을 살펴보면, 지상파 방송사가 251명(60.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작사 소속·독립PD(10.6%), PP(9.4%), 종합편성채널(6%), 신문사(3.6%)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담당 업무는 TV시사·교양·보도 부문이 절반(50.0%)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라디오(15.7%), TV예능(11.8%), 편성·외주담당(6.8%), 디지털(6.3%), TV드라마(4.8%), 스포츠(1.2%)순이었다. 경력 연수로 보면 ‘20년 이상 30년 미만’ 응답자가 34.3%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10년 이상 20년 미만’(27.1%), ‘5년 이상 10년 미만’(20.3%), ‘5년 미만’(12.1%) ‘30년 이상’(6.3%)의 분포를 보였다. 한국PD연합회에는 지상파 방송사를 포함해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PP 소속 PD들과 외주제작사, 독립PD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